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01~08 세트 - 전8권 전지적 독자 시점 1
싱숑 지음 / 비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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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 좀 읽는 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했던 그 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이 책으로 나왔다.

워낙 방대한 양이라 호평이 이어져도 선뜻 손이 안 갔던 것도 사실

아무리 이북이나 전자책이 편리하다 해도 너무 많은 양은 역시 종이책으로 읽는 게 편한 이유도 있었고 판타지 장르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던 내 취향도 한몫했었다.

어쨌든 종이책으로 나온 전지적 독자 시점이 내 손에 들어왔고 들어온 이상 열심히 읽을 수밖에...

주인공 김독자는 이름부터 독자 즉 책을 읽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별다른 비전도 없이 직장을 다니면서 친구도 없는 그에게 유일한 낙은 아무도 보는 사람 없는 오로지 그만이 유일한 독자인 웹 소설 `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을 보는 것이었다.

어느 날 그 소설이 완결되고 그 소설을 쓴 작가로부터 <멸망 이후의 세계>라는 파일을 받으면서 세상은 한순간에 변해버린다.

마치 게임 속 그것처럼 변해버린 세상에서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아는 사람은 김독자뿐

그리고 그런 그를 시험하듯 지하철 안에서 벌어지는 난장판 같은 세상에서 그는 원래의 이야기와 다른 선택을 하면서 앞으로의 전개를 뒤틀어버린다.

초반의 전개는 매번 마치 게임같이 전개된다.

도깨비라는 게임의 가이드 같은 존재가 나타나 게임의 방식을 설명하고 난이도를 알려주면서 성공할 때 코인으로 보수를 준다든지 하는 방식은 굳이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익숙한 방식... 그리고 갈수록 난이도는 높아지고 처리해야 하는 존재의 모습이나 그것이 가진 능력치는 다르지만 여전히 처리해야 하는 방식은 같다.

그래서 왜 이 소설이 그토록 많은 사람에게 인기가 있고 열광하는지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굳이 말하자면 인기 있는 게임을 글로 옮긴 느낌이었달까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고 주인공인 독자가 점점 변해가면서 이야기도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의 평범했던 즉, 살아남기 위해선 다른 사람이 처한 곤경을 모른척하는 걸로 부족해 스스로 선택해서 자신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만 구하던 걸 당연시 여겼던 청년 독자는 어느샌가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죽기를 불사하지 않고 소멸될 수 있을 위험도 감수하는 정의로운 청년으로 거듭난다.

김독자가 서서히 변했듯이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인 유중혁 또한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몇 번이나 회귀하면서 처음의 정의롭던 청년에서 어느새 목표 즉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선 모든 것으로부터 감정을 없애고 초월해져서 마치 사이코패스와 같은 모습을 보였던 유중혁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이자 자신과 가장 많이 닮아있는 독자의 행보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도깨비들이 채널을 열어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인간들의 모습을 생중계하고 그들이 처절하게 싸우면 싸울수록 열광하는 성좌와 신... 그들에게는 인간이 느끼는 슬픔과 고통, 두려움, 분노 등 이 모든 것이 그저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성좌와 신들의 존재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대치할 수 있는 인물로 김독자를 내세워 그들이 원하는 대로 순순히 따르지 않을 것을 천명하고 나서면서 긴 파트 1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작가는 넓디넓은 우주에서 만물의 영장이라고 으스대는 인간의 존재는 소설 속의 이야기처럼 한낱 누군가의 재밋거리 속 이야기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범우주적인 시각에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괴물이나 악마와 같은 존재와 이에 대적하는 인물로 사람들이 내세우는 인물은 설화 속 혹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역사 속 인물들이어서 작가가 가진 역사관도 조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거침없이 다른 사람을 해치고 그 사람이 가진 걸 빼앗으면서 정당화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보여준다.

part 1에서는 느닷없이 원래의 세계가 사라지고 난 뒤 혼란 속에서 살아남아 이 세계가 멸망하는 걸 막기 위한 고군분투였다면 part 2에서는 인간들의 반격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래가 그렇지 않은가

멸망하는 세계에서도 살아남아 끈질긴 생명력으로 세계를 멸망시킨 존재에게 저항하는 것... 그게 바로 우리가 아는 우리의 모습인 것처럼...

