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스캔들 -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
박은몽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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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명작을 대할 때면 그 작품의 지은이에 대한 막연한 존경심과 더불어 그 시대의 삶이 어떠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들을 통해 알게 된 그 시대의 상황과 그의 모습들.

하지만 막연한 상상만으론 그 작품을 잘못 해석하기도 일쑤입니다.

그래서 그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책들을 읽으며 보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곤 합니다.

이번에 이 책, 『인문학 스캔들』.

이 책 역시도 이런 문구가 앞표지에 적혀 있었습니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

그래서인지 더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삶과 더불어 사랑으로 인해 탄생한 작품을 보다 더 절실하게 느끼고 싶었기 때문에 이 책을 펼쳐보기로 하였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면 뒷표지의 문구를 이해하게 됩니다.

사랑은 영감으로 교감은 예술로

"모든 사랑은 흔적을 남긴다"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을 살펴보니 더없이 그들이 남긴 작품엔 하나하나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16명의 예술가들의 이야기.

철학자, 시인, 예술가 등등.

그들에겐 그들만의 뮤즈가 있었고 그 찰나의 사랑이 작품으로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어느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20세기 지성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사랑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시인 '유치환'과 '이영도'의 이야기, '존 레논'과 '요노 요쿄'의 사랑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한 권의 책으로 점합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

이 책을 계기로 관심이 가는 예술가들에겐 그들의 이야기가 더 담긴 이야기가 궁금하게도 하였습니다.

 

저에게는 아무래도 최근에 '프리다 칼로'에 관한 책을 읽어서인지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남자를 사랑하다 - 천재 화가 프리다 칼로와 디아고의 불편한 동행>이 인상깊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그린 일명 '자화상'이라 불리는 작품을 많이 남긴 그녀, 프리다 칼로.

그녀의 작품을 대하다보면 가슴 힌 켠이 아련해지곤 합니다.

그녀가 죽기 직전인 1953년에 남긴 말.

내 그림들은 고통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적어도 몇 사람은 이 부분에 관심을 가져주리라 생각한다. - page 171

육체적 고통 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간직한 그녀의 작품.

그녀의 반쪽이라 여겼던 '디아고'와의 이야기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서로 다른 의식의 공감, 상대방의 작업에 보여주는 애정 어린 관심의 눈길, 서로의 믿음, 그리고 비평적인 감각은 우리가 함께 나눈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술에 대한 애정, 그건 우리들의 관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다. - page 175

그녀만의 사랑으로의 믿음.

하지만 그녀의 마지막 한 마디는 또다시 예술가로써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혁명적인 것은 아니다. 왜 내 그림이 호전적이기를 기대하는가? 나는 그럴 수 없다. 그림이 내 삶을 완성했다. 나는 세 명의 아이를 잃었고, 내 끔찍한 삶을 채워줄 다른 것들도 많이 잃었다. 내 그림이 이 모든 것을 대신해주었다. - page 180 ~ 181

자신의 영혼을 바쳐 사랑한 남자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그마저도 사랑의 힘으로, 예술적인 힘으로 승화시킨 그녀.

다시 그녀에 관련된 책을 보며, 그녀의 작품을 보며 그 마음을 달래 보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행복하였네라 - 시인 유치환과 시조시인 이영도의 착한 불륜>도 인상깊었습니다.

시를 쓰는 사람이었기에 순간수간 영혼과 마음 깊숙한 곳을 그저 정신적 사랑에 몰두한 그들.

유치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인상깊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있어 "여성은 단지 섹스의 대상이 아니라 그 이상의, 마치 고독한 밤 항해에서 아득히 빛나는 등대불과 같고, 마리아를 통해 천주에게 이르듯이 채울 수 없는 허망을 비추는 구원의 길과 같다"고 말했는데, 이영도와의 사랑을 통해서 자신의 그 말을 지켜보인 셈이다. - page 210

그들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편지에 담겨 있었고 더불어 작품에도 묻어 나왔었습니다.

