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실 끝의 아이들
전삼혜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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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짝은 새끼손가락 끝에 붉은 실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설화는 어딘지 로맨틱한 구석이 있어서일까 주로 로맨스 소설에서 운명적 상대를 가리킬 때 자주 인용된다.

그래서 이 책 붉은 실 끝의 아이들에 대한 별다른 정보가 없었을 땐 막연히 그런 유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당연하지만 내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갔다.

어쩌면 작가가 노린 게 바로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사람들이 무의식으로 가지고 있는 상식의 파괴...

유리라는 아이는 몇 년째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우울증 약을 처방받고 있지만 자신의 병은 절대로 고칠 수 없다는 걸 안다.

왜냐하면 유리는 단순히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유리는 매일 밤 누군가의 죽음이나 사고를 미리 보면서도 현실에서는 그 어떤 사고나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무력감을 느낀다.

그런 유리의 초능력을 같은 반 아이가 알아보았다.

그 아이의 이름은 시아고 그 아이가 걱정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다소 특이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 둘이서 서로를 알아본 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누군가 유리를 찾아온다.

그 누군가는 바로 또 다른 유리였다.

평행우주 속의 유리들과 다른 우주에서 온 유리 심지어는 인간이 아닌 그 무엇의 존재인 유리... 이렇게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내면은 서로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보는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이렇게 지금의 유리를 찾아온 데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지구를 멸망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을 처리하러 온 것이고 그 제거 대상은 바로 시아였다.

유리는 이런 사실들로부터 도망쳐 시아를 구하고자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기만 할 뿐 아니라 또 다른 자신인 유리들로부터도 도망쳐야 하는 상황이다.

누군가의 걱정을 대신해 줬다는 별다를 것 없는 작은 일이 결국은 지구의 멸망을 가져온다는 발상이 독특하고 다른 차원, 다른 세계에서 온 유리들 역시 같은 고민으로 갈등했지만 그녀들의 선택 역시 제거 대상자였던 엄마가, 쌍둥이 동생이 혹은 사랑하는 연인이 미워서가 아니었음을... 아니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누군가의 손이 아닌 자신들의 손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걸 선택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슈퍼맨이 지구를 거꾸로 돌았듯이 유리와 시아 역시 자신들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붉은 실 끝의 아이들은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하고 평행우주 이론과 초능력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섞어 놓아 독특한 소설로 탄생했다.

과연 유리와 시아는 운명 앞을 거스르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끝까지 궁금증을 가지고 읽게 만든...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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