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프리카 -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가
세르주 미셸.미셸 뵈레 지음, 파올로 우즈 사진, 이희정 옮김 / 에코리브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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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상 용품들뿐만 아니라, 중국산 식재료가 우리의 식탁까지 점령해버린 지는 이미 오래다.  그러나 이것이 어찌 비단 한국에서만의 현상이겠는가.  아프리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순 없었겠지만, 이 동네에서는 상태가 좀 더 복잡하고 심각해 보인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들을 여러 각도에서 취재한 내용으로 되어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마치 마약과도 같다는, 비단 싸구려 생필품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아프리카를 야금야금 파먹어 들어가는 파상공세는 정치, 경제, 문화, 군사 등등 전방위적이다.

동구의 몰락 이전부터 아프리카와 친구 되기를 위해 노력하던 중국은, 이제 거대한 대륙을 뒤흔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겠으나, 이 책의 지은이들이 1년 이상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취재한 내용은 판단에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현지 정권의 색깔을 자기들의 입맛대로 칠하려 들었던 서구 국가들이나, 현지 정권의 부정 부패나 정통성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단지 장사만 하면 된다는 중국의 정부나 기업들은 일면 상당히 달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이들이 다르면 얼마나 다르단 말인가.  혹, 누가 더 천박하냐고 따지는 것은 아닐까.

혹, 아프리카 현지 방문 계획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미리 읽고 가보시라.  ‘하우 아 유?’ 대신 ‘니 하오~?’를 외치며 따라 붙는 동네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 이 책이 그 배경을 이해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임에는 분명하다.


2009, 6/18일(木)  (baobabian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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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트렉 - 희망봉에서 킬리만자로까지 걸으며 만난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사람들
알렉상드르 푸생 & 소냐 푸생 지음, 백선희 옮김 / 푸르메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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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한 신혼부부가 아프리카 대륙을 걸어서 종단하기로 맘을 먹고, 이를 실천에 옮긴 이야기이다.  아마도 후편이 이어 나올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책은 남아공에서 걷기 시작하여 탄자니아에 이르기까지의 제 1권에 해당된다.

이들 여행의 스케일을 생각할 때, 실로 대단히 엄청난 일이건만 이 부부는 매우 담담하게 글을 써내려간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내용에 비해 재미는 덜 하다.  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그들의 곁에서 함께 대륙을 걸어 올라가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읽어가면, 그런대로 읽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가장 인상에 남는 대목은 자신들의 계획을 실천에 옮기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아내, 소냐 푸생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남편, 알렉상드르의 다음과 같은 관점과 태도이다.

[그러나 소냐는 반대였다.  그녀는 정말 경이로웠다.  어제 무리해서 걸은 탓에 다리를 약간 절뚝이면서도 그녀는 불평 한마디 없이 걸었다.  그녀 옆에서 걷는 하루하루가 사랑 고백과도 같았다.]

[소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정말 강인한 여자였다. …(중략)…  어떤 날에는 비를 홀딱 맞으면서도 군말 없이 42킬로미터를 걸었고, 버려진 집의 맨바닥에서 잠을 잤어도 다음날 아침이면 씩씩한 군인처럼 다시 출발했다.  나의 마약은 소냐와 함께 걷는 일이었다.  나의 여걸, 소냐!]

오랜 시간을 걸으며, 그들이 걷고 있는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말라위에서는 모두가 걸었다.  우리는 그저 덤으로 보태진 도보자들에 불과했다.  특별한 공적도 아니고 영예로울 것도 없었다.  우리가 매일 하는 것은 아프리카 사람들도 하고 있는 일이었다.  그들의 현실을 떠안고, 그들을 만나고, 그들을 이해한다고 주장하는 것, 그것은 그들과 함께 걷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의 시작 부분부터 사실 꽤 지루함을 느꼈던 나로서는, 그들이 백인 부부였기에 누릴 수 있었던 현지에서의 엄청난 특혜가 한편으로는 한계였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 감안하고 읽으시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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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the What (Paperback)
Dave Eggers 지음 / Vintage Books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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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Sudan)의 로스트 보이즈(the Lost Boys)에 대해서는 한글로도 여러 권이 번역되어 나와있을만큼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 실존하는 무수한 로스트 보이즈 중 한 사람이었던 아챡(Valentino Achak Deng).  이 책은, 나이에 비해 터무니 없을 정도로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을 나무랄 데 없이 잘 소개하고 있다.

초딩이던 소년 아챡(Achak)은 몸뚱아리 하나만 가지고서 엉겁결에 피난길에 오른다.  갖은 고초를 겪은 그는 성인이 되어서야 난민촌을 벗어나 미국에 정착하게 된다.  그 다사다난했던 과정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줄거리만 듣고 내용을 뻔히 짐작할만한 그런 흔하고 시시한 책은 아니다.

미국에 정착한 아챡은 어느날, 자기 집 초인종을 누른 낯선 방문객들에게 강도를 당한다.  그리고는 그 후유증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이 짧은 치료 과정 중간 중간에 그의 지난 10여 년의 난민 생활의 장면들이 번갈아가며 끼어들어 이야기를 버무려낸다.  작가의 글빨도 뛰어나다.

나약한 나는, 이따금씩 삐져나오는 뱃살을 내려다보며 버스 몇 정거장의 거리를 걸어서 들어가기라도 하는 날이면 곧장 피곤함을 느끼고마는 한심한 도시인의 한 사람이다.  그러기에, ‘로스트 보이즈’ 그들이 겪어온 삶을 가늠이나 해보는 것이 어찌 가당키나 하겠는가.  허나 이 책은 그걸 가늠하긴 어렵더라도, 상상은 해볼 수 있게 도와준다.

