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소설 좀 읽는 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했던 그 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이 책으로 나왔다.
워낙 방대한 양이라 호평이 이어져도 선뜻 손이 안 갔던 것도 사실
아무리 이북이나 전자책이 편리하다 해도 너무 많은 양은 역시 종이책으로 읽는 게 편한 이유도 있었고 판타지 장르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던 내 취향도 한몫했었다.
어쨌든 종이책으로 나온 전지적 독자 시점이 내 손에 들어왔고 들어온 이상 열심히 읽을 수밖에...
주인공 김독자는 이름부터 독자 즉 책을 읽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별다른 비전도 없이 직장을 다니면서 친구도 없는 그에게 유일한 낙은 아무도 보는 사람 없는 오로지 그만이 유일한 독자인 웹 소설 `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을 보는 것이었다.
어느 날 그 소설이 완결되고 그 소설을 쓴 작가로부터 <멸망 이후의 세계>라는 파일을 받으면서 세상은 한순간에 변해버린다.
마치 게임 속 그것처럼 변해버린 세상에서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아는 사람은 김독자뿐
그리고 그런 그를 시험하듯 지하철 안에서 벌어지는 난장판 같은 세상에서 그는 원래의 이야기와 다른 선택을 하면서 앞으로의 전개를 뒤틀어버린다.
초반의 전개는 매번 마치 게임같이 전개된다.
도깨비라는 게임의 가이드 같은 존재가 나타나 게임의 방식을 설명하고 난이도를 알려주면서 성공할 때 코인으로 보수를 준다든지 하는 방식은 굳이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익숙한 방식... 그리고 갈수록 난이도는 높아지고 처리해야 하는 존재의 모습이나 그것이 가진 능력치는 다르지만 여전히 처리해야 하는 방식은 같다.
그래서 왜 이 소설이 그토록 많은 사람에게 인기가 있고 열광하는지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굳이 말하자면 인기 있는 게임을 글로 옮긴 느낌이었달까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고 주인공인 독자가 점점 변해가면서 이야기도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의 평범했던 즉, 살아남기 위해선 다른 사람이 처한 곤경을 모른척하는 걸로 부족해 스스로 선택해서 자신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만 구하던 걸 당연시 여겼던 청년 독자는 어느샌가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죽기를 불사하지 않고 소멸될 수 있을 위험도 감수하는 정의로운 청년으로 거듭난다.
김독자가 서서히 변했듯이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인 유중혁 또한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몇 번이나 회귀하면서 처음의 정의롭던 청년에서 어느새 목표 즉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선 모든 것으로부터 감정을 없애고 초월해져서 마치 사이코패스와 같은 모습을 보였던 유중혁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이자 자신과 가장 많이 닮아있는 독자의 행보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도깨비들이 채널을 열어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인간들의 모습을 생중계하고 그들이 처절하게 싸우면 싸울수록 열광하는 성좌와 신... 그들에게는 인간이 느끼는 슬픔과 고통, 두려움, 분노 등 이 모든 것이 그저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성좌와 신들의 존재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대치할 수 있는 인물로 김독자를 내세워 그들이 원하는 대로 순순히 따르지 않을 것을 천명하고 나서면서 긴 파트 1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작가는 넓디넓은 우주에서 만물의 영장이라고 으스대는 인간의 존재는 소설 속의 이야기처럼 한낱 누군가의 재밋거리 속 이야기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범우주적인 시각에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괴물이나 악마와 같은 존재와 이에 대적하는 인물로 사람들이 내세우는 인물은 설화 속 혹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역사 속 인물들이어서 작가가 가진 역사관도 조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거침없이 다른 사람을 해치고 그 사람이 가진 걸 빼앗으면서 정당화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보여준다.
part 1에서는 느닷없이 원래의 세계가 사라지고 난 뒤 혼란 속에서 살아남아 이 세계가 멸망하는 걸 막기 위한 고군분투였다면 part 2에서는 인간들의 반격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래가 그렇지 않은가
멸망하는 세계에서도 살아남아 끈질긴 생명력으로 세계를 멸망시킨 존재에게 저항하는 것... 그게 바로 우리가 아는 우리의 모습인 것처럼...
이미 완결된 소설이어서 결말을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처럼 전체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나와 비슷한 전개를 원하지 않을까?
어쨌든 우리의 주인공 김독자가 과연 멸망하는 이 세계를 어떻게 지켜낼지 뒷이야기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