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s the What (Paperback)
Dave Eggers 지음 / Vintage Books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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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Sudan)의 로스트 보이즈(the Lost Boys)에 대해서는 한글로도 여러 권이 번역되어 나와있을만큼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 실존하는 무수한 로스트 보이즈 중 한 사람이었던 아챡(Valentino Achak Deng).  이 책은, 나이에 비해 터무니 없을 정도로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을 나무랄 데 없이 잘 소개하고 있다.

초딩이던 소년 아챡(Achak)은 몸뚱아리 하나만 가지고서 엉겁결에 피난길에 오른다.  갖은 고초를 겪은 그는 성인이 되어서야 난민촌을 벗어나 미국에 정착하게 된다.  그 다사다난했던 과정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줄거리만 듣고 내용을 뻔히 짐작할만한 그런 흔하고 시시한 책은 아니다.

미국에 정착한 아챡은 어느날, 자기 집 초인종을 누른 낯선 방문객들에게 강도를 당한다.  그리고는 그 후유증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이 짧은 치료 과정 중간 중간에 그의 지난 10여 년의 난민 생활의 장면들이 번갈아가며 끼어들어 이야기를 버무려낸다.  작가의 글빨도 뛰어나다.

나약한 나는, 이따금씩 삐져나오는 뱃살을 내려다보며 버스 몇 정거장의 거리를 걸어서 들어가기라도 하는 날이면 곧장 피곤함을 느끼고마는 한심한 도시인의 한 사람이다.  그러기에, ‘로스트 보이즈’ 그들이 겪어온 삶을 가늠이나 해보는 것이 어찌 가당키나 하겠는가.  허나 이 책은 그걸 가늠하긴 어렵더라도, 상상은 해볼 수 있게 도와준다.

아챡은 이디오피아와 케냐의 난민촌에서 무려 13년이란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 아챡은 거기서 ‘로스트 보이즈 재단’의 창설자인 메리 윌리엄스를 만나게 된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작가인 에거스(Dave Eggers)를 만난 그는 지나온 삶을 육성 녹음, e-메일, 전화 통화, 수 많은 만남 등을 통해 털어놓았으며, 그것이 기록으로 남게 된다.

이상의 과정은 수 년에 걸쳐 계속 되었으며, 급기야는 에거스와 함께 수단을 방문하여 현장을 살펴보기까지 한 이후에야 그의 이야기는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소개되어 나오기에 이른 것이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치고는 퍽이나 길고도 어려운 세월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주인공이 너무 어렸던 시절에 나눈 대화의 구체적 내용까지 모두 정확히 기억해 낸다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기에, 이러한 부분은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재구성하였다.  이것이 이 책이 ‘소설’이라고 분류되어 있는 이유이가.  그러나 이 책은 한 사람의 삶을 면밀히 살피고 있는 그냥 한 청년의 (청)소년기 회고록이다.

아챡은 실존 인물의 실제 이름이기도 하다.  아챡은 현재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재단을 설립하여, 수단의 고향 땅에서 학교를 운영하는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http://www.valentinoachakdeng.org).  그에 얽힌 이야기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you tube 등에서는 화면으로 직접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이따금씩, 이들이 막연히 미국이란 나라를 인식하고 있는 내용이 드러나는 부분을 확인할 때면 어쩔 수 없는 현실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한 동안 나의 출퇴근 시간을 대단히 즐겁게 만들어 준 이 책이 매우 고맙다.  구석 구석 도사리고 있는 글쓴이의 뛰어난 유머 감각도 읽는 재미를 단단히 더해주고 있다.

내가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아는 나의 친구가, 자신이 읽고 난 후 나에게 선물로 준 이 한 권의 책.  보통 선물 받은 책은 잘 안 읽게 되는데, 이 책은 읽기를 참 잘한 것 같다.

2009, 3/20일(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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