이미 완결된 소설이어서 결말을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처럼 전체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나와 비슷한 전개를 원하지 않을까?

어쨌든 우리의 주인공 김독자가 과연 멸망하는 이 세계를 어떻게 지켜낼지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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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실 끝의 아이들
전삼혜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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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짝은 새끼손가락 끝에 붉은 실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설화는 어딘지 로맨틱한 구석이 있어서일까 주로 로맨스 소설에서 운명적 상대를 가리킬 때 자주 인용된다.

그래서 이 책 붉은 실 끝의 아이들에 대한 별다른 정보가 없었을 땐 막연히 그런 유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당연하지만 내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갔다.

어쩌면 작가가 노린 게 바로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사람들이 무의식으로 가지고 있는 상식의 파괴...

유리라는 아이는 몇 년째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우울증 약을 처방받고 있지만 자신의 병은 절대로 고칠 수 없다는 걸 안다.

왜냐하면 유리는 단순히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유리는 매일 밤 누군가의 죽음이나 사고를 미리 보면서도 현실에서는 그 어떤 사고나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무력감을 느낀다.

그런 유리의 초능력을 같은 반 아이가 알아보았다.

그 아이의 이름은 시아고 그 아이가 걱정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다소 특이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 둘이서 서로를 알아본 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누군가 유리를 찾아온다.

그 누군가는 바로 또 다른 유리였다.

평행우주 속의 유리들과 다른 우주에서 온 유리 심지어는 인간이 아닌 그 무엇의 존재인 유리... 이렇게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내면은 서로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보는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이렇게 지금의 유리를 찾아온 데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지구를 멸망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을 처리하러 온 것이고 그 제거 대상은 바로 시아였다.

유리는 이런 사실들로부터 도망쳐 시아를 구하고자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기만 할 뿐 아니라 또 다른 자신인 유리들로부터도 도망쳐야 하는 상황이다.

누군가의 걱정을 대신해 줬다는 별다를 것 없는 작은 일이 결국은 지구의 멸망을 가져온다는 발상이 독특하고 다른 차원, 다른 세계에서 온 유리들 역시 같은 고민으로 갈등했지만 그녀들의 선택 역시 제거 대상자였던 엄마가, 쌍둥이 동생이 혹은 사랑하는 연인이 미워서가 아니었음을... 아니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누군가의 손이 아닌 자신들의 손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걸 선택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슈퍼맨이 지구를 거꾸로 돌았듯이 유리와 시아 역시 자신들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붉은 실 끝의 아이들은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하고 평행우주 이론과 초능력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섞어 놓아 독특한 소설로 탄생했다.

과연 유리와 시아는 운명 앞을 거스르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끝까지 궁금증을 가지고 읽게 만든...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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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타프 도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7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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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과 현실이 기묘하게 섞이고 여기에 호러적인 요소를 섞는 등 언제나 크로스 오브를 추구하는 듯한 글을 쓰는 온다 리쿠

그래서 어떨 때는 몹시 현실적이구나 싶다가도 어딘가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환상이 섞여 들어가 그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원래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식의 온다 리쿠식 전개는 호불호가 좀 갈리는 듯 하지만 그게 또 작가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 책 에피타프 도쿄는 특히 그런 특징이 더 두드러지는데 하나의 스토리로 전체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소설가 k가 자신의 희곡인 에피타프 도쿄를 집필하기 위해 도쿄의 이곳저곳을 배회하면서 보이는 데로 느끼는 데로 글을 쓰는가 하면 자칭 흡혈귀라 하는 요시야의 이야기도 k의 시선에서 보는 요시야의 이야기뿐 아니라 요시야의 관점에서 쓴 이야기도 있고 여기에 매번 모여서 자선을 위한 음식을 하는 것처럼 위장한 여성살인청부업자들의 이야기를 희곡처럼 쓴 글도 공존하고 있어 혼란을 더해준다.

