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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미세스 - 정유정 작가 강력 추천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7월
평점 :
익숙한 것으로부터 떨어져 낯선 곳에서의 고립은 사람을 날카롭고 예민하게 만든다.
게다가 자신에게 적대적인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면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될 게 분명하다.
지금 세이디가 처한 상황이 그렇다.
남편에게 느닷없이 떨어진 누나의 유산 때문에 도시 생활을 모두 청산하고 외딴섬의 집으로 가족이 온 첫날부터 세이디는 이 집에서 불길한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유산과 함께 남겨진 조카 이모젠은 온몸으로 이 가족을 향해 적대감을 표출한다.
사실 이 가족이 이곳으로 온 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사정이 있었다.
남편 윌의 외도 아들인 오토가 학교에서 일으킨 문제 그리고 응급의 인 자신의 커리어에 치명적인 실수 등이 얽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하지만 조용하고 평화로우리라 예상했던 섬에서의 생활은 이내 두렵고 섬뜩한 것이 된다.
그들의 옆집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또 다른 이웃이 죽은 피해자와 세이디가 거칠게 몸싸움을 하는 걸 보았다는 증언을 함으로써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된다.
문제는 세이디는 결코 그런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죽은 피해자와 제대로 말 한번 나눈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웃은 왜 그런 거짓 증언을 한 걸까?
그들의 증언은 세이디로 하여금 더욱 불안하고 예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는데 사실 그녀는 이따금씩 자신이 하지 않은 일로 사람들의 오해를 종종 사곤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오토가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 역시 오토는 엄마의 조언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지만 세이디는 절대로 그런 사실이 없었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는데 두 사람의 증언을 보면 누구의 말이 맞는 건지 헷갈린다.
자식에게 그렇게 위험하고 폭력적인 조언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들이 굳이 모두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고... 이런 딜레마를 선뜻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또 다른 화자인 카밀이라는 존재다.
그녀는 이 가족을 은밀히 주시하고 스토킹하는 걸 서슴지 않는다.
이 책은 이렇게 세이디와 카밀이라는 여자의 시선 그리고 6살의 양모에게 학대받는 마우스의 시점으로 나눠져 있다.
특히 카밀은 세이디와 같이 산 적도 있는 관계로 세이디를 항상 질투하고 그녀가 자신의 것 그중에서도 특히 윌을 빼앗겼다고 생각해 엄청난 앙심을 품고 있는 존재다.
그래서 은밀히 윌에게 우연을 가장해 접근해서 그와 불륜을 즐기고 있는 걸로 부족해 그녀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기 위해 이 가족 주위를 은밀히 맴돌고 있는데 그 모습이 사뭇 위험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낯선 곳에서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도 전에 모두에게서 의심스러운 시선을 받는 걸로 모자라 스스로의 기억에도 어딘가 문제가 있는 듯한 세이디... 그녀의 상태 때문에라도 그녀의 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주변을 맴도는 위험한 여자 카밀
사실 이런 포맷은 그다지 낯설지 않다.
어딘지 날카롭고 예민해서 신경이 불안정한 여자가 있고 그녀의 주변에 뭔가 의심스러운 일들이 벌어지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은 믿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녀의 정신을 의심한다. 왜냐하면 그녀에겐 알코올 문제나 약물 문제 같은 누가 봐도 그녀의 말을 선뜻 믿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사건이 벌어지면 그녀의 의심이 모두 맞는 말임이 드러나지만 이미 늦은 후라는 뭐 이런 시놉들은 특히 심리 스릴러에 자주 등장한다.
세이디 역시 그런 주인공들의 특성과 맞아떨어진다.
어딘지 불안정한 모습 전문직이면서도 선뜻 신뢰가 가지 않고 가장 믿고 도움이 되어줘야 할 가족의 불화...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부족한 확신 등...
심리 스릴러의 특징을 잘 잡아 잔인한 장면이 나오거나 살인 현장의 섬뜩한 묘사 없이도 서서히 높아지는 긴장감과 은밀히 하나씩 드러나는 비밀로 인한 압박감은 한 눈 팔지 않게 하는 몰입감을 준다.
과연 이 가족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가독성도 좋았고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재밌게 읽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