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지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세계여행이 아닐까 싶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불만족스럽거나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다는 열망 혹은 지금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 모두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 숨어있는 소망이지만 경제적 혹은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선뜻할 수 없는 일이기에 누군가 모든 걸 놓고 세계여행을 떠난다는 소리만
들어도 그 사람이 부러움을 떠나 존경심까지 품게 하는 것... 이게 바로 세계여행에 대한 나의 감상이기도 하다.
언젠가부터 낯선 곳에서 한두 어달 살아보기가 유행처럼 번지더니 이제는 나이가 좀 들고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크루즈로 세계여행을 하며 여생을 즐기기보다 한창 일 할 나이의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나를 찾아서 혹은 뭔가 목표를 가지고 세계를 찾아 이곳저곳을
누비며 떠나는 여행자들이 종종 눈에 띈다.
예전 같으면 그저 마음속으로만 언젠가 여유가 되면 꼭 세계를 누비리라 하는 마음으로 현재의 팍팍한 일상을 버티던 사람들이 더
이상 미래를 위해서 참기만은 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을 보람차고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그 노력의 일환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듯한데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면서 즐거움도 보람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불안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고 견디는 것보다 조금은 더 여유롭고
행복한 듯 보이는 건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한 씨 자매 또한 늘 같은 일상의 반복에서 더 이상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행복하지 않아 선택한 것이 오랫동안
버킷리스트로 남아있던 세계 여행이다.
요즘은 혼자서 여행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어디서나 쉽게 접속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을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혼자
여행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자매는 참으로 운이 좋은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부러웠다.
같이 여행을 다니며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것을 먹으며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 느낀 점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매의 여행이 더욱 부러운 점이다.
현실 자매의 리얼 여행기라는 표제답게 같이 여행 계획을 짜고 부모님을 설득 시킨 과정이며 어떤 곳을 얼마만큼 묵을지 등등 모든
것을 계획하고 짜고 실천하는 과정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그려져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시베리아 횡단 열차라는 꿈의 열차를 타고 여행을 시작한 자매들이 처음부터 실수 연발하며 배를 곪아가며 기차를
타고 유럽으로 가는 모습에서는 여행을 시작하는 흥분과 설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리고 화려한 유럽에서의 일정... 그중에서도 자매들이 꼭 가보고 싶었다던 스위스는 멋들어진 자연 풍경에 감탄하고 비싼 물가에
놀라게 한다.
너무나 멋진 풍경들과 건축물들은 사진으로 표현된 것만 봐도 셀러임을 느낄 정도로 멋졌는데 특히 언니 쪽의 취미인 카페 탐방하기
같은 건 여행을 떠날 때 나름의 목적이나 테마를 정해놓고 떠나면 훨씬 더 여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걸 가르쳐준다.
유럽은 워낙 여행하는 사람이 많아 한국관광객이 없는 곳이 없는 것 같은데 이에 반해 아메리카 대륙의 여행은 좀 더
흥미로웠다.
특히 자매들이 간 날이 한창 월드컵 예선전이 벌여졌던 때여서 우리나라가 독일을 이긴 너무나 인상적이고 감개무량했던 경기 덕분에
어부지리로 올라간 멕시코 사람들의 반응은 그녀들이 느꼈던 만큼 재밌었다.
축구 하나로 울고 웃으며 기분 좋게 한국인에게 가격을 깎아주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어 동질감마저
느껴졌다.

다른 곳도 아닌 페루의 쿠스코에서 한 달 살기를 실천한 자매의 이야기는 그녀들이 그때 느꼈던 만큼의 여유가 느껴져
좋았다.
우리처럼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지 않아도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아도 삶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한편으론
몹시도 부러웠고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돌아보게 한다.
그러면서 나도 언젠가... 그런 곳에서 모든 부담과 욕심을 내려놓고 여유롭게 살날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여행하면서 그곳에서 있었던 일이며 간 곳에 대한 감상과 사진을 찍은 것은 당연하지만 자매들 간의 사소한 의견 다툼도 동생에게
느낀 언니의 불만도 마치 일기처럼 써놓아 진짜 현실 자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좋았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갔다 아메리카로 와놓고 다시 스페인으로 여행을 가는 일정이 이상하다 느꼈지만 남자친구와의 일정을 고려한
스케줄이었다는 걸 보면 좋은 곳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기쁨이 느껴져 부러웠다.
아...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은 곳을 계획하고 서로가 원하는 곳에서 짜잔 하고 만나는 모습이란... 얼마나 멋지고 로맨틱한지
모르겠다.
확실히 요즘 세대는 여행을 자주 다니고 계획을 짜 본 경험이 많아서인지 이런 플랜을 세우는 것이 참으로 능숙하고 여유롭기까지
하다.
어디를 가려면 어떤 걸 미리 준비하고 어떤 걸 미리미리 갖춰놓아야 하는지부터 어디에서 해야 좀 더 실속 있고 경제적인 루트를 짤
수 있는지 많은 것을 서로 공유하고 교환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나도 꼭 이렇게 여행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했다.
자신들이 지나온 곳의 모든 루트며 경비에 대한 세세한 표기까지 따로 적어 놓아서 여행에 얼마의 경비가 들고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되었다.

거창한 꿈과 계획이 있어서라기보다 지금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싶어 떠난 여행에서 한결
여유로워지고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이 보여 너무나 멋있게 보였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며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 그게 여행의 의미가 아닐까?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떠나 세계를 누비며 많은 것을 보고 겪으며 좀 더 성숙해지고 자유로워지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