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프리카인이다 - 남아프리카의 전사와 연인, 예언가가 들려주는 역사이야기
막스 두 프레즈 지음, 장시기 옮김 / 당대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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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의 백인 저널리스트가 남부 아프리카의 여러 인물들에 대해서 쓴 책이다.  게다가 장시기 교수가 번역을 한 것이기에, 주저 없이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던 책이다.

‘부시맨들과 사자의 계약’이란 대목은 도시인들이라면 도저히 흉내 낼 수조차 없는 부시맨, 그들의 지혜에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하는 감동이 있으며,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전사’ 대목에서는 남아공 현대사의 위대한 한 페이지를 읽을 수도 있다.  또한, ‘보어인 노스트라다무스’와 ‘나치 암살단’ 등의 대목에 이르러서는 남아프리카의 추한 모습들도 실컷 들여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려면 발음이 까다로운 인명이나 지명들이 수 없이 등장하다 보니, 적응이 좀 필요하다(적어도 나는 그랬음).  중학교 시절,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읽으며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가 끝없이 나오는 바람에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에 책을 내려 놓았던 기억이 있다.  이 책에서도 조금은 이런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

그러다 책 뒷부분의 [마지막 말] 부분에 이르면, 큰 실망을 하게 된다.

[열린 마음의 소유자에게 샤카의 이야기는 단순히 호전적인 살인기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깊은 정신적 상처를 지닌 어린 소년이 성장하여 마침내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 놀랄만한 일들을 행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샤카의 여인들’ 이란 장(章)의 내용을 보면, 줄루 족의 전설과도 같은 족장이었던 샤카가 수천, 아니 수만 명의 사람들을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이나 결정으로 피비린내 나는 살육을 저질렀건만(그것도 자신의 어릴 적 컴플렉스에 기인하는), 이를 ‘놀랄만한 일들을 행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다니.  그의 표현에 의하면 나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가 아닌 모양이다.  도대체 이걸 말이라고 하는 건지…  

어쩌면 막스 두 프레즈는 전쟁도 필요악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열린 마음의 소유자’들이 더 생기게 될까 두려울 따름이다.


2008, 11/14일(金)  (
www.baobabian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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