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아직도 글을 쓰고 떠벌리는 동안 우리는 야전 병원과 죽어 가는 동료들을 보았다. 이들이 국가에 대한 충성이 최고라고 지껄이는 동안 우리는 이미 죽음에 대한 공포가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반역자가 되거나, 탈영병이 되거나, 겁쟁이가 된 것도 아니었다. 어른들은 걸핏하면 이런 표현들을 쓰곤 했다. 우리들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고향을 사랑했다. 그리고 우리는 공격이 시작되면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이제 우린 다른 사람이 되었고, 대번에 눈을 뜨게 되었다. 어른의 세계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게 된 것이다. 우린 어느새 끔찍할 정도로 고독해졌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고독과 싸워 나가야 했다. - P21

사실 그의 말이 옳다. 우리는 이제 더는 청년이 아니다. 우리에겐 세상을 상대로 싸울 의지가 없어졌다. 우리는 도피자들이다. 우리 자신으로부터, 우리의 삶으로부터 도피하고 있다.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 우리는 세상과 현존재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것에 대고 총을 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으로 터진 유탄은 바로 우리의 심장에 명중했다. 우리는 활동, 노력 및 진보라는 것으로부터 차단된 채로 살았다. 우리는 더 이상 그런 것의 실체를 믿지 않는다. 우리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은 오직 전쟁밖에 없는 것이다. - P98

포탄에 맞는 것도 우연이듯이 내가 살아 있는 것도 마찬가지로 우연이다. 포탄으로부터 안전한 엄폐부에서도 나는 당할 수 있다. 그리고 엄폐물이 없는 전쟁터에서 열 시간 동안 포탄이 비 오듯 쏟아져도 상처 하나 없이 무사할 수 있다. 어떤 군인이든 온갖 우연을 통해서만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그리고 군인이면 모두 이런 우연을 믿고 신뢰하는 것이다. - P111

우리는 어린 아이처럼 버림받은 상태에 있고, 나이 든 사람들처럼 노련하다. 우리는 거칠고 슬픔에 잠겨 있으며 피상적이다. 나는 우리가 행방불명되었다고 생각한다. - P134

느닷없이 어떤 끔찍한 미지의 감정이 내 마음속에 용솟음친다. 나는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없으며,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 내가 아무리 부탁하고 애를 써보아도 아무것도 꼼짝하지 않는다. 나는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처럼 망연자실해서 슬픈 표정으로 우두커니 앉아 있다. 그리고 과거는 나를 외면하고 저버린다. 이와 동시에 나는 과거의 추억을 너무 되살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러다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한 명의 군인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P185

하나의 명령으로 이 조용한 사람들이 우리의 적이 되었다. 하나의 명령으로 이들이 우리의 친구로 변할 수도 있으리라. 우리가 모르는 몇몇 사람들이 어딘가의 탁자에서 어떤 서류에 서명했다. 그리하여 몇 년 동안 우리의 최고의 목적은 평상시 같으면 세상의 멸시를 받고, 최고형을 받을 일을 하는 것이다. 누가 이곳에 와서 어린이 같은 얼굴과 사도 같은 수염을 지닌 이 조용한 사람들을 직접 본다면 누가 이들을 우리의 적이라고 생각하겠는가! 그들이 우리에게 적인 것 이상으로 하사관이 신병에게, 고등학교 선생이 학생에게 더욱 고약한 적이다. 그런데도 만일 이들이 풀려난다면 우리는 다시 이들을, 이들은 우리를 쏠 것이다. - P205

"전우여, 부디 나를 용서해 다오! 우리는 이러한 점을 늘 너무 늦게야 깨닫곤 하지. 왜 우리에게 일러 주는 사람이 없단 말인가. 자네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불쌍한 개란 사실을, 자네들 어머니들도 우리의 어머니들처럼 근심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죽음과 고통을 똑같이 두려워하며 똑같이 죽어 간다는 사실을 말이야."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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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7-13 2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명작을 읽으시는군요 ^^

coolcat329 2022-07-14 09:25   좋아요 1 | URL
20살도 안 된 청년들이 어른들이 벌인 전쟁에서 허무하게 죽어가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이렇게 문장을 적어봤습니다.
 