불륜은 불륜이니 감동을 준다는 표현도 어불성설이나, 윤리의 잣대를 던지고 인간 본연의 감정으로만 본다면 참으로 진실하고 영롱한 여운이 있다. 또 사랑이 시심이 되어 주옥같은 작품들을 쏟아내게 하였으니 그들에게 서로를 향한 사랑은 범인들이 보지 못하는 시의 깊은 세계로 그들을 인도하는 구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이 사랑의 도피행이라도 벌였다면 이 이야기는 통속으로 끝나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극한 인내심과 상처로 버텨낸 20년의 시간이 있었기에 그드르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는 것이리라. - page 220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스캔들이 아니었습니다.

진정한 삶이 묻어있었기에, 사랑이 담겨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그들의 작품을 맞이하였을 때 그 느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예술가이기에 특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삶과 사랑을 작품으로 승화시켰기에 특별함이 느껴짐을 느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

보다 많은 이들이 담겨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이 책의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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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이야기 1 - 민주주의가 태동하는 순간의 산고 그리스인 이야기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 / 살림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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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로마'에 관한 책을 접해서인지 그와 관련된 책을 찾아 읽곤 하였습니다.

그러다 '로마'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그 곳, 그리스.

그 곳에 관한 이야기는 쉽사리 접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 역시도 '그리스'라고 하면 떠오르는 건 '그리스 신화'.

그러다 이번에 '시오노 나나미'의 『그리스인 이야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워낙에 그녀가 쓴 『로마인 이야기』는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화두에 오르내리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녀 역시도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로마 이전에

위대한 그리스가 있었다!

하지만 책 속에 그녀 역시도 자신이 『로마인 이야기 1』에서 잠깐 언급할정도의 이야기밖에 없다고 하였습니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대에도 길이길이 남은 그 나라, 그리스.

3권에 걸쳐 그 나라의 이야기를 선사한다고 하였습니다.

 

책 속엔 익속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생소한 이야기들도 많았습니다.

결점이 많지만 그만큼 끊임없는 이야기가 담겨있었던 나라, 그리스.

'도시국가'로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났었고 그 곳에 지금까지도 이어진 '민주주의'의미가 탄생하였음은 실로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지형적 결점을 장점화시켜 해양 대국을 건설함 등은 그들의 진정한 그리스인이 되고자하는 노력과 고뇌의 산물임이 여실히 보여졌습니다.

 

책 속에 인상적인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제1차에서 제2차로 이어진 페르시아전쟁, 특히 제2차 전쟁의 두 번째 해는 앞으로 그리스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다르게 말하면 지침을 부여했던 셈이다.

페르시아는 '양'으로 압도하는 방법으로 공격해 왔다. 그리스는 '질'로 맞서 싸웠다. 이때 '질'이란 개개인의 소질보다는 모든 시민이 지닌 자질을 활용한 종합적인 질을 의미한다. 즉 한데 모아서 활용하는 능력이라고 말해도 좋다. 이를 통해 그리스는 승리했다. 보리 한 줌에 불과했지만 대제국을 상대로 이긴 것이다. - page 334 ~ 335

 

인간이란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한편으로 어처구니없이 어리석은 것을 저지르는 생물이기도 하다. 이렇게 성가신 생물인 인간에게 이성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철학'이다. 반대로 인간의 현명함과 어리석음을 일괄해서 그 모든 것을 써가는 것이 '역사'다.

이 두 가지를 그리스인이 창조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 page 409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함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아는 것 역시도 중요하지만 다른 나라의 역사도 앎으로써 비로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을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대선.

모든 시민이 지닌 자질이 발휘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습니다.

다음에 나올 2, 3권 역시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짧지만 강한 임펙트를 남긴 나라, 그리스.

지금의 그리스가 다시금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도 남기며 책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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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술사 1 - 기억을 지우는 사람 아르테 미스터리 10
오리가미 교야 지음, 서혜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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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독특하였습니다.

"당신에게도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습니까?"

누구에게나 가지고 있는 기억.

그 기억을 지우고 싶으냐고 물으니 당연히 저는 "Yes!"라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는 것도 결국은 '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기억술사』

과연 어떤 이들의 기억을 지워줄 것인지 궁금하였습니다.

 

이 책은 1권으로 끝나지 않고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우선 1권을 읽게 되었는데......

