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 독자
막스 세크 지음, 한정아 옮김 / 청미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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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식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기억할 영화 원초적 본능

그 영화에서 샤론스톤이라는 엄청나게 섹시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잔인한 살인마로 나와 사람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는데 그 방법이라는 게 참으로 기발한 게 자신이 쓴 소설 작품의 내용과 똑같은 방법으로 살해한다.

당연히 이 우연을 단순하게 바라보지 않는 경찰들이 그녀를 임의동행해서 온갖 방법으로 추궁하지만 오히려 그런 그들을 비웃듯 유유히 여유롭게 그들을 비웃으며 그 상황을 빠져나오고 완전범죄에 가까운 범행을 계속해나간다는 뭐 그런 자극적인 내용인데 워낙 유명한 그 씬... 심문하는 경찰들 앞에서 여유롭게 다리를 꼬는 그 장면은 원초적 본능의 대표적인 시그니처가 되었다.

사실 현실에서 살인사건의 대부분은 아는 사람에 의한 게 많다.

그래서인지 교살이나 자창에 의한 살인 등이 대부분이고 소수의 예외적인 방법이 이른바 묻지 마 살인이나 사이코패스 같은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살인이다.

하지만 소설 속의 살인은 그야말로 작가의 상상에 의한 살인이 대부분이고 그래서 누가 더 창의적인 방법 혹은 사람들이 끔찍해하며 기억할 만한 살인의 방법을 모색하다 보니 그로테스크하거나 너무나 잔혹한 방법이 나올 때가 많다.

이 책 모방 독자에서의 살인 역시 끔찍한 방법이 많이 등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에서의 살인은 주인공인 유명 소설가의 베스트셀러 속 장면들을 누군가가 모방해서 저지르고 다니기 때문이다.

유명 작가인 로저 코포넨 이 자신의 작품 홍보를 위해 집을 떠나 있는 동안 아름다운 그의 아내가 섬뜩한 모습으로 살해당한 채 발견되고 범인은 이를 조사하던 형사 니에미의 앞에서 당당히 제 발로 걸어나가는 대범함을 보인다.

이로써 로저는 아내 살해에서 완벽한 알리바이를 보여주지만 집으로 오던 도중 그 역시 함께한 경관과 함께 불에 탄 채 발견된다. 게다가 그의 치아를 모두 뽑고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거한 상태

이 모든 게 로저의 베스트 소설 마녀 3부작 속 소설 속 내용을 제현 한 것이고 앞으로도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거라는 걸 알 수 있지만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죽은 사람들은 서로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를 밝혀내지 못해 수사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이런 때 소설가의 아내의 죽음이 동영상으로 올라오고 놀랍게도 이 영상을 올린 사람이 죽은 줄로 알았던 소설가임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더욱더 종잡을 수 없게 흘러간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 대체로 누가 범인이고 왜 이런 짓을 하는지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는데 이 책은 종반으로 가는데도 좀처럼 왜, 누가 이런 짓을 벌이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점이 특이했다.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의 결말 부분에서 독자를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오히려 이런 낯선 조합이 해가 될 수도 있는데 나에겐 득보다 실이 많은 조합이었다.

좀처럼 이야기 속으로 끌려들어 가기가 쉽지 않았고 덕분에 몰입력이 깨져서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솔직히 시작부터 중간까지는 이 낯선 조합이 신선하게 느껴져 흥미로웠는데 범인의 동기나 목적 부분이 설득력 있게 느껴지지 않아서 몰입을 깨는 역할을 했다고 할지...

주인공 캐릭터 역시 두드러지는 활약을 펼치지 못해서 인상적이지않았다는 점이 내겐 불호로 다가왔다.

어느하나 시원하게 해결되지못한 채 마무리되어서 뒷맛이 깔끔하지 못하다는 게 특히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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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2 - 내 안의 살인 파트너
카르스텐 두세 지음, 전은경 옮김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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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생각지도 못한 데서 웃음을 주고 살인을 저지르는데도 이상하게 공감이 갔던 특이한 캐릭터 비요른을 앞세워 입소문이 좋았던 명상 살인이 드디어 2권이 나왔다.