패싱 - 백인 행세하기
넬라 라슨 지음, 서숙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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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늘 궁금했어. 더 많은 흑인 여자애들, 너나 마거릿 해머, 에스터 도슨과 같은 애들이 왜 절대로 백인 행세를 안 하는지 말이야. 그건 정말 엄청나게 쉬운 일이거든. 그럴 수 있는 유형에 속할 경우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되거든.(p.47)


미국 시카고에서 서인도제도 출신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넬라 라슨(Nella Larsen 1891~1964)은 1920년에 뉴욕으로 이주, 흑인 문화 예술을 꽃피운 '할렘 르네상스' 시대에 많은 예술가들과 활동하며 글을 썼던 흑인 여성 작가이다. 넬라 라슨은 단 두 권의 소설을 발표하고 잊혀졌는데, 1980년대 이후 흑인 여성 작가들을 발굴하는 작업에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고, 2021년에는 원작 <패싱>이 영화로도 제작되어 현재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다. 


<패싱>은 아이린과 클레어라는 두 여성의 이야기이다. 소설은 어릴 적 친구였던 두 여성이 시카고의 고급 백인 전용 호텔에서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된다. 

아이린은 의사 남편과 두 아들을 둔 뉴욕 맨해튼 할렘에 사는 중산층 주부이다. 흑인 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가정의 평안와 일상의 안정을 최고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흑인이지만 엷은 피부색을 가진 그녀는 필요할 때 가끔 패싱(백인 행세)을 하지만 흑인으로서 정체성을 지니며 살고 있다. 


한편 클레어는 고아로 고생하며 자랐지만 거의 백인에 가까운 아름다운 외모로 패싱하여 부유한 백인 남자와 결혼, 상류 백인사회로 신분 상승을 한 여성이다. 그녀의 남편은 심각한 인종차별주의자로 아이린은 처음 만난 자리에서 클레어 남편이 클레어에게 '검둥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란다. 물론 남편은 클레어의 몸에 흑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끔찍한(!) 사실은 모르고 단지 클레어의 피부가 점점 검어지는 것을 놀리는 것으로 "난 당신이 검둥이가 아닌 걸 아니까. 거기까지는 괜찮아. 하지만 내 가족에 진짜 검둥이는 안 돼.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절대 없을 거야."(p.78)라고 한다.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린은 뜻하지 않게 갑자기 자신의 삶으로 들어온 클레어에게 끌리면서도 어딘가 불안하다. 남편과 뉴욕을 방문한 클레어는 할렘 흑인 사회에 관심을 보이며 남편이 출장을 갈 때마다 흑인들의 사교 파티에 등장한다. 아이린은 이런 클레어의 위태로운 행동에 불안해하며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니 "제발, 이성적으로 생각해"(p.142)라며 충고하지만 클레어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그럴 수가 없단 말이야. 넌 몰라, 내가 얼마나 흑인을 보고 싶어 하는지, 다시 그들과 함께 있고 싶은지, 그들과 이야기하고 그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지, 넌 알 수가 없어."(p.142)]


흑인이라는 소수자의 삶을 살고 있는 아이린에게는 '안정이야말로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바람직한 가치'(p.216)이다. 아이린은 평온함을 원하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아이들과 남편의 삶을 그들에게 최선의 방향으로 통제할 수 있기를'(p.217) 바란다.

그러나 클레어는 흑인 혐오주의자 남편에게 발각될 위험을 무릅쓰고 흑인 공동체 사회에 드나들며 다시 흑인 사회에 속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다. 

아이린은 흑인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패싱을 통해 백인 사회로 들어갔던 클레어가 뒤늦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흑인들과 교류하며 즐기는 모습이 마음에 안들지만, 한편으로는 자신과 다른 삶을 사는 그녀가 부럽기도 하다. 

이러한 감정의 혼란 속에서 남편 브라이언과 클레어의 관계가 아이린을 결정적으로 뒤흔든다. 이제 클레어는 아이린의 안정된 삶을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가 된다. 