읽으면서 소설이지만 제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질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당신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습니까?

그 기억을 지우고나면 괜찮을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이 책.

간만에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읽게 되었는데 점점 빠져들어 그 다음 2권이 너무나도 기다려졌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료이치'.

그는 좋아하는 선배 '쿄고'가 밤에 돌아다니는 것을 두려워하였는데 어느 순간 그 공포증과 함께 자신의 존재를 잊으므로써 '기억술사'의 존재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의 정체를 밝혀나가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야기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주로 야기되는 '도시전설'.

저 역시도 일드를 통해 알고 있었기에 '도시전설'이라는 것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는데 이야기의 흐름은 점점 독자의 생각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갑니다.

그렇기에 더 몰입을 하게 되고 그 뒷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기도 합니다.

(누구라고 차마 얘기할 수 없는...... 꼭 읽어보시길......)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기억술사는 잊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 앞에 나타나서 잊고 싶은 것만 잊게 해준대. 잊은 사람은 기억술사가 잊게 해줬다는 사실까지 모두 잊고, 나쁜 기억은 전부 없었던 거나 다름없게 된대." - page 40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기억이란 지우려 해서 가볍게 지울 수 있는 게 아닐뿐더러, 지워서도 안 되는 것일 텐데." - page 52

 

"나는 그렇게 생각해. 기억은 과거야. 이미 존재하지 않는 거야. 하지만 그 사람 안에 기억으로 남아 있는 한, 그 기억은 그 사람에게 영향을 주지. 때로는 그 영향력이 현실보다도 더 강하게 작용해. 그 사람은 기억으로부터 도망칠 수도 없어. 기억의 힘은 그 사람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어서 주위 사람들은 어떻게 해줄 수도 없어."

(중략)

"기억으로 인해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따면 그 반대도 있어. 자신에 관한 기억으로 누군가가 삶을 지탱해나간다면 행복한 일이겠지. 그런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그것은 굉장한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을거야......" -page 112 ~ 113

 

"후회가 되는 일을 후회할 수도 없게 돼. 기억을 잃었으니까." - page 286

 

그 중에서도 이 책에서 하고자하는 이야기는 이 문장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 기억이란 과거에 있었던 일의 조각 같은 거잖아? 그것이 쌓이고 겹쳐져서 경험이랄까. 그런 게 되어서 사람을 만드는 거잖아. 그 조각이 쌓이고 겹쳐져서 하나의 형태를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갑자기 사라지면 원래 모양도 잃게 되는 거라고 난 생각해. 그 한 조각 위에 겹쳐져있던 다른 조각까지 전부....... 흩어져서 형태가 바뀌고." - page 321

 

이 책을 읽고 난 뒤 다시금 이 책에서 우리에게 물었던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당신에게도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습니까?"

과연 나에게 존재하는 기억들 중 지우고 싶은건......

그 기억의 조각은 어떤 큰 퍼즐 속에 속해 있을지......

다음 편에서 '료이치'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나타날지 궁금하였습니다.

기억술사......

그의 존재가 1권의 마지막에 여운을 남겨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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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사장을 납치한 하롤드 영감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잔(도서출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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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너무나 친숙한 이름을 발견하였습니다.

'이케아(IKEA)'

누구나 집에 이케아 제품은 하나씩 존재하기 마련일 것 입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조립을 통해 개인적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모던함과 심플함을 간직하고 있어서 요즘 유행하는 인테리어에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좀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이케아 사장을 납치?

이건 무슨 소린지...

책의 표지에서도 말합니다.

"왜 하필 그 사람을 납치하려는 거죠?

혹시 이케아에서 구입한 조립식 가구에

못이 하나 빠졌던가요?"

조금 황당한 질문을 하는데 오히려 독자인 저로써는 호기심으로 다가왔습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지 얼른 읽어봐야겠습니다.

 

이 소설은 노르웨이의 조용한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였습니다.