비록 마피아 같은 위험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었지만 자신은 오히려 지극히 상식적이면서도 소심한 구석까지 있었던 변호사 비요른이 어쩔 수 없는 궁지에 몰려 자신도 모르게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일탈의 과정을 재밌게 풀어놓았던 게 명상 살인의 1편이라면 이번 2편에서는 원래의 모습으로 즉 살인을 저지르기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런 과정... 즉 살인을 저지르고 그걸 들키지 않으려고 연이어 사람을 죽이는 섬뜩할 수 있는 장면들을 가볍고 유쾌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바로 명상이었다.

비요른이 꼬인 문제의 매듭을 풀기 위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명상을 하는 장면과 그 명상을 통해 자신이 저지른 실수의 흔적을 지워갈 수 있는 영감을 떠올리는 부분은 그가 비록 여러 사람을 죽였지만 살인을 예사로 저지르는 범죄자가 아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보통의 사람임을 부각시키는 도구로서 명상이 쓰였다.

하지만 원래가 처음이 어려운 법

이번에도 가족이 간 휴가지에서 다시는 살인을 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과 달리 자신의 화를 돋운 종업원을 골탕 먹이려다 운이 없는 건지 아니면 지독히 운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또다시 사람을 죽이고 말았고 이번에도 목격자는 아무도 없어 완전범죄가 된다.

사소한 것에서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자신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자각한 비요른은 다시 한번 명상 수업을 듣고 이번에도 자신의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의 내면에 어릴 적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 채 자라지 못하고 있는 내면의 아이라는 존재를 자각한 것...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바로 내면아이 때문이었다.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소망은 별거 아닌 걸로 취급받는 것에 익숙했던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본 후 자신이 왜 그토록 상대방이 원하는 걸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먼저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는지 왜 아내에게 공감받고 싶어 했는지 모든 것의 해답을 얻게 된다.

그리고 자신 속의 상처받은 아이의 모습을 한 내면아이의 조언과 충고대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꼬일 대로 꼬였던 문제들이 엉뚱하지만 나름대로 풀려나가는 과정이 재미있게 그려져있다.

여기엔 언젠가부터 모든 문제의 근원은 어릴 적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부모 혹은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의 트라우마 때문이고 내 잘못이 아니라는 정신의학계의 트렌트라고 할지 분위기를 비꼬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책에서도 내면 아이라는 존재가 더 이상 살인을 원하지 않고 폭력을 원하지 않는 비요른을 다그치고 성질을 폭발시켜 그로 하여금 원치 않는 문제를 일으키도록 하는 모든 문제의 근원처럼 그려놓아 비요른으로 하여금 면죄부를 주고 있다. 그가 원해서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게 아닌 것처럼...

물론 이번에도 비요른의 손에는 피 한 방울 묻지 않았다.

그저 상황에 맞게 적절한 대처와 적절한 거짓말을 섞고 그를 대신해 줄 적당한 사람을 찾았을 뿐...

이 외에도 환경을 보호하고 지구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압박하고 불편하게 만들면서 자신의 불편함을 참을 수 없어하는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대한 통렬한 비꼼도 흥미롭다.

첫 편처럼 연이은 사건사고가 벌어지는 게 아니라 비요른이 내면 아이의 존재를 깨닫고 과거를 직시하며 자신 안의 폭력성을 자각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 다소 느슨한 감이 있지만 특유의 유쾌함과 기발함,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의 흥미로움은 여전하다.

여기에 유치원을 경영하면서 만나게 되는 말도 안 되는 진상 학부모를 세치의 혀로 격침시키는 유쾌함까지...

과연 폭력적이고 성장하지 않은 내면아이를 품고 있는 비요른이 다음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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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스트
B. A. 패리스 지음, 박설영 옮김 / 모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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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살인사건이 나오거나 잔인하기 그지없는 살인마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우리의 일상의 빈틈을 뚫고 들어와 그 속에 의심과 두려움을 표현하는 데 재주가 있는 듯한 B.A 패리스는 확실히 여성 스릴러 작가들이 가진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범죄자의 범죄행각이나 그런 범죄자를 추적하는 경찰의 이야기도 무척 재밌지만 그런 소설 속의 사건 같은 건 사실 내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지 않는 것을 관객의 입장에서 보는 재미라고 한다면 그녀가 쓰는 소설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재로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스릴을 준다.