[조용한 거실에 혼자 앉아 편안하게 난롯불을 쬐던 아이린은 난생 처음 흑인으로 태어나지 않았기를 바랐다. 처음으로 그녀는 흑인이라는 짐이 너무 무거워 고통스러웠고 반항심이 들었다. 인종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여자로서, 그리고 다른 개인적인 일들로 고통받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소리 없이 부르짖었다. 잔인하고 부당한 일이었다. 정말이지 검은 피부를 지니고 태어난 흑인들만큼 저주받은 존재는 없었다.(p.196)]



<패싱>은 일종의 생존 전략인 패싱을 이용해 자신의 정체성을 감추고 살아야 했던 클레어와 흑인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지만 때때로 자신의 편의를 위해 패싱을 하며 혹시나 자신의 실체가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는 아이린을 통해 인종 차별이 빚어내는 불행과 비극을 보여준다. 또한 계층과 계급, 중산층의 야망과 위선 등도 다루면서 외적인 모습의 패싱뿐만이 아니라 백인 중산층의 삶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내면의 패싱을 아이린의 위선적인 삶을 통해 보여준다.  


차별받는 흑인 하층민의 삶을 다룬 소설은 읽어봤지만 흑인 중산층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은 처음이었기에 참으로 흥미롭게 읽었다.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삶은 얼마나 슬프고 고달픈가...' 책을 덮고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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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12 16: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클레어가 패딩을 하는 것도 또 자신이 태어난 흑인사회를 그리워하는것도 이해가 가네요. 물론 결국 파국에 이를 선택이겠지만 그녀 역시 어쩔수 없었을듯요. 이 책도 읽자 해놓고 또 밀려 있던 책이네요. ㅠㅠ 다시 보관함에서 앞쪽으로 꺼내야겠어요

coolcat329 2022-07-12 18:55   좋아요 1 | URL
패싱을 통해 신분상승은 했지만 자신의 흑인 정체성을 버리기란 참 힘들었을거에요. 안 두꺼운 책이니 도서관에서 빌려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얄라알라 2022-07-12 16: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할렘 르네상스˝...덕분에 들어보고 갑니다^^ 쿨캣님

신선하게도 이 책은 흑인 중산층이라하시니, 조라 닐 허스턴 소설에서도 주인공 남편이 중산층이었나? 책 다시 찾아볼까 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

coolcat329 2022-07-12 18:57   좋아요 2 | URL
저도 이번에 할렘 르네상스 알게 되었습니다.😁
조라 닐 허스턴도 할렘 르네상스 시대 활동했던 작가라네요. 비교해서 읽어도 좋을 거 같아요.

페넬로페 2022-07-12 16: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패싱을 영화로 봤는데 심리적인 묘사가 뛰어나더라고요.
위태롭기도 하면서 그들이 이해되기도 했어요.
소설로 읽으면 훨씬 더 섬세함을 느낄 수 있을듯요^^

coolcat329 2022-07-12 19:02   좋아요 3 | URL
영화 보셨군요. 영화보다 책에서 아이린의 클레어를 향한 분노와 경멸이 더 강하게 느껴졌어요.
상황 설정이 조금 다르지만 흑백영화 좋더라구요~

물감 2022-07-12 17: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나요.
쉽고 편하게 살 수 있는데 왜 고생을 하느냐 vs 나에게 주어진 본분을 지켜야 한다,의 대결...

coolcat329 2022-07-12 19:05   좋아요 3 | URL
물감님 별5리뷰 잘 읽었어요. 저도 참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백인 행세하는 클레어도 보통이 아니지만 소수 흑인 중산층으로서 자기 가정과 삶을 지키려는 아이린의 집착이 더 인상적이었어요.

새파랑 2022-07-12 19: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책이랑 약간 비슷한 자매품으로 필립 로스의 <휴먼 스테인>이 있습니다 ^^ 이 책 볼까 말까 고민하다 안읽었는데(내용을 이미 알아서? ㅋ) 다시 고민되는군요~!!

coolcat329 2022-07-12 19:16   좋아요 3 | URL
아 그렇군요! 휴먼 스테인 있는데 삼부작 순서대로 읽으라 하셔서 오랜 시간 계속 대기 중 입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mini74 2022-07-13 0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쉬운 길인것 같지만 쉽지 않은 길, 자신이 아닌 타인종이 된다는건 자신을 잃는 일. 자신을 지워버리는 일 이라 자멸할듯 위태위태한 마음으로 읽은 기억납니다 *^*

coolcat329 2022-07-13 20:12   좋아요 1 | URL
뭐든지 속이고 사는 건 참 힘든 일 같아요. 속이고 살 수밖에 없는 사회를 탓해야 할까요? 앏고 잘 읽히는 책이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책입니다.