도대체 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구조는 뭘 위한 걸까 헷갈리도록 여러 장르와 이야기를 혼합해놨는데 읽다 보면 나름의 질서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k와 요시야 두 사람의 일상의 이야기를 담은 게 피스이고 요시야의 시점에서의 풀어놓은 게 드로잉 그리고 k의 희곡인 여성 살인청부업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게 바로 에피타프 도쿄로 분류되고 있다.

피스의 글들은 도쿄 이곳저곳을 다니며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쓴 글이 대부분이라 마치 에세이를 보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도쿄 이곳저곳을 보면서 혹은 다른 곳을 여행하면서 느끼는 감정이 진솔하게 드러나 있어 여행기나 에세이처럼 읽어도 괜찮은 글들이 태반이었다면 스스로를 흡혈귀라고 하는 요시야의 이야기를 담은 드로잉은 요시야라는 존재 자체처럼 현실의 이야기가 아닌 환상과 sf 적인 요소가 잘 섞인 소설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감각적이게도 다른 색상으로 나눠놓아서 마치 다른 책을 읽는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그리고 가장 대중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 에피타프 도쿄 속 여성 살인청부업자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흥미로운 소재지만 소설가 k 가 쓴 희곡이라는 설정으로 이야기 속 이야기라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마치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 데 묶어놓은 듯 각각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에피타프 도쿄

전형적인 온다 리쿠의 소설이면서도 새로움을 보여주는... 익숙하면서도 낯선듯한 묘한 매력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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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인데 인생역전 1
장탄 지음 / 비스토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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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에서 주는 선입견이 강했던 책이다.

뭔지 장난스럽고 살짝 유치하게 느껴져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어라~ 초반부터 빠른 전개와 스토리는 단숨에 몰입하게 했다.

알고 보니 문피아에서 상당히 인기를 끌어 760만 뷰를 달성했던 소설이라는 데 읽어보면 어느 정도 그 인기를 납득하게 된다.

무겁지 않은 소재, 빠른 전개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 꿈꿔왔던 인생 역전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어 가독성도 좋다.

일단 주인공인 강주혁이라는 인물부터가 판타지다.

잘생긴 외모와 타고난 재능으로 어릴 적부터 연기자로 두각을 나타나 톱스타의 반열에 올라 부와 인기를 한몸에 받지만 자신도 모르는 새 더러운 루머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반지하의 햇빛 들지 않는 방에서 칩거한 지 5년이다.

그저 그날이 그날 같은 하루를 보내던 그는 통장 잔고 98만 원이 떨어지면 미련 없이 이 세상을 떠날 결심을 하고 있었다.

그랬던 그에게 운명처럼 전화가 오면서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장난처럼 시작하는 멘트로 인해 보이스 피싱이라 생각했던 그 전화는 사실 특정 시간의 미래를 알려주는 전화였고 장난처럼 생각했던 그 전화 내용이 진짜임을 깨닫는 순간 주혁은 서서히 지하방에서 칩거하던 생활에서 벗어나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처음 시작은 스포츠 로또였다.

모두가 질 거라 예상했던 팀의 예상하지 못한 승리를 전하는 전화를 듣고 스포츠 로또를 사기 위해 집 밖을 나가게 되고 당첨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라도 은행을 방문해야 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새 서서히 집 밖의 세계로 나가고 다시 익숙해지게 된다.

그리고 원치 않았지만 위험에 처한 누군가를 두고 볼 수 없어 구하면서 인생역전의 발판이 마련되고 하나둘씩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미래를 알 수 있다면 혹은 과거로 돌아간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의 대부분이 주식정보를 이용해 부자가 되고 싶다는 것인데 주혁에게 생긴 일이 바로 그런 일이었다.

불특정하게 걸려 온 전화에서 일러 주는 대로 주식을 사고팔았고 어느 순간 수십억의 자금을 손에 넣은 주혁은 이를 기반으로 곧 대박이 날 시나리오에 투자하면서 자신이 잘 아는 엔터업계에 발을 딛는다.

전화에서 알려주는 정보의 방식 또한 흥미롭다.

단 한 가지의 정보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보통 4~5가지의 예를 들어주고 그중에서 선택한 번호의 미래를 알려주는 식인데 알려주는 정보의 방향도 특정되지 않았다.

