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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와 수잔 ㅣ 버티고 시리즈
오스틴 라이트 지음, 박산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2월
평점 :
<토니와 수잔>은 40년 동안 신시내티 대학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한 오스틴 라이트(Austin Wright 1922~2003)가 1993년 출간한 소설로, 2016년 디자이너 출신 톰 포드 감독이 만든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의 원작 소설이다. 이 영화는 2016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 2017년 국내 개봉과 함께 원작 소설도 번역되어 나왔다.
나는 영화보다는 책을 먼저 알게 되었는데,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반드시 읽어 보리라' 다짐한 책 중 하나였고, 이제야 읽게 되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며 놀란 사실은 이 책이 출간된지 거의 30년이나 지났다는 사실이다. 2016년 영화로 만들어 졌기에 그렇게 오랜된 소설이라고 생각을 못했던 거 같다. 20년을 넘게 버티다 영화 개봉과 함께 다시 재조명을 받은 작품이니 '작가가 살아있을 때 영화로 나왔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토니와 수잔>의 주인공 수잔 모로는 어느 날 25년 전 이혼한 전 남편 에드워드로부터 한 편의 소설 원고를 받는다. 소설의 제목은 <녹터널 애니멀스>로 에드워드는 수잔에게 자신의 소설을 읽고 무엇이든 말해달라고 부탁한다. 과거 부부였던 시절 수잔은 영문학도로서 에드워드 작품을 가혹하게 비평했는데, 수잔과 에드워드가 이혼한 가장 큰 이유는 에드워드가 학업을 중단하고 글쓰기에만 매달려 부부 생활에 불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수잔은 몇 개월 읽기를 미루다 크리스마스 연휴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에드워드가 보낸 소설을 읽기 시작한다.
<녹터널 애니멀스>는 메인에 있는 별장으로 휴가를 떠나던 평범한 한 가정이 고속도로 심야 운전 중 질 나쁜 깡패들과 시비가 붙고 급기야 아내와 딸이 납치당하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토니는 아내와 딸을 찾기 위해 주 경찰관 바비와 함께 사건을 추적해 나가지만 상황은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고 토니의 삶은 그야말로 파멸로 치닫는다.
끔찍한 범죄로 인해 고통받는 토니를 보며 '토니가 이 소설을 나에게 보낸 이유가 무엇일까?' 를 생각하며 소설을 읽던 수잔 역시 고통을 느끼고 애써 외면해 왔던 현실 속 자신의 불안한 삶을 바라보게 된다. 수잔은 소설 속 토니가 겪는 비극을 자신의 삶에 투영함으로서 자신의 안락한 삶 아래 도사리고 있는 불안과 위험을 인식한다.
<토니와 수잔>은 소설 속 주인공 '토니'와 그 소설을 읽는 '수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전개된다. 폭력적인 스릴러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와 그것을 읽는 독자인 '수잔'의 심리가 묘하게 겹쳐지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또 다른 독자인 나도 불안하게 만든다. 참으로 알 수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닌 소설이다.
책을 다 읽고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도 봤는데, 원작과 다른 설정이었지만 톰 포드가 영화라는 매체에 맞게 잘 각색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에이미 아담스의 표정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고 제이크 질렌할은 토니와 에드워드 1인 2역을 했는데, 굿 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보면 영화도 보고 싶고, 영화를 보면 책이 보고 싶은, 뭘 보든지 일단은 끝을 봐야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