한창 관심이 갔었던, 그리고 그 이야기 방식이 독특함이 묻어났기에 설마하였는데 역시나 북유럽 소설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읽으면서 북유럽 특유의 유머가 담겨 있었고 독특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또한 소설 속 주인공 역시도 기존의 북유럽 소설에서 만나보았던 그 느낌이 물씬 담겨있어서 읽는내내 유쾌, 상쾌, 통쾌하게 읽었지만 다 읽고 난 뒤엔 왠지 모를 아쉬움과 여운이 가득하였습니다.

 

책의 내용은 어느 작은 마을에 대를 이어 가구점을 운영하던 '하롤드'영감이 연쇄 충돌 사고를 처리하던 경찰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한 인간을 납치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고 말하자 경찰은 미소를 지었다. 스웨덴 사람인가요? 맞아요. 그게 바로 내 계획이라오. 그렇다면 아주 바쁘실 것 같군요. 그는 내가 농담한다고 생각했을까? 그의 농담에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무기를 준비하셨습니까? 그가 다시 물었다. 예. 서류 가방에 들어 있나요? 아닙니다. 서류 가방에는 앨범이 들어 있어요. 아, 물론! 물론 그렇겠죠. 경찰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눈에는 안경을 끼고 모자를 쓴 늙은이, 뒷자리에 서류 가방을 싣고 차를 모는 한 남자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은 것이리라. 그 선택된 자는 누구입니까? 그는 더 알고 싶어 했다. 선택된 자라고요? 예, 납치를 당할 사람 말입니다. 잉바르 캄프라드입니다. 이케아(IKEA) 그룹의 대표 말입니까?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page 8 ~ 9

얼마나 절박했으면 직접 찾아가 납치를 계획하기로 했을까?

알고보니 그는 이케아로 인해 대대로 물려 내려온 가게를 문닫아야 할 지경에 이르기 시작하였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된 부인 '마르니'가 있기에 그 분한 마음을 전하고자 납치계획을 저지르게 됩니다.

이케아 그룹 대표를 찾아 떠나는 길에 그는 아내와의 추억을 되뇌이며 우연히 만난 소녀 '엡바'와 함께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고자 합니다.

 

책을 읽어갈수록 현재 우리의 모습도 비교해 볼 수 있었습니다.

대형서점이 들어서면서 점점 사라져가는 동네서점들,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문을 닫는 동네슈퍼들......

그곳엔 추억이 담겨 있었고 인정이 있었으며 우리의 삶이 묻어져있었기에 사회의 흐름으로 어쩔 수 없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안타까우면서도 어쩔 수 없음에 그저 한탄만 남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도 '하롤드'영감의 심정이 이해가 되며 그의 계획이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저씨, 어떻게 실행하실 생각인가요? 엡바가 물었다. 뭘? 잉바르 캄프라드를 어떻게 납치할 생각이냐고요.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문득 온몸에 번지는 불안감과 긴장감이 느껴졌다. 머릿속을 휘젓는 온갖 불행한 생각의 조각들을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씁쓸함과 비참함을 느끼는 데는 그 어떤 비용도 들지 않는다. 전 생애를 통해 쌓아 온 것들이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바라보며 내 몸을 파고 들어오는 씁쓸함과 비참함에 젖어 버리면 되니까. 하지만 복수심은 몸속을 파고 들어와 똬리를 틀고 자리 잡는다. 복수심에 젖어들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계획을 세우며 실행하기 위해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기 마련이다. - page 91

 

그동안 살아오면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주고받은 의미 있는 말들을 떠올려 보았다. 대화를 주고받은 모든 이들, 내게 힘을 주고 희망을 준 이들. 마르니가 없는 내 삶은 빛을 잃어버린 달이나 마찬가지였다. 인생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크든 작든 어떤 식으로든 우리를 변화시키기 마련이다. 우리는 타인과 만나면서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 만남이 없다면 존재 가치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그간 캄프라드가 만났음직한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다. 모르긴 해도 그가 만나 인사를 주고받은 사람이 수만 명은 족히 넘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이제 나를 만난 것이다. 길모퉁이 레스토랑에서 만난 성난 늙은이, 숲에서 뛰쳐나와 복수하려는 사람. - page 163

 

하지만 결국 그도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인정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게 됩니다.