어떨 때는 주식의 등락을 또 어떨 때는 경기의 승패를 알려주고 때로는 생뚱맞은 사고를 이야기하는 데 그 모든 것이 서로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되어있다.

그 사소한 연결점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연예계의 숨은 비화와 그 내부의 이야기 역시 흥미롭게 그려놓았다.

아마도 이쪽 내부의 이야기에 어느 정도 정통한 사람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재밌게 읽다 보니 어느새 2권까지 다 읽었는데 알고 보니 8권짜리 책이었다니... 좀 허탈했다.

미리 알려주는 미래의 내용을 통해 하나둘씩 원하던 일을 이뤄가는 주혁이 2권까지는 너무 순탄했던 것 같은데 그에게 앞으로 어떤 위기가 올지 궁금해서 다음 편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던 소재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끌어낸...작가의 영리함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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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아밀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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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서 차에 죽은 동물을 가리키는 단어인 로드킬

이 책은 제목만큼 강렬한 여섯 편의 이야기를 엮어놓았다.

출산을 할 수 있는 게 특이한 능력인 세상에서 그런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보호종으로 지정되고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부모의 손을 벗어나 집단생활을 강요받는 아이들

철저한 감시 아래 졸업하기까지 모든 걸 강요당하고 자유를 빼앗긴 채 살아가지만 소녀들은 왕자님 같은 남자가 나타나 자신을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멸종 위기종이라 보호 대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들여다보면 출산이 가능한 소녀를 원하는 특정 신분의 남자를 위한 맞춤 아내나 심하게는 가지고 놀기 쉬운 인형처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이곳이다.

자신들의 말을 잘 따르게 하기 위해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않고 바깥 세계를 완전히 차단함으로써 세상 물정에 어둡게 한다. 마치 우리에 가둔 짐승 같다.

어쩌다 바깥세상을 동경하고 이곳을 탈출한 소녀들은 거의 전부 담장 너머에 있는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차에 치여 죽임을 당한다. 이른바 로드킬 당하는 것이다. 단지 대상이 동물이 아닌 사람이라는 것만 다를 뿐...

로드킬 속 소녀들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그저 출산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비싸게 팔리는 애완동물일 뿐이다.

하나의 역할을 강요하며 여자의 역할을 세뇌하듯 가르치는 우리의 모습을 소녀들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게 아닐까 싶다.

외시경에서의 여자의 모습은 좀 더 가혹하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남편에게 극진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는 듯 보이는 아내

하지만 들여다보면 가학적인 남편의 성적 취향에 맞춰주고 대외적으론 자신보다 한참 어리고 예쁜 아내를 데리고 사는 다정다감한 남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트로피 와이프다.

하지만 그녀도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다.

자신이 쓴 작품으로 단숨에 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력이 있고 소설가로서의 장래 역시 밝았지만 그녀의 재능을 알아봐 준 교수님이자 지금의 남편의 조언을 받다 보니 어느새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남편은 그녀를 위해서 새 아파트로 이사를 하지만 주변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언제나 그녀는 집에만 머문다.

우울한 그녀를 위해 항상 약을 챙겨 먹이는 건 남편이고 그녀의 옷을 사는 것 역시 남편이다.

그녀의 재능을 발견한 건 그지만 그녀가 자신의 서재에 들어오는 건 무엇보다 질색한다.

그는 그녀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고 그녀에게 뭐가 좋은지를 가장 잘 알아 그녀의 모든 것은 그가 골라준다.

그의 모든 행동은 자신을 사랑해서라고 여자는 믿지만 행복하진않다.

조금씩 주변을 차단하고 자신의 성향에 맞게 조금씩 여자를 변화시키고 하나둘씩 억압해 들어가는... 완벽한 가스라이팅을 보여주는 외시경. 그녀는 새장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거주 지역에 따라 계급이 나뉘고 미세먼지와 청정지역으로 나눠 서로를 향해 극심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오세요, 알프스 대공원으로는 코로나 펜데믹 상황인 우리의 모습과 중첩되어 보이는 건 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각 단편마다 현재 시점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소재를 섞어 매력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로드 킬

때로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때로는 묘한 느낌이 들기도 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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