그래서 주인공들이 느끼는 공포와 두려움이 더 와닿는다.

비하인드 도어라는 데뷔작 같지 않은 뛰어난 작품으로 혜성처럼 등장해 심리 스릴러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준 작가의 최신작 테라피스트 역시 일상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경험했거나 경험해 볼 수 있는 익숙한 소재... 이사 간 새집에서 생길 수 있는 에피소드와 살인사건이라는 조합으로 그녀 특유의 스릴감을 느끼게 해준다.

런던의 고급 진 주택단지에 한 커플이 새롭게 이사 온다.

보안이 철저하고 삶이 여유로운 사람들 특유의 너그러움과 여유가 느껴지는 이곳이 마음에 들지만 왠지 자신의 집은 어딘지 꺼려지는 앨리스

그녀는 이곳 생활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연인인 레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들이 파티를 해 주민들을 모으지만 그날의 파티에 주민들이 아닌 낯선 사람이 방문했었음을 깨닫고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불안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

왜냐하면 낯선 사람을 본 사람은 앨리스가 유일했기 때문...

게다가 레오가 그들의 침실에 누군가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 뒤로 더더욱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앨리스에게 그날 집들이 파티에 참가한 후 홀연히 사라졌던 문제의 그 남자가 접근해와 충격적인 이야기를 한다.

이 집의 전 주인이 침실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했고 범인인 남편마저 자살했다는... 누가 들어도 섬뜩한 이야기에 앨리스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더욱 놀랐던 건 이 모든 사실을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런 엄청난 사실을 자신에게 한마디 말조차 하지 않은 연인 레오에 대한 배신감이 느껴지면서 두 사람 사이에도 틈이 벌어진다.

앨리스가 이 살인사건을 더욱 끔찍하게 느끼는 건 죽은 여자의 이름이 니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한순간의 사고로 부모님과 함께 자신의 곁을 떠난 언니의 이름이 바로 니나였기 때문인데... 이 모든 연결에서 어떤 운명의 힘을 느끼는 앨리스는 유일하게 자신에게 진실을 말해줬던 낯선 남자를 도와 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녀가 사건에 대해 질문하면 할수록 마을 사람들의 태도가 이상해진다.

마치 모두가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지 않거나 피하기 일쑤고 심지어는 그 사건에 대해 캐묻고 다닌다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전 주인인 니나와 올리버를 알면 알수록 그녀의 죽음에는 뭔가 의심스러운 점이 있었고 그런 면에서 보면 주민들 모두가 의심스러운 앨리스... 게다가 이런 그녀의 의심을 돕는 결정적인 한 방은 그녀에게 아무도 믿지 말라고 속삭여준 이웃집 노부인이었다.

앨리스의 시선에서 보면 분명 니나가 살해된 사건은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고 주민들의 태도 역시 수상한 부분이 많지만 다른 시선 즉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앨리스의 태도 역시 어딘지 정상적이지 않다.

누군가를 의심할 수는 있어도 그녀의 의심은 뭔가 뚜렷한 증거나 단서에 의지한다기보다는 하나의 작은 사실을 바탕으로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더하고는 그걸 사실처럼 느껴 모두를 의심한다.

전형적인 망상증 환자의 모습인데 당연히 이런 앨리스의 행동은 모두에게 거부감을 불러오고 이제 그녀는 연인이었던 레오를 비롯해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낯선 곳으로 이사를 갔을 때 느낄 수 있는 혼자라는 고립감이나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과 불안감을 앨리스라는 예민하고 불안증이 있는 주인공을 통해 그 감정들을 더욱 극대화하고 여기에다 살인사건이라는 자극적이지만 인기 있는 소재를 섞어 놓아 서서히 압박해 들어오는 긴장감을 잘 살린 작품이었다.

작가는 늘 평범하거나 흔한 소재임에도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두려움과 공포의 순간을 제대로 표현하는 데 탁월한 솜씨를 지닌 것 같다.

이상하게도 주인공인 앨리스의 입장만이 아니라 그녀로부터 의심을 받았던 주민들의 입장도 이해가 가는 걸 보면 일방적인 피해자라는 건 없고 각자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말이 진리가 아닐까 싶다.

