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13년 연속 와튼스쿨 최고 인기 강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8.0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늘 책을 읽고 그에 대한 부제를 쓰는데 별 것 아니지만 나름대로 고민을 한 끝에 정한다. 원래는 표준과 프레이밍이 아니라 역지사지와 떼쓰기라는 제목을 하려 했는데 전체적으로 저자의 의도는 표준과 프레이밍이라는 단어로 표현되고 본인도 그것을 원하는듯 하여 부제를 그렇게 정했다.
그동안 협상에 관한 책은 상당히 많이 나와 있었고 그런 책들을 많이 읽었다. 협상이라는 것은 결국 누군가 상대방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 되고 나혼자 결정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그 이야기는 내가 협상을 하려는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라 그 누군가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것은 역지사지이다. 내 생각과 주장과 상황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협상을 해야 하는 상대방의 생각과 마음과 상황과 처지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내 입장만 생각하고 밀어부치면 상대방은 그에 반발해서 협상은 커녕 오히려 나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 심지어 그런 행동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이나 감정의 동요없이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람의 감정이 무서운 이유다. 평소에 절대로 그럴리가 없는 인물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가 다 존재하는 것이 바로 인간세상의 어려움이다.
협상을 가장 잘하는 인물은 개인적으로 볼 때 어린 아이다. 어린 아이가 협상을 잘 하는 이유는 바로 떼를 어김없이 쓰기 때문이다. 그것도 눈물을 흘리면서 말이다. 악어의 눈물이라고 하는 거짓 눈물일 수도 있지만 울음을 울 때 당시의 아이들의 모습이나 진정성은 의심할 수 없다. 어떻게 그리 빠른 시간에 눈물을 흘리며 떼를 쓸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이러한 아이들의 떼는 많은 경우에 통한다. 그 이유는 먼저 부모 자식간의 무한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아이는 나를 사랑하는 부모가 어지간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는 것을 알고 있고 부모는 아이가 떼를 쓰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 아이를 욕하거나 핍박하기보다는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이해를 구하려 하거나 결국에는 사 준다.
이처럼 타인과의 협상은 역지사지와 아이가 떼를 쓸 때 기본인 상호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는 협상에 관하여 기존 책들이 약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목적을 달성하는데 치중했다면 나를 이익이 되고 상대방도 될 수 있는 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러한 이유로 이 책은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물론, 이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된 이유 중에 초기에는 아마도 경제, 경영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정도는 들어 봤을 와튼스쿨이라는 곳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강의라는 뒷배경이 무시할 수 없는 작용을 했을 것이다. 미시시피대학 최고의 인기강의라는 문구보다는 더욱 강력한 작용을 할테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협상에 대해 엄청나게 좋은 이야기를 할 정도로 대단한 책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여타의 책이나 협상책에서 이미 익숙했던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최근 유행인 행동경제학쪽에서 많이 나오는 이야기들도 보이는등 참신하고 새로운 이야기들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바로 그 점이 우리가 협상을 잘 하는 비결인지도 모른다.
상대방과 협상을 할 때 거창하고 대단한 전략과 전술을 세우고 화려한 언어를 통해 상대방을 회유하거나 유리한 위치를 이용해서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상황이나 아주 사소한 컨셉만으로도 서로간의 유대감을 형성하여 보다 친밀해지고 이를 통해 내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고 상대방도 어느정도 만족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분명히 협상이라는 것이 서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을 하기 때문에 자신의 방법이 나쁘지 않고 상대방이 알게 된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고 오히려 상대방이 알게 되면 더욱 좋게 될 것이라 주장을 하는데 책을 열심히 읽다보면 -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사례의 인물들은 실제인물이라고 한다 - 저자의 주장처럼 서로가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익을 어느정도 보지만 상대방은 그다지 이익을 보지 않는 장면도 내 생각에는 꽤 많다.
내 입장에서는 상대방도 이익이 될 것이라 보이지만 거꾸로 상대방의 입장으로 봤을 때 협상 당시에는 내 감정을 케어해 주는 것으로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나중에는 손해를 봤다고 느끼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난 들었다. 내 억지스러운 주장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책에서 협상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을 내세우지 말고 협상 대상자가 속한 곳의 표준을 앞 세우라고 한다. 내가 하는 요구가 결코 부당한 것이 아니라 협상 대상자가 속한 곳이나 협상 대상자가 이야기하는 바로 그 표준에 어긋나는 것이라 정정을 하는 것이라고 최대한 부드럽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면 상대방도 이를 수긍하고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프레이밍효과를 상대방에게 인식시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프레이밍을 갖고 있다. 또는 각 단체는 자신들의 고유한 프레이밍을 갖고 있다. 이를 슬기롭게 이용하는 것이다. 나로써는 이용하는 것이고 상대방은 본인이 정한 프레이밍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수용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 어찌보면 상당히 고단수의 조정이라 생각한다.
어떤 협상 대상자를 만나더라도 상대방이 생각하는 표준과 그들의 프레이밍을 각인시켜 협상을 한다면 내가 의도한 대로 완벽하게 달성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포기하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를 볼 수 있다. 상대방이 나에게 똑같은 협상을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나도 인간이고 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내가 정한 표준과 프레이밍에 따라 행동하게 될 것이다.
협상을 할 때 나도 이익이 되고 상대방도 이익이 되는 경우는 사실 그리 흔하지 않다. 둘 중에 한 명이 아주 약간이라도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내 경우에는 그런 이유로 내가 약간 손해를 본다는 생각으로 협상을 한다. 물론, 무조건 처음부터 손해를 보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기준을 정한 후에 상대방과 협상을 하면서 최종 순간에 내가 약간 손해본다는 생각으로 협상을 마무리한다.
이상적인 협상이란 분명히 나도 이익이 되고 상대방도 이익이 되는 결론이 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얼마든지 이런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믿고 또한 그러한 결과를 잘 내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러한 것은 내 능력부족인지 몰라도 힘들다고 보기 때문에 내가 약간 손해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렇다고 하여 내가 원하는 결과에서 큰 지장이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순하게 협상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책 이름이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이다. 그 말은 협상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이나 우리가 맞다뜨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환경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어떤 식으로 얻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사례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책을 다 읽어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나는 역지사지와 떼를 쓰는 방법보다 좋은 것은 없다는 나만의 착각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넓은 의미에서는 비슷하고도 같은 방법이라 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이 기분 나뻐하지 않으면서 기쁜 마음으로 - 까지는 힘들지 몰라도 - 얻을 수 있느냐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