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사장을 납치한 하롤드 영감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잔(도서출판)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너무나 친숙한 이름을 발견하였습니다.

'이케아(IKEA)'

누구나 집에 이케아 제품은 하나씩 존재하기 마련일 것 입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조립을 통해 개인적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모던함과 심플함을 간직하고 있어서 요즘 유행하는 인테리어에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좀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이케아 사장을 납치?

이건 무슨 소린지...

책의 표지에서도 말합니다.

"왜 하필 그 사람을 납치하려는 거죠?

혹시 이케아에서 구입한 조립식 가구에

못이 하나 빠졌던가요?"

조금 황당한 질문을 하는데 오히려 독자인 저로써는 호기심으로 다가왔습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지 얼른 읽어봐야겠습니다.

 

이 소설은 노르웨이의 조용한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였습니다.

한창 관심이 갔었던, 그리고 그 이야기 방식이 독특함이 묻어났기에 설마하였는데 역시나 북유럽 소설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읽으면서 북유럽 특유의 유머가 담겨 있었고 독특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또한 소설 속 주인공 역시도 기존의 북유럽 소설에서 만나보았던 그 느낌이 물씬 담겨있어서 읽는내내 유쾌, 상쾌, 통쾌하게 읽었지만 다 읽고 난 뒤엔 왠지 모를 아쉬움과 여운이 가득하였습니다.

 

책의 내용은 어느 작은 마을에 대를 이어 가구점을 운영하던 '하롤드'영감이 연쇄 충돌 사고를 처리하던 경찰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한 인간을 납치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고 말하자 경찰은 미소를 지었다. 스웨덴 사람인가요? 맞아요. 그게 바로 내 계획이라오. 그렇다면 아주 바쁘실 것 같군요. 그는 내가 농담한다고 생각했을까? 그의 농담에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무기를 준비하셨습니까? 그가 다시 물었다. 예. 서류 가방에 들어 있나요? 아닙니다. 서류 가방에는 앨범이 들어 있어요. 아, 물론! 물론 그렇겠죠. 경찰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눈에는 안경을 끼고 모자를 쓴 늙은이, 뒷자리에 서류 가방을 싣고 차를 모는 한 남자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은 것이리라. 그 선택된 자는 누구입니까? 그는 더 알고 싶어 했다. 선택된 자라고요? 예, 납치를 당할 사람 말입니다. 잉바르 캄프라드입니다. 이케아(IKEA) 그룹의 대표 말입니까?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page 8 ~ 9

얼마나 절박했으면 직접 찾아가 납치를 계획하기로 했을까?

알고보니 그는 이케아로 인해 대대로 물려 내려온 가게를 문닫아야 할 지경에 이르기 시작하였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된 부인 '마르니'가 있기에 그 분한 마음을 전하고자 납치계획을 저지르게 됩니다.

이케아 그룹 대표를 찾아 떠나는 길에 그는 아내와의 추억을 되뇌이며 우연히 만난 소녀 '엡바'와 함께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고자 합니다.

 

책을 읽어갈수록 현재 우리의 모습도 비교해 볼 수 있었습니다.

대형서점이 들어서면서 점점 사라져가는 동네서점들,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문을 닫는 동네슈퍼들......

그곳엔 추억이 담겨 있었고 인정이 있었으며 우리의 삶이 묻어져있었기에 사회의 흐름으로 어쩔 수 없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안타까우면서도 어쩔 수 없음에 그저 한탄만 남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도 '하롤드'영감의 심정이 이해가 되며 그의 계획이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저씨, 어떻게 실행하실 생각인가요? 엡바가 물었다. 뭘? 잉바르 캄프라드를 어떻게 납치할 생각이냐고요.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문득 온몸에 번지는 불안감과 긴장감이 느껴졌다. 머릿속을 휘젓는 온갖 불행한 생각의 조각들을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씁쓸함과 비참함을 느끼는 데는 그 어떤 비용도 들지 않는다. 전 생애를 통해 쌓아 온 것들이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바라보며 내 몸을 파고 들어오는 씁쓸함과 비참함에 젖어 버리면 되니까. 하지만 복수심은 몸속을 파고 들어와 똬리를 틀고 자리 잡는다. 복수심에 젖어들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계획을 세우며 실행하기 위해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기 마련이다. - page 91

 

그동안 살아오면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주고받은 의미 있는 말들을 떠올려 보았다. 대화를 주고받은 모든 이들, 내게 힘을 주고 희망을 준 이들. 마르니가 없는 내 삶은 빛을 잃어버린 달이나 마찬가지였다. 인생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크든 작든 어떤 식으로든 우리를 변화시키기 마련이다. 우리는 타인과 만나면서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 만남이 없다면 존재 가치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그간 캄프라드가 만났음직한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다. 모르긴 해도 그가 만나 인사를 주고받은 사람이 수만 명은 족히 넘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이제 나를 만난 것이다. 길모퉁이 레스토랑에서 만난 성난 늙은이, 숲에서 뛰쳐나와 복수하려는 사람. - page 163

 

하지만 결국 그도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인정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게 됩니다.

그렇다면 내일은 월요일인가. 기억하오, 마르니? 우리가 일요일 저녁 침대에 누워 내일은 월요일이라며 대화하던 것 말이오. 우리는 저녁 내내 서로를 부둥켜 안고 있었잖소. 내일은 월요일이에요.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날이죠. 좋은 한 주가 되리라고 믿어요. 당신은 그렇게 말했소. 언젠가 함께 가구점으로 가자고 했던 것도 기억하오? 슬픔과 기쁨으로 채워진 어느 하루를 골라 함께 갑시다. 부도가 나기 몇 달 전, 우리는 입버릇처럼 말했소. 아, 그건 결국 희망에 지나지 않았소. 하지만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오. 내일은 가구점으로 사람들이 몰려올 거요. 다가올 한 주는 지난주보다 훨씬 나을 거요. 맞아요, 세상일은 변하기 마련이죠. 변해야만 해요. 내일은 월요일이잖아요. - page 205

 

책을 다 읽고나니 문뜩 저도 항상 그 자리를 지키던 가게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 주인의 손떼묻은 곳.

변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제 욕심을 잠시나마 해보며 책을 덮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