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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의 심리학 - 비로소 알게 되는 인생의 기쁨
가야마 리카 지음, 조찬희 옮김 / 수카 / 2019년 6월
평점 :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땐 생각도 못 한 것들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몸과 마음이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걸 자각하는 건 별도로 치더라도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고 해도 먹고 생활하며 사람들을 만나는 등 기본적인 생활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 이를테면 경제력의 상실이나 병든 부모의 병구완 같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필요한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어느새 우리도 노령사회로 접어들었고 일본처럼 초고령 사회로 들어가는 게 얼마 남지 않았다는 뉴스의 경고가 두렵게 느껴질 때가 있어 이런 문제는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저자는 우리보다 먼저 이런 여러 문제를 겪은 일본에서 오랫동안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본 결과를 바탕으로 나이 들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고민이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여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여기에서는 특히 나이 들어서도 일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여성이라는 존재의 정체성과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에 대해 주로 다루고 있다.
지금은 남녀 고용 평등 시대라 일컬으며 여자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일을 하고 정년 역시 남자와 다를 바 없는 시대라고 말하지만 사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년이 보장된 직장이라 해도 여자들 스스로도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자신이 직장에서 정말로 필요한 사람인가 하는 고민을 많이 한다는 데 이는 날마다 발전하는 IT 기술이나 직장 내의 달라진 풍경이 이를 따라가기 힘든 노년층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고민이 여자에게만 국한된 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에 비해 이런 고민을 하는 여성의 수가 많다고 한다.
갈수록 수명은 길어지는데 비해 연금정책은 실패해 노후를 위해서도 일은 필요하지만 이런 걸 떠나 자신이 원하고 할 수 있다면 이런 눈치를 보지 말고 일하라 이야기한다. 오랫동안 일하면서 축적된 경험은 무용지물이 아닐뿐 더러 일하고자 하는 당연한 자신의 권리를 눈치 보지 말고 누리라는 조언은 확실히 위안이 된다.
또, 요즘은 어디에나 동안이 대세이고 자신의 나이보다 젊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투자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열풍에 휩쓸려 자신의 진짜 나이를 잊고 한층 더 젊어지고 싶다는 욕심에 무리하게 성형을 하거나 지나치게 외모를 치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겉모습이 젊어진다고 속까지 젊어지는 건 아니라는 지적은 뼈아프게 느껴지는 것이 어느새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외모가 전부이고 늙는 것이 나쁘다 믿는 얄팍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도 모르겠다.
이런 외모 꾸미기는 분명 한계가 있는데 그 한계에 도달했을 때 느낄 공허함과 허탈함은 무엇으로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나이 드는 걸 두려워만 하지 말고 잘 사귀는 방법을 찾기를 조언한다.
외모의 변화에 특히 여자들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데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이 드는 걸 두려워하고 폐경이 오면 더 이상 자신이 여자가 아니라 생각하고 절망하는 여자들의 많다.
저자는 자신이 나이 들었음을 느끼고 지나치게 두려워하다 삶의 여유를 잃고 무너지는 환자들을 지켜봐온 경험을 바탕으로 자유롭고 경쾌하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삶을 조금씩 변화시킨 경험이 있다.
정신과 의사에서 수련을 통해 몸을 고치는 의사로 활동하고 새로운 의료기술을 배우면서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을 알게 되고 뭔가 새로운 걸 배우는 데는 나이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나이 들면서도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거기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말고 나이 듦에 따르는 여러 가지 변화를 순응하면서도 그 속에서 새로운 걸 찾아본다면 스트레스는 덜 받고 좀 더 충실한 노년의 삶이 되지 않을까?
나와 먼 이야기가 아니어서 문장 하나하나가 많이 와닿았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