그렇다면 내일은 월요일인가. 기억하오, 마르니? 우리가 일요일 저녁 침대에 누워 내일은 월요일이라며 대화하던 것 말이오. 우리는 저녁 내내 서로를 부둥켜 안고 있었잖소. 내일은 월요일이에요.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날이죠. 좋은 한 주가 되리라고 믿어요. 당신은 그렇게 말했소. 언젠가 함께 가구점으로 가자고 했던 것도 기억하오? 슬픔과 기쁨으로 채워진 어느 하루를 골라 함께 갑시다. 부도가 나기 몇 달 전, 우리는 입버릇처럼 말했소. 아, 그건 결국 희망에 지나지 않았소. 하지만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오. 내일은 가구점으로 사람들이 몰려올 거요. 다가올 한 주는 지난주보다 훨씬 나을 거요. 맞아요, 세상일은 변하기 마련이죠. 변해야만 해요. 내일은 월요일이잖아요. - page 205

 

책을 다 읽고나니 문뜩 저도 항상 그 자리를 지키던 가게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 주인의 손떼묻은 곳.

변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제 욕심을 잠시나마 해보며 책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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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안나 가발다 지음, 김민정 옮김 / 북레시피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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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입소문으로 역주행하는 책들이 있습니다.

모르고 지나쳤다면 또 하나의 보석을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이 책 역시도 그러했습니다.

대중들의 입소문으로 장기 베스트셀러가 된 안나 가발다의 놀라운 첫! 작품집,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대중들의 입소문으로 인정을 받았다면 망설일 필요없이 읽어야하는 것이 인지상정!

이번을 계기로 작가 '안나 가발다'와의 인연의 끈을 이어볼까 합니다.


책 속의 이야기는 짧은 단편들이었습니다.

그런 단편들이 모아져서 나온 이 책은 다 읽고나서보니 단편소설이 주는 미학과 여운으로 마치 장편소설과도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번에 알게 된 저자, '안나 가발다'.

화려한 문체가 아닌 간결한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서인지 보다 인물들에게 집중을 하며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분부분 묘사는 섬세하였기에 책을 읽어가면서 장면 하나하나를 상상해가며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전반적으로는 2부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 속에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그려진 그들의 모습에선 동질감도 느끼곤 하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도 느껴졌었습니다.

걸으면서 나는 길가에 빈 깡통이라도 널려 있는 것처럼 허공에 대고 발길질을 했어요.

나는 휴대폰이 미워요. 사강도 싫고 보들레르도 지긋지긋해요.

그리고 내 오만함도. -  page 30


나는 엄청나게 많은 여자들과 잤지만 그녀들의 이름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뭐 악의가 있어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다. 어마어마하게 벌어들인 돈, 주변에 득실대는 아첨꾼들, 나는 아무한테나 속내를 털어놓고 싶을 만한 상황에 처해 있다.

말한 그대로다. 나는 서른여덟 살인데 인생에 있어서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다. 여자들에 관해서도 그밖의 것들에 대해서도. - page 31


그 후로 오랫동안 나는 그녀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내 인생 밖에 있다고,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아도 어쨌든 내 인생 밖에 있다고. 즉 그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여자, 멀찌감치 떨어져 살고 있는 여자, 그다지 아름다웠던 적도 없는 여자, 과거에 속하는 여자라고.

그전에는, 그러니까 내가 젊고 낭만적이었던, 그래서 사랑이 영원하리라 믿었던 시절에는 그녀를 향한 나의 사랑만큼 지고지순한 감정은 없다고 믿었다......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 page 73


특히나 배 속의 태아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결혼식에 참석하여 신부를 향해 미소를 지으려 애쓰는 이야기가 있던 <임신>은 여운으로 남아 자꾸만 머릿 속에 맴돌곤 하였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곤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나고 다른 한 편의 이야기로 넘어갈 때 시간이 좀 걸리곤 하였습니다.

그 전의 이야기의 여운이 오래 남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그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기에 자꾸만 그 끝엔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끝을 맺지 않은 이야기들, 오히려 끝을 맺지 않았기에 읽는 독자로 하여금 더 많은 이야기를 남겨둔 것 같았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그녀의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하였습니다.

그 속의 인물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지 또다시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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