레삭매냐 2022-07-13 1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감정선을 자극한 영화 패싱의
느릿한 재즈 선율이 떠오르는
어느 비 오는 저녁의 단상이네요...

소설도 영화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coolcat329 2022-07-13 20:14   좋아요 2 | URL
영화,책 둘 다 보셨군요~^^
흑백영화에다 재즈까지 저도 비오는 오늘과 잘 어울리는 영화란 생각이 듭니다.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 -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졌는가
벤저민 카터 헷 지음, 이선주 옮김 / 눌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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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를 선택한 나라>의 원제는 <The Death of Democracy>로 '인류 문명의 한 정점'을 보여준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어떻게 히틀러와 나치가 권력을 잡을 수 있었는지,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무하게 붕괴할 수 있는지를 수많은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명쾌하게 보여준다. 

저자 벤저민 카터 헷(Benjamin Carter Hett)은 당시 독일이 처한 국내외 정세, 경제 위기, 기성 정치인들의 오만과 이기주의 그로 인한 실책, 정치 권력 싸움, 사회 계층 간의 갈등, 독일인들의 정신을 잠식해 간 비합리성 등 여러 요인들을 파헤치며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았던 1930년대와 오늘날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히틀러가 유일한 해결책으로 등장했던 1932년과 1933년 초의 위기와 교착 상태는 국민의 절반 이상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을 배제하고, 가장 가벼운 타협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던 우파 정치인들 때문에 빚어졌다. 결국 보수적인 정치인들(후겐베르크, 브뤼닝, 슐라이허, 파펜과 힌덴부르크)은 그들 입맛에 맞는 조건으로 권력을 유지할 유일한 방법으로 나치를 끌어들였다. 히틀러 정권은 그 결과였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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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7-07 15: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궁금했는데 원제가 전혀 다른 의미였네요? 쿨캣님 별5개 주셨으니 꼭 읽어보겠습니다 ^^

coolcat329 2022-07-07 15:39   좋아요 2 | URL
이 책 산 거 돈이 하나도 안 아깝습니다.😅
이 책에서 제가 가장 좋았던 점은 바이마르 공화국 당시 여러 정당의 정치인들, 특히 우파 정치인들에 대한 세세한 설명입니다. 강추입니다.
독후감이 빈약한 점이 참 죄송합니다.😞
저도 지금 심신이 방전 상태라서요.
미미님도 화이팅하세요!

레삭매냐 2022-07-07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난 달에 희망도서로 보다가
아 이 책은 사야겠다 싶어서
사서 열심히 읽다가 이러저러한
책들이 나오는 통에 뒷전으로
밀려 버렸습니다.

다시 도전해봐야겠습니다 ~!

coolcat329 2022-07-07 15:39   좋아요 2 | URL
네 ~분량도 적당하고, 나치가 권력을 장악하게 된 배경과 관련 문제적 우파 정치인들 묘사가 아주 좋았습니다.

페넬로페 2022-07-07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백한다‘를 읽고 있는데 정치가나 언론이 우매한 대중을 동원하고 선동하는 방법이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더라고요.
히틀러의 방식도 같았을거라 생각됩니다^^

coolcat329 2022-07-07 18:10   좋아요 2 | URL
˝나치의 선동은 인간 내면의 저열한 부분에 끊임없이 호소한다˝고 당시 슈마허라는 사회민주당 의원이 한 말이 참 와닿았어요.
폭력이 일상화되는 시대에는 국민들도 폭력에 무감각하게 되고 비이성적으로 되는게 분명한 거 같습니다.

