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황무지
S. A. 코스비 지음, 윤미선 옮김 / 네버모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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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세가 밀리고 독촉 전화가 오고 처리할 각종 세금이나 공과금을 못 낼 정도의 힘든 상황이 올 때

보통의 사람들은 돈을 빌리려고 애쓰거나 지금 하는 일 말고 또 다른 일을 찾아 투잡을 한다거나 등등 나름의 수단을 찾는다.

하지만 쉽게 돈을 벌어본 경험이 단 한 번이라도 있는 범죄자라면... 그 사람이 지금 아무리 개과천선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할지라도 순식간에 예전의 생활로 돌아간다.

상황이 어쩔 수 없다거나 아니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자신을 속인다. 이번 딱 한 번만이라고...

이런 점이 범죄 전과자가 손을 씻기가 힘든 이유다. 다른 방법을 찾아 뼈를 깎는 노력을 하기보다 그저 한 번 만이라며 자신을 속이고 자신의 양심을 속이고 가까운 사람을 실망시키며 쉬운 방법을 찾는다.

이 책의 주인공 보러가드 역시 위기 상황에 처할 때까지는 아내와 아이들을 키우며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하는 평범한 가장처럼 보였다.

어린 시절 잠깐 교도소에 다녀온 후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잘 살아오고 있는 듯했지만 그 역시 위기의 상황이 오자 어쩔 수 없는 전과자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밀린 집세와 각종 세금, 엄마의 밀린 병원비, 딸아이의 대학 입학금 등등 돈 들어갈 곳은 천진데 그의 정비소는 경쟁업체가 생긴 이후로 줄곧 내리막이다.

자신의 특기를 살려 불법 자동차 경주에 나가기도 하지만 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가진 돈을 잃는 경험을 하면서 굳었던 그의 결심도 무너진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예전에 잠깐 같이 일했던 동료가 찾아와 보석상 털이를 제안하자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러가드는 이번 한 번만 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강도 짓을 벌일 보석상 주변을 미리 답사하고 도로 사정을 점검하는 등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계획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실수를 범한다.

첫 번째가 도주 경로며 도로 사정까지 살펴볼 정도로 모든 것을 꼼꼼하고 세밀하게 계획하는 그가 정작 가장 중요한 같이 할 동료에 대해 부주의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와 함께 보석상을 털 사람 중 한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고 예전 동료의 말만 믿고 함께 하기로 하는 모습은 부주의함을 넘어 어리석어서 이 계획의 끝을 안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또 다른 그의 실수는 보석상에 있기엔 너무 많은 다이아몬드의 출처를 한 번도 의심하지 않은 점이었다.

정상적인 경로라면 그 보석상이 감당할 수 없을 양이라는 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데 그는 그 부분 역시 그냥 넘어가 스스로를 덫에 걸리게 한다.

그리고 범행 당일 이런 복잡한 일을 감당할 수 없는 동료들은 실수를 연발하지만 보러가드만이 특유의 드라이버 실력으로 쫓아오는 경찰과 경찰차를 따돌리는 데 성공한다.

돈을 나누고 숨을 돌린 것도 잠시 그 들의 뒤를 쫓는 자가 나타난다.

그들의 뒤를 쫓는 사람들은 사정 따윈 봐주지 않았고 덕분에 이제 보러가드는 그날의 결정으로 가족까지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다.

보러가드가 처한 상황에 대한 설명 즉 그가 왜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그가 선택을 한 이후로의 진행은 쏜살같은 스피드를 보여준다.

특히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로를 질주하고 끊어진 다리를 엄청난 스피드로 넘어가는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같이 박진감이 느껴졌다.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과정이지만 그 과정에서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의 마음이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자신의 딸과 아들에게 자신과 같은 삶... 선택할 기회조차 없는 삶이 아닌 제대로 배우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살게 하고 싶었던 아빠의 마음이었다는걸...

하지만 범행에 발을 담그면서 자신의 가족은 무사할 거라 믿는 그의 안일함이랄지 순진할 정도로 어리석음은 결국 누가 되었던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는 걸 알기에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된다.

자동차 엔진의 거친 음과 엄청난 속도의 차가 내뿜는 연기 그리고 아무도 없는 거친 황무지를 쏜살같이 달려가는 한 남자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어쩌면 그가 원한 건 자신을 붙잡는 가족이나 의무 같은 속박 없이 어디든 마음껏 달리는 자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총격 신도 그렇고 추격신이며 경찰을 따돌리는 방법은 사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봐온 익숙한 장면들이었지만 그걸 글로써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치며 스릴 있게 묘사된 걸 읽는 건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은 것처럼 묘사하는 것... 그게 작가의 필력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 작가 S.A 코스비가 왜 그렇게 많은 상을 수상했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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