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살인 2 - 내 안의 살인 파트너
카르스텐 두세 지음, 전은경 옮김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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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생각지도 못한 데서 웃음을 주고 살인을 저지르는데도 이상하게 공감이 갔던 특이한 캐릭터 비요른을 앞세워 입소문이 좋았던 명상 살인이 드디어 2권이 나왔다.

비록 마피아 같은 위험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었지만 자신은 오히려 지극히 상식적이면서도 소심한 구석까지 있었던 변호사 비요른이 어쩔 수 없는 궁지에 몰려 자신도 모르게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일탈의 과정을 재밌게 풀어놓았던 게 명상 살인의 1편이라면 이번 2편에서는 원래의 모습으로 즉 살인을 저지르기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런 과정... 즉 살인을 저지르고 그걸 들키지 않으려고 연이어 사람을 죽이는 섬뜩할 수 있는 장면들을 가볍고 유쾌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바로 명상이었다.

비요른이 꼬인 문제의 매듭을 풀기 위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명상을 하는 장면과 그 명상을 통해 자신이 저지른 실수의 흔적을 지워갈 수 있는 영감을 떠올리는 부분은 그가 비록 여러 사람을 죽였지만 살인을 예사로 저지르는 범죄자가 아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보통의 사람임을 부각시키는 도구로서 명상이 쓰였다.

하지만 원래가 처음이 어려운 법

이번에도 가족이 간 휴가지에서 다시는 살인을 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과 달리 자신의 화를 돋운 종업원을 골탕 먹이려다 운이 없는 건지 아니면 지독히 운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또다시 사람을 죽이고 말았고 이번에도 목격자는 아무도 없어 완전범죄가 된다.

사소한 것에서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자신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자각한 비요른은 다시 한번 명상 수업을 듣고 이번에도 자신의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의 내면에 어릴 적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 채 자라지 못하고 있는 내면의 아이라는 존재를 자각한 것...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바로 내면아이 때문이었다.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소망은 별거 아닌 걸로 취급받는 것에 익숙했던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본 후 자신이 왜 그토록 상대방이 원하는 걸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먼저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는지 왜 아내에게 공감받고 싶어 했는지 모든 것의 해답을 얻게 된다.

그리고 자신 속의 상처받은 아이의 모습을 한 내면아이의 조언과 충고대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꼬일 대로 꼬였던 문제들이 엉뚱하지만 나름대로 풀려나가는 과정이 재미있게 그려져있다.

여기엔 언젠가부터 모든 문제의 근원은 어릴 적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부모 혹은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의 트라우마 때문이고 내 잘못이 아니라는 정신의학계의 트렌트라고 할지 분위기를 비꼬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책에서도 내면 아이라는 존재가 더 이상 살인을 원하지 않고 폭력을 원하지 않는 비요른을 다그치고 성질을 폭발시켜 그로 하여금 원치 않는 문제를 일으키도록 하는 모든 문제의 근원처럼 그려놓아 비요른으로 하여금 면죄부를 주고 있다. 그가 원해서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게 아닌 것처럼...

물론 이번에도 비요른의 손에는 피 한 방울 묻지 않았다.

그저 상황에 맞게 적절한 대처와 적절한 거짓말을 섞고 그를 대신해 줄 적당한 사람을 찾았을 뿐...

이 외에도 환경을 보호하고 지구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압박하고 불편하게 만들면서 자신의 불편함을 참을 수 없어하는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대한 통렬한 비꼼도 흥미롭다.

첫 편처럼 연이은 사건사고가 벌어지는 게 아니라 비요른이 내면 아이의 존재를 깨닫고 과거를 직시하며 자신 안의 폭력성을 자각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 다소 느슨한 감이 있지만 특유의 유쾌함과 기발함,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의 흥미로움은 여전하다.

여기에 유치원을 경영하면서 만나게 되는 말도 안 되는 진상 학부모를 세치의 혀로 격침시키는 유쾌함까지...

과연 폭력적이고 성장하지 않은 내면아이를 품고 있는 비요른이 다음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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