주인공에게 완전히 공감하지 않으면서도 몰입해서 보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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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황무지
S. A. 코스비 지음, 윤미선 옮김 / 네버모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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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세가 밀리고 독촉 전화가 오고 처리할 각종 세금이나 공과금을 못 낼 정도의 힘든 상황이 올 때

보통의 사람들은 돈을 빌리려고 애쓰거나 지금 하는 일 말고 또 다른 일을 찾아 투잡을 한다거나 등등 나름의 수단을 찾는다.

하지만 쉽게 돈을 벌어본 경험이 단 한 번이라도 있는 범죄자라면... 그 사람이 지금 아무리 개과천선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할지라도 순식간에 예전의 생활로 돌아간다.

상황이 어쩔 수 없다거나 아니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자신을 속인다. 이번 딱 한 번만이라고...

이런 점이 범죄 전과자가 손을 씻기가 힘든 이유다. 다른 방법을 찾아 뼈를 깎는 노력을 하기보다 그저 한 번 만이라며 자신을 속이고 자신의 양심을 속이고 가까운 사람을 실망시키며 쉬운 방법을 찾는다.

이 책의 주인공 보러가드 역시 위기 상황에 처할 때까지는 아내와 아이들을 키우며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하는 평범한 가장처럼 보였다.

어린 시절 잠깐 교도소에 다녀온 후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잘 살아오고 있는 듯했지만 그 역시 위기의 상황이 오자 어쩔 수 없는 전과자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밀린 집세와 각종 세금, 엄마의 밀린 병원비, 딸아이의 대학 입학금 등등 돈 들어갈 곳은 천진데 그의 정비소는 경쟁업체가 생긴 이후로 줄곧 내리막이다.

자신의 특기를 살려 불법 자동차 경주에 나가기도 하지만 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가진 돈을 잃는 경험을 하면서 굳었던 그의 결심도 무너진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예전에 잠깐 같이 일했던 동료가 찾아와 보석상 털이를 제안하자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러가드는 이번 한 번만 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강도 짓을 벌일 보석상 주변을 미리 답사하고 도로 사정을 점검하는 등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계획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실수를 범한다.

첫 번째가 도주 경로며 도로 사정까지 살펴볼 정도로 모든 것을 꼼꼼하고 세밀하게 계획하는 그가 정작 가장 중요한 같이 할 동료에 대해 부주의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와 함께 보석상을 털 사람 중 한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고 예전 동료의 말만 믿고 함께 하기로 하는 모습은 부주의함을 넘어 어리석어서 이 계획의 끝을 안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또 다른 그의 실수는 보석상에 있기엔 너무 많은 다이아몬드의 출처를 한 번도 의심하지 않은 점이었다.

정상적인 경로라면 그 보석상이 감당할 수 없을 양이라는 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데 그는 그 부분 역시 그냥 넘어가 스스로를 덫에 걸리게 한다.

그리고 범행 당일 이런 복잡한 일을 감당할 수 없는 동료들은 실수를 연발하지만 보러가드만이 특유의 드라이버 실력으로 쫓아오는 경찰과 경찰차를 따돌리는 데 성공한다.

돈을 나누고 숨을 돌린 것도 잠시 그 들의 뒤를 쫓는 자가 나타난다.

그들의 뒤를 쫓는 사람들은 사정 따윈 봐주지 않았고 덕분에 이제 보러가드는 그날의 결정으로 가족까지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다.

보러가드가 처한 상황에 대한 설명 즉 그가 왜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그가 선택을 한 이후로의 진행은 쏜살같은 스피드를 보여준다.

특히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로를 질주하고 끊어진 다리를 엄청난 스피드로 넘어가는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같이 박진감이 느껴졌다.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과정이지만 그 과정에서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의 마음이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자신의 딸과 아들에게 자신과 같은 삶... 선택할 기회조차 없는 삶이 아닌 제대로 배우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살게 하고 싶었던 아빠의 마음이었다는걸...

하지만 범행에 발을 담그면서 자신의 가족은 무사할 거라 믿는 그의 안일함이랄지 순진할 정도로 어리석음은 결국 누가 되었던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는 걸 알기에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된다.