새파랑 2022-07-07 2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라니 제목부터 민주주의의 위기를 잘 표현한거 같아요. 역시 극단과 선동은 사람을 비이성적으로 만드나 봅니다 ~!

mini74 2022-07-08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지금의 우리나라 이야기같아요. 나라보단 정권유지가 우선인 ㅠㅠ이 책 찜만 해두고 고민중이었는데 쿨캣님 별 다섯개라니 저도 필독서로 *^^*

coolcat329 2022-07-11 13:17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정치인들이 당장의 정권 획득과 유지를 위해 어떤 큰 실책을 벌이는지 보고있으면 참 답답합니다.
결국 그게 자기를 죽이는 것임을 깨달았을 때는 늦죠.
미니님 이 책 참 재밌습니다.
 
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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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사립탐정 '사와자키'를 주인공으로 하는 일본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이다. 작가는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기도 한 규슈 사가현 출신의 하라 료(1946~)이다. 하드보일드 소설하면 레이먼드 챈들러나 대쉴 해미트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우연히 '필립 말로'와 비견된다는 탐정 사와자키를 알게 되었고 도서관에 신청해 이번에 읽게 되었다.(책을 꽂을 데가 없어 책 구매를 극도로 자제하는 중)


<내가 죽인 소녀>는 사와자키 시리즈 두 번째로 1989년 발표되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102회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오르면서 일본 하드보일드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였다. 특히 하라 료의 나오키상 수상은 미스터리 소설이 장르에만 국한되지 않고 대중 문학상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초여름 어느 날, 가족이 실종되었다며 집으로 방문해 달라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의뢰인을 찾아가는 탐정 사와자키. 그러나 의뢰인은 6천만 엔이 든 돈 가방을 건네며 납치한 딸을 돌려달라고 부탁한다. 이에 사와자키는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감을 느끼지만 잠복해 있던 형사들에게 납치범으로 몰려 붙잡히고 경찰서로 끌려가게 된다. 사와자키는 조사 끝에 유괴범이라는 의심은 벗지만, 진짜 유괴범에게 몸값을 전달하는 일을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유괴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사와자키는 유괴범들의 요구에 따라 돈가방을 가지고 여러 장소를 전전하지만 도중에 불량배들에게 습격을 당해 기절하고 돈가방은 사라진다. 유괴범은 지정한 시간과 장소에 몸값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든 교섭을 중단하고 종적을 감춘다.

돈은 사라지고 유괴된 소녀의 행방은 모르는 가운데 사와자키는 소녀의 외삼촌으로부터 사건과 관련된 의뢰를 받게 되고 이야기는 사와자키의 동선을 따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하게 전개된다. 


33년 전에 발표된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탐정이 의뢰인의 전화를 받고 찾아간 곳에서 얼결에 유괴범으로 몰리게 되는 설정부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블루버드를 타고 다니며 필터 없는 담배를 피운다는 점 외에는 사와자키에 대한 정보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사와자키라는 성 외에는 이름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소녀가 자기 때문에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으로 '유일하게 기억하는 여자의 전화번호'를 돌리는 모습은 인간 사와자키에 대해 독자가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장면이다. 

비정한 도시 뒷골목을 누비며 다니는 쓸쓸한 탐정은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다만 행동으로만 보여줄 뿐. 그렇기에 독자는 비정하고 거친 세상 속, 고독한 탐정의 모습에 알 수 없는 슬픈 매력을 느끼고 빠져들게 된다. 

과작인 탓에 하라 료의 작품은 국내에 총 6권이 나와 있는데, 천천히 다 읽어 보기로 했다.


서양에 필립 말로가 있다면 동양엔 사와자키가 있다. 이왕이면 도쿄의 신주쿠가 아닌 한국의 종로3가나 서울역 근처를 누비고 다니는 탐정이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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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4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2-07-04 11:52   좋아요 2 | URL
아날로그적 풍경! 맞네요. 휴대폰 없어서 공중전화에서 기다리고~
저도 좋았습니다😁

레삭매냐 2022-07-04 15: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이 새로 나왔나 보네요.

왠지 제목이 익숙해서 기록
을 뒤적여 보니 13년 전에 읽
은 책이네요. 기억은...

왠지 올디스 굿디스가 마음
에 듭니다.

coolcat329 2022-07-04 16:38   좋아요 3 | URL
아 예전에 읽으셨군요. 13년 만에 개정판이 나온거라네요. 미공개 단편도 하나 수록해서요.