아챡은 이디오피아와 케냐의 난민촌에서 무려 13년이란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 아챡은 거기서 ‘로스트 보이즈 재단’의 창설자인 메리 윌리엄스를 만나게 된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작가인 에거스(Dave Eggers)를 만난 그는 지나온 삶을 육성 녹음, e-메일, 전화 통화, 수 많은 만남 등을 통해 털어놓았으며, 그것이 기록으로 남게 된다.

이상의 과정은 수 년에 걸쳐 계속 되었으며, 급기야는 에거스와 함께 수단을 방문하여 현장을 살펴보기까지 한 이후에야 그의 이야기는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소개되어 나오기에 이른 것이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치고는 퍽이나 길고도 어려운 세월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주인공이 너무 어렸던 시절에 나눈 대화의 구체적 내용까지 모두 정확히 기억해 낸다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기에, 이러한 부분은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재구성하였다.  이것이 이 책이 ‘소설’이라고 분류되어 있는 이유이가.  그러나 이 책은 한 사람의 삶을 면밀히 살피고 있는 그냥 한 청년의 (청)소년기 회고록이다.

아챡은 실존 인물의 실제 이름이기도 하다.  아챡은 현재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재단을 설립하여, 수단의 고향 땅에서 학교를 운영하는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http://www.valentinoachakdeng.org).  그에 얽힌 이야기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you tube 등에서는 화면으로 직접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이따금씩, 이들이 막연히 미국이란 나라를 인식하고 있는 내용이 드러나는 부분을 확인할 때면 어쩔 수 없는 현실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한 동안 나의 출퇴근 시간을 대단히 즐겁게 만들어 준 이 책이 매우 고맙다.  구석 구석 도사리고 있는 글쓴이의 뛰어난 유머 감각도 읽는 재미를 단단히 더해주고 있다.

내가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아는 나의 친구가, 자신이 읽고 난 후 나에게 선물로 준 이 한 권의 책.  보통 선물 받은 책은 잘 안 읽게 되는데, 이 책은 읽기를 참 잘한 것 같다.

2009, 3/20일(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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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수 없는 사람들 - 아프리카를 향한 발걸음
이용주 지음 / 가이드포스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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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앤팀(team&team)이라고 하는 단체의 수단에서의 활동을 기록한 책이다.  이 단체는 기독교인들의 모임으로 보이는데, 이를 전면에 노골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결국 책을 구입하였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소위 ‘하나님의 사랑’을 노골적으로 앞세우며, 밑도 끝도 없이 ‘눈물’로 호소하는 태도를 취하지는 않는다.  나 역시 기독교인이지만, 신앙이라기보다는 비이성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접근 태도를 취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구호 단체나 각 종 NGO에서의 자원봉사 활동, 혹은 구직을 희망하는 분들이 읽는다면, 일부 참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반면에 다른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별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시간낭비라 생각할 수도 있다).

여기에, 기억에 남는 몇 대목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러분들은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고생하는데, 저는 제 자신과 가족 외에 마음을 써 본 적이 없어요.  참 부끄럽습니다.]

[그때 나는 음식을 잘 먹지 못했었다.  굶주린 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습관적으로 먹는 것은 죄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신의 종교를 사랑, 혹은 자비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경전을 인용하지 말고, 자신의 삶으로 대답해 보라.]

글쓴이의 문장력, 표현력 등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 책에서 읽는 재미를 찾기란 어렵다.  그러나 위에 인용한 부분을 보라.  그 어떤 화려한 문장보다, 더 훌륭한지 않은가.  이 책을 혹평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이다.


2008, 11/30일(日)  (www.baobabian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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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프리카인이다 - 남아프리카의 전사와 연인, 예언가가 들려주는 역사이야기
막스 두 프레즈 지음, 장시기 옮김 / 당대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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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의 백인 저널리스트가 남부 아프리카의 여러 인물들에 대해서 쓴 책이다.  게다가 장시기 교수가 번역을 한 것이기에, 주저 없이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던 책이다.

‘부시맨들과 사자의 계약’이란 대목은 도시인들이라면 도저히 흉내 낼 수조차 없는 부시맨, 그들의 지혜에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하는 감동이 있으며,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전사’ 대목에서는 남아공 현대사의 위대한 한 페이지를 읽을 수도 있다.  또한, ‘보어인 노스트라다무스’와 ‘나치 암살단’ 등의 대목에 이르러서는 남아프리카의 추한 모습들도 실컷 들여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려면 발음이 까다로운 인명이나 지명들이 수 없이 등장하다 보니, 적응이 좀 필요하다(적어도 나는 그랬음).  중학교 시절,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읽으며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가 끝없이 나오는 바람에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에 책을 내려 놓았던 기억이 있다.  이 책에서도 조금은 이런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

그러다 책 뒷부분의 [마지막 말] 부분에 이르면, 큰 실망을 하게 된다.

[열린 마음의 소유자에게 샤카의 이야기는 단순히 호전적인 살인기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깊은 정신적 상처를 지닌 어린 소년이 성장하여 마침내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 놀랄만한 일들을 행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샤카의 여인들’ 이란 장(章)의 내용을 보면, 줄루 족의 전설과도 같은 족장이었던 샤카가 수천, 아니 수만 명의 사람들을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이나 결정으로 피비린내 나는 살육을 저질렀건만(그것도 자신의 어릴 적 컴플렉스에 기인하는), 이를 ‘놀랄만한 일들을 행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다니.  그의 표현에 의하면 나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가 아닌 모양이다.  도대체 이걸 말이라고 하는 건지…  

어쩌면 막스 두 프레즈는 전쟁도 필요악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열린 마음의 소유자’들이 더 생기게 될까 두려울 따름이다.


2008, 11/14일(金)  (
www.baobabian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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