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안나 가발다 지음, 김민정 옮김 / 북레시피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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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입소문으로 역주행하는 책들이 있습니다.

모르고 지나쳤다면 또 하나의 보석을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이 책 역시도 그러했습니다.

대중들의 입소문으로 장기 베스트셀러가 된 안나 가발다의 놀라운 첫! 작품집,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대중들의 입소문으로 인정을 받았다면 망설일 필요없이 읽어야하는 것이 인지상정!

이번을 계기로 작가 '안나 가발다'와의 인연의 끈을 이어볼까 합니다.


책 속의 이야기는 짧은 단편들이었습니다.

그런 단편들이 모아져서 나온 이 책은 다 읽고나서보니 단편소설이 주는 미학과 여운으로 마치 장편소설과도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번에 알게 된 저자, '안나 가발다'.

화려한 문체가 아닌 간결한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서인지 보다 인물들에게 집중을 하며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분부분 묘사는 섬세하였기에 책을 읽어가면서 장면 하나하나를 상상해가며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전반적으로는 2부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 속에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그려진 그들의 모습에선 동질감도 느끼곤 하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도 느껴졌었습니다.

걸으면서 나는 길가에 빈 깡통이라도 널려 있는 것처럼 허공에 대고 발길질을 했어요.

나는 휴대폰이 미워요. 사강도 싫고 보들레르도 지긋지긋해요.

그리고 내 오만함도. -  page 30


나는 엄청나게 많은 여자들과 잤지만 그녀들의 이름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뭐 악의가 있어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다. 어마어마하게 벌어들인 돈, 주변에 득실대는 아첨꾼들, 나는 아무한테나 속내를 털어놓고 싶을 만한 상황에 처해 있다.

말한 그대로다. 나는 서른여덟 살인데 인생에 있어서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다. 여자들에 관해서도 그밖의 것들에 대해서도. - page 31


그 후로 오랫동안 나는 그녀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내 인생 밖에 있다고,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아도 어쨌든 내 인생 밖에 있다고. 즉 그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여자, 멀찌감치 떨어져 살고 있는 여자, 그다지 아름다웠던 적도 없는 여자, 과거에 속하는 여자라고.

그전에는, 그러니까 내가 젊고 낭만적이었던, 그래서 사랑이 영원하리라 믿었던 시절에는 그녀를 향한 나의 사랑만큼 지고지순한 감정은 없다고 믿었다......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 page 73


특히나 배 속의 태아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결혼식에 참석하여 신부를 향해 미소를 지으려 애쓰는 이야기가 있던 <임신>은 여운으로 남아 자꾸만 머릿 속에 맴돌곤 하였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곤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나고 다른 한 편의 이야기로 넘어갈 때 시간이 좀 걸리곤 하였습니다.

그 전의 이야기의 여운이 오래 남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그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기에 자꾸만 그 끝엔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끝을 맺지 않은 이야기들, 오히려 끝을 맺지 않았기에 읽는 독자로 하여금 더 많은 이야기를 남겨둔 것 같았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그녀의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하였습니다.

그 속의 인물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지 또다시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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