새파랑 2022-07-04 2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필립 말로 어디서 들어본거 같은데... 이 책 표지는 언제봐도 섬뜩합니다 ㅋ
역시 명작은 세월이 흘러도 촌스럽지 않나 봅니다~!!

잠자냥 2022-07-04 22:05   좋아요 1 | URL
아니 새파랑! 프로필은 샛누리끼리!

새파랑 2022-07-04 22:18   좋아요 1 | URL
닉네임을 바꿔야 할까요? ㅋ 오아시스 노래 듣다가 요 표지가 노르망디 같아서 바꿨습니다 ㅋ (근데 노르망디는 프랑스인데? ㅎㅎ)
 
토니와 수잔 버티고 시리즈
오스틴 라이트 지음, 박산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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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와 수잔>은 40년 동안 신시내티 대학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한 오스틴 라이트(Austin Wright 1922~2003)가 1993년 출간한 소설로, 2016년 디자이너 출신 톰 포드 감독이 만든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의 원작 소설이다. 이 영화는 2016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 2017년 국내 개봉과 함께 원작 소설도 번역되어 나왔다. 


나는 영화보다는 책을 먼저 알게 되었는데,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반드시 읽어 보리라' 다짐한 책 중 하나였고, 이제야 읽게 되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며 놀란 사실은 이 책이 출간된지 거의 30년이나 지났다는 사실이다. 2016년 영화로 만들어 졌기에 그렇게 오랜된 소설이라고 생각을 못했던 거 같다. 20년을 넘게 버티다 영화 개봉과 함께 다시 재조명을 받은 작품이니 '작가가 살아있을 때 영화로 나왔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토니와 수잔>의 주인공 수잔 모로는 어느 날 25년 전 이혼한 전 남편 에드워드로부터 한 편의 소설 원고를 받는다. 소설의 제목은 <녹터널 애니멀스>로 에드워드는 수잔에게 자신의 소설을 읽고 무엇이든 말해달라고 부탁한다. 과거 부부였던 시절 수잔은 영문학도로서 에드워드 작품을 가혹하게 비평했는데, 수잔과 에드워드가 이혼한 가장 큰 이유는 에드워드가 학업을 중단하고 글쓰기에만 매달려 부부 생활에 불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수잔은 몇 개월 읽기를 미루다 크리스마스 연휴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에드워드가 보낸 소설을 읽기 시작한다.


<녹터널 애니멀스>는 메인에 있는 별장으로 휴가를 떠나던 평범한 한 가정이 고속도로 심야 운전 중 질 나쁜 깡패들과 시비가 붙고 급기야 아내와 딸이 납치당하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토니는 아내와 딸을 찾기 위해 주 경찰관 바비와 함께 사건을 추적해 나가지만 상황은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고 토니의 삶은 그야말로 파멸로 치닫는다.


끔찍한 범죄로 인해 고통받는 토니를 보며 '토니가 이 소설을 나에게 보낸 이유가 무엇일까?' 를 생각하며 소설을 읽던 수잔 역시 고통을 느끼고 애써 외면해 왔던 현실 속 자신의 불안한 삶을 바라보게 된다. 수잔은 소설 속 토니가 겪는 비극을 자신의 삶에 투영함으로서 자신의 안락한 삶 아래 도사리고 있는 불안과 위험을 인식한다. 


<토니와 수잔>은 소설 속 주인공 '토니'와 그 소설을 읽는 '수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전개된다. 폭력적인 스릴러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와 그것을 읽는 독자인 '수잔'의 심리가 묘하게 겹쳐지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또 다른 독자인 나도 불안하게 만든다. 참으로 알 수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닌 소설이다. 


책을 다 읽고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도 봤는데, 원작과 다른 설정이었지만 톰 포드가 영화라는 매체에 맞게 잘 각색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에이미 아담스의 표정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고 제이크 질렌할은 토니와 에드워드 1인 2역을 했는데, 굿 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보면 영화도 보고 싶고, 영화를 보면 책이 보고 싶은, 뭘 보든지 일단은 끝을 봐야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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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6-25 08: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을 보면 영화가 보고싶고 영화를 보면 책이 보고 싶어지는 책이군요. 소설속 토니와 현실속 수잔의 특이한 구성이 재미있을거 같아요~!!