자동차 엔진의 거친 음과 엄청난 속도의 차가 내뿜는 연기 그리고 아무도 없는 거친 황무지를 쏜살같이 달려가는 한 남자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어쩌면 그가 원한 건 자신을 붙잡는 가족이나 의무 같은 속박 없이 어디든 마음껏 달리는 자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총격 신도 그렇고 추격신이며 경찰을 따돌리는 방법은 사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봐온 익숙한 장면들이었지만 그걸 글로써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치며 스릴 있게 묘사된 걸 읽는 건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은 것처럼 묘사하는 것... 그게 작가의 필력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 작가 S.A 코스비가 왜 그렇게 많은 상을 수상했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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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정윤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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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영화를 보면 형사로 특정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딘지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버버리 코트를 입고 중절모를 쓴 채 입에는 담배를 물고 거침없이 총을 빼서 나쁜 놈을 쏘는...

한마디로 마초 같은 느낌이 강했는데 그 모습이 어릴 때에는 참 멋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들은 설령 여자가 매춘부나 혹은 범인이라 할지라도 마구 거칠게 대하지 않고 숙녀처럼 대접을 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그녀들을 대하는 대신 악당을 처단할 때는 거리낌 없이 총을 쏘고 주먹을 날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누아르물에 특화된 챈들러의 작품 속 형사나 탐정의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의 전형이 아닐까 싶다.

하드 보일러 물이나 크라임 스릴러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챈들러는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 살인의 예술은 그중에서도 흔히 보지 못했던 그의 단편을 모아놓은 책이다.

여기서는 5편의 단편을 모아놓았는데... 역시 탐정이 주인공이고 무대의 대부분은 호텔

그리고 어김없이 대화보다 총질을 많이 해댄다.

쇠락해가는 밤 풍경에 대한 묘사나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에 대한 묘사도 세심하게 묘사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음악이 나오거나 묘사되지 않아도 왠지 재즈가 어울리는 밤에 대한 묘사는 마치 영화처럼 감각적이다.

그런 곳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의 모습과 이름은 달라도 그들 모두에게서는 어딘지 염세적이면서도 거친 남자의 냄새가 풍긴다.

챈들러의 소설은 이렇게 남자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그의 소설 속 여자라는 존재의 의미는 남자들의 살인의 목적이나 도구로서 혹은 남성성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서 존재할 뿐... 대부분 큰 역할이 아니다.

황금 옷을 입은 왕에서도 그랬다.

재즈 연주자로서는 최고지만 여자를 밝히고 아무렇게나 버리는 남자... 그리고 그런 남자의 주변에는 불나방처럼 여자들이 달려든다.

대부분은 그의 돈을 보고서지만 누군가는 그에게 마음을 줬다 상처를 입기도 한다.

호텔의 야간 경비로 일하는 남자는 그가 벌이는 소동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자릴 잃었고 재즈 연주자는 또 다른 여자의 집에서 총에 맞아 죽는다. 마치 자살한 것처럼 혹은 그 집의 여자에게 당한 것처럼...

그리고 탐정은 그 여자의 말을 믿고 그녀의 의뢰를 받아 범인을 찾는다.

누구라도 그녀가 제일 의심스러운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말을 믿는다.

요즘의 시선에선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챈들러의 소설에서는 가능하다.

3편 사라진 진주 목걸이에서는 약혼자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사라진 노부인의 진주 목걸이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5편 중 가장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약혼자를 대하는 그의 모습에서 약혼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사건 해결의 과정이 다른 작품보다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챈들러의 작품은 살인의 방법이나 살해의 목적 같은 데 디테일하게 모든 초점을 맞춘 요즘의 작품과 달리 분위기로 몰아가고 복잡한 인물의 내면에 치중하지 않는다. 어쩌면 챈들러가 작품 활동을 하던 시기는 살인의 목적이나 이유가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고 오히려 본능에 더 충실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복수를 위해 혹은 싸움을 하다 화가 나거나 수가 틀리면 대화보다 먼저 주목을 휘두르거나 총을 쏜다. 즉각적이다.

복잡한 과정의 생략은 군더더기 없는 작품으로 만들지만 독자의 시선에선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누아르 영화처럼 느껴진달지...

짧은 중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어 읽기에 부담이 없다.

누아르물을 처음 접하는 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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