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핸드 - 천재 형사의 뉴욕 마피아 소탕 실화
스테판 탈티 지음,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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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형사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다는 문구만 보고 좋아하는 누아르 장르물이라 생각해서 선택했는데 알고 보니 실화를 소설로 각색한 작품이었다.

실제 사건을 마치 르포처럼 풀어놓은 작품이기에 자칫 지루할 수 있을 거라는 우려와 달리 격동하는 시대의 분위기와 미국에서의 타민족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당시 미국의 모습도 생생하게 그려서 흥미진진했다.

이 책은 180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미국 전역에서 악명을 떨쳤던 이탈리아 범죄조직인 이른바 검은손 조직과의 승부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조지프 페트리시노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뭐든 한번 보면 절대로 잊지 않는 놀라운 기억력의 소지자이자 범죄자의 행동반경을 예측해 잠복해서 기어이 잡고야 마는 끈기를 가졌으며 또한 변장을 했을 때 주변 사람들도 몰라볼 정도로 탁월한 변장술 솜씨를 가졌던 페트리시노는 1세대 이민 세대들이 대부분 그렇듯 제대로 된 정규교육을 받지 못해 최종학력은 초등학교 6학년이다.

먹고살기 위해 어린 나이부터 생업에 뛰어들어 온갖 굳은 일을 하다 우연한 기회에 경찰이 되지만 당시 경찰 조직은 같은 이민자지만 이미 미국에서 어느 정도 터를 잡은 아일랜드계가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어서 그가 설자리는 없었다.

게다가 당시 이탈리아인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선은 혐오와 경멸뿐이었고 온갖 차별을 당연시하는 시대였기에 이탈리아인 최초로 경찰이 된 그가 가는 길은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전국에서 최초의 이탈리아계 경찰이 되었지만 그를 뒷받침해 주거나 믿어주기는커녕 여기서도 철저히 아웃사이더가 되었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제2의 조국이 된 미국을 위해 헌신하게 된다.

자신이 거리에서 잡일을 할 때 이미 같은 이탈리아 동포들을 위협해 돈을 뜯고 갈취를 일삼는 세력이 있음을 봤던 그가 그들에게 위협받는 동포를 위해 그들을 제거하기로 결심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놀랍게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들조차 그를 의지하기보다 침묵하는 방법을 택한다.

어느새 조직은 세를 키우고 스스로를 검은손 협회라 칭하는 이들은 악행을 저지르는 데 거침이 없었다.

돈이 되는 거라면 납치를 비롯해 감금, 폭행, 살인 등 어떤 짓도 불사하는 그들의 행동에 겁을 먹은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데로 돈을 지불하고 침묵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그들은 자신들을 돕지 않는 미국 경찰들보다 근처에서 자신들을 겁박하고 위협하는 검은손 조직이 더 무서웠던 것

당시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미국에서의 위치를 볼 때 그들의 선택을 마냥 어리석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아무도 그들을 제대로 대접하기는커녕 인간 취급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경찰 역시 아일랜드계가 장악하고 있어 경찰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은 처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은 손 조직의 횡포가 갈수록 포악해질 거라는 걸 짐작했던 페트리시노는 그들이 세력을 확장하면 이탈리아 동포만이 아닌 전 미국인을 상대로 이 같은 짓을 할 거라는 경고를 계속했고 마침내 범죄조직의 확장이 눈에 띄는 형세를 보이자 그가 원하던 이탈리아인들로 구성된 경찰 조직을 얻는데 성공한다.

불과 6명의 인력이었고 제대로 된 사무실조차 없었지만 그들이 거둔 성과는 빛났다.

물론 안타까운 부분 역시 많았다.

동포들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 제대로 된 도움을 받기 힘들었고 무엇보다 피해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사람조차 없어 간신히 검거해도 재판에서 쉽게 풀려나기 일쑤인 상황이지만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끈기와 집념으로 하나둘씩 사건을 해결하는 불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이런 노력의 결과는 그가 아닌 그의 사후에 그로부터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 의해 비로소 빛을 발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 된다.

그가 걸어온 발자취를 더듬어 사건을 해결하고 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글을 읽으면서 그가 얼마나 미국과 이탈리아를 사랑했는지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어느 뛰어난 형사의 업적에 머무르지 않고 당시 미국 사회에서의 이민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차별의 정도 그리고 같은 이민자들끼리의 알력과 같은 정치적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작은 조직에 불과했던 검은 손 협회가 서로 기삿거리를 뺏기지 않으려는 언론의 자극적인 기사로 점점 더 조직화가 확장되었다는 점등을 제대로 짚어낸 점은 이 책을 자전소설을 넘어 범죄역사를 기록한 기록물로 봐도 될 듯 하다.

어지럽던 시대에 태어나 타고난 재능을 보였던 작은 거인 페트리시노를 기억하게 만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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