coolcat329 2022-06-25 11:00   좋아요 4 | URL
이 책은 읽는 사람도 불안하게 만들어 재미를 떠나 일단 시작하면 안 읽을 수가 없는 책입니다. 😅

청아 2022-06-25 11: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를 먼저 봤거든요(책은 최근에 사두었음요)두 배우 모두
인상적이었고 줄거리도 강렬해서 좋았는데 원작 소설이 있다는 걸 알고 얼마나 기쁘던지...
영화와 소설이 풀어가는 느낌이 다른것 같아 기대됩니다*^^*

coolcat329 2022-06-25 13:04   좋아요 2 | URL
영화 보셨군요~^^ 초반 엄청 놀랐어요 ㅎ 주제 면에서 소설이 더욱 풍부하지만 영화도 참 좋았습니다. 토니의 고통이 더 확실히 느껴진 점과 수잔 역의 에이미 아담스 연기가 참 좋더라구요.

페넬로페 2022-06-25 11: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조건 책을 읽고 영화보기가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떨때는 책만 읽었으면 더 좋았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처음 들은 작가의 작품이네요
흥미로워요^^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이 책에 ‘읽고 싶어요‘가 되어 있어요 ㅎㅎ

coolcat329 2022-06-25 13:07   좋아요 3 | URL
저도 무조건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는데 거의 대부분 영화는 실망을 하게 되더라구요. 소설의 다양한 내용을 영화가 다 담기 힘들기에 그런거 같아요. 근데 이 영화는 참 각색을 잘 한거 같아요. 찜해 두신 책이니 여름 휴가 때 즐기시면 되겠습니다 😎

mini74 2022-06-25 11: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야기 속에 또 이야기가 있군요 저도 남편이 어느날 소설을 보내면 뒤에 숨은 의미가 무엇일지 고민할 거 같아요. ~ 궁금해지네요

coolcat329 2022-06-25 13:09   좋아요 3 | URL
네~액자 소설이에요. 가까운 지인이 소설을 썼다? 혹여 나와 비슷한 캐릭터가 나올까 긴장하며 읽을거같아요.
주변에 소설가 없는게 맘편할거같네요.😅

바람돌이 2022-06-25 23: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보통 소설이 원작이거나 소설을 본 경우 영화는 안보거든요. 특히 소설이 좋았을수록. 반대로 영화를 먼저 본 경우 소설을 안봅니다. 뭔가 김빠질거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제인 오스틴 책을 한권도 못봤다는.....

coolcat329 2022-06-28 06:49   좋아요 2 | URL
아 그러시군요. 김빠지는 느낌 잘 압니다. ㅋㅋ
저는 제인 오스틴 영화 하나도 안봐서 책 읽어도 되는데 <오만과 편견> 하나 읽고 제인 오스틴은 이거면 됐다...생각을 했는데 <설득>이 또 평이 좋더군요. ㅋㅋ

프레이야 2022-06-27 21: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둘 다 봐야겠어요. 내용도 그렇고 제이크 질렌할이 일인이역까지요. 소개 고맙습니다. 소설은 소설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다른 장르라 둘 다 보는 거 좋아합니다. ^^

coolcat329 2022-06-28 06:52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님 반갑습니다. 소설을 읽고 영화가 시시한 경우가 많았는데, 두 장르를 따로 생각하니 영화도 다시 보게 되더라구요.
이 작품도 물론 소설이 주제면에서 훨씬 풍부하지만 영화가 톰 포드 스타일로 각색을 잘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레삭매냐 2022-06-28 0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나서 언급해
주신 <녹터널 애니멀즈>도
찾아서 본 것 같습니다.

오래되다 보니 참 -

묘한 매력을 지닌 소설이라
는 점에도 저도 격렬하게 동
의합니다.

coolcat329 2022-06-28 06:54   좋아요 2 | URL
그렇잖아도 레삭매냐님 별5 리뷰 잘 읽었습니다.😊
격렬하게 동의! 반갑습니다!

scott 2022-06-28 2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영화로 봤는데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는 여름이 최적의 계절인 것 같습니다 !^^

coolcat329 2022-07-04 08:34   좋아요 0 | URL
영화 참 재밌죠? 여름엔. 책보다 영화인거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