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제국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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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굳이 두 가지 분류로 정하자면 순수 문학 소설과 장르 소설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근거를 갖고 이렇게 나누게 되었으냐고 묻는다면 내가 감히 할 말은 없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긍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솔지히, 순수 문학소설을 조금 더 고상하고 위로 쳐주고 장르 소설은 그 하위문화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장르소설은 시대를 초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면 - 그런게 과연 시대를 초월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먀는 - 순수 문학소설은 그 시대의 흐름과 정서를 올곧이 담고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에 나오는 배경은 책이 나온 시간과는 동 떨어져 있다 해도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설을 읽으며 과거가 아닌 현재에 대하 비유나 은유로 생각하니 말이다.

 

순수 문학소설도 굳이 따지자면 남성작가의 소설과 여성 작가의 소설로 나눌 수 있다. 성 차별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이렇게 구분을 한 것은 여성이 지은 소설과 남성이 지은 소설은 서로 필력이라고 할까, 세상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한다. 지금까지 여성 작가와 남성 작가의 순수 문학 소설을 읽은 비율을 따지자면 - 당연히 국내만 - 7대 3으로 여성 작가의 소설을 많이 읽었다. 이유는 없지만 그렇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남성보다는 여성 작가의 소설이 더 활발하게 출판되고 사람들의 인기를 끌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런 비교와는 전혀 상관없이 어떤 소설을 읽을까하고 여러 경로를 통해 검색을 하다보면 몇 몇 작가들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 책 '빛의 제국'의 작가인 김영하도 바로 그런 인물이다. 특별히 국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그저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해서 읽는 스타일이라 국내 작가중에 유명한 누군가의 소설을 읽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관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하여 김영하의 소설중에 가장 많이 소개가 되어 있다고 보여지는 '빛의 제국'을 선택해서 읽게 되었다. 그 전에 읽은 박민규나 천명관의 소설과는 느낌이 꽤 다르다. 박민규와 천명관의 소설은 어딘지 비슷한 스타일이라면 비슷한 스타일이 느껴졌는데 김영하의 소설은 그보다는 좀 더 올바른 사람의 시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표현하면 좀 그럴 수 있겠지만 말이다.

 

아마도 비슷한 연배이지 않을까 하는데 - 그냥 5년 내외는 비슷하다고 한다 - 그렇다면 개인적인 경험은 조금씩 다를 수 있어도 우리나라를 살아가며 느끼는 동시대적인 동질감과 이질감은 조금씩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다 같이 2부제 수업을 들었고(아닌가??) 5공, 6공등과 서울 올림픽, IMF, 월드컵이라는 국가적인 이벤트도 경험하면서 알게 모르게 공유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소설은 아주 일상적인 하루로 시작한다. 대부분의 작품처럼 너무 평범한 일상의 시작은 엄청난 소용돌이에 들어가기 전 누구나 다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폭풍에 휩쌓일 수 있다는 전제를 위한 본 음식전의 전채와도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오늘 오전에 양치질을 하지 않았다고 오후에 누군가를 총으로 죽이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총 하루동안 일어난 일을 시간대별로 구성하여 이야기가 진행된다. 물론, 굳이 시간대별로 진행할 이유까지는 없다. 내용 구조상 일주일이여도 상관없고, 한 달이라도 상관은 없다. 차라리 시간대별로 치밀하게 얼기고 설키는 이야기로 구조를 만들었으면 훨씬 흥미진지하게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이야기는 주로 장르소설에서 많이 나온다. 왜일까?

 

시간대별로 주인공의 가족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이 펼쳐지지만 시간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각자 과거에 대한 회상을 하기 때문에 시간구성이 꼭 하루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하루라는 시간은 참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고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다. 어이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가족이라고 하는 울타리안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함께 살고 있는 배우자가 과거에 누구와 만났고 어떤 일을 했는지 알려주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지금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어도 누구와 만나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 방법은 없고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게 가족이니까라는 말에 모든 것이 포함된다. 상대방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뜻도 포함되고, 상대방에 대해 적당히 무지하고 알려고 하지 않는 것도.

 

소설의 주인공은 '간첩'이다. 그것도 이미 남한이라는 곳에서 20년을 살아 온. 더구나, 10년 넘게 북한과는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남한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둥바둥친 똑같은 인간이다. 특별히 북한에서 단 돈 10원 하나 보태주지도 않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살아온 인생이다. 자신이 간첩이라는 사실마저도 잊고 살아온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다.

 

한 마디로 지금 당장 거리에 나가 걷다 어깨를 부딪치는 바로 그 사람일 수도 있을 정도의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예비군 훈련을 가면 농담조로 "야~~야~~ 우리보다 간첩이나 북한 군부가 더 많이 알고 있을텐데 무슨 비밀이냐? 비밀은?"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지극히 평범한 우리 개인들보다 북한이 더 잘 우리나라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북한 주민들보다 우리들이 더 많이 북한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우리들 각자는 자신이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모습과 실제로 자신의 모습이 다를 수 있다. 나는 사람들에게 A라고 보여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나에게 B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들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간직하며 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들은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비밀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할 때 흥미를 갖게 되고 동질감을 획득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 위치나 상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벗어나고 싶다고 하지만 막상 그런 기회가 주워진다면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책에서 주인공은 지극히 평범한 나날을 살아오다 어느날 갑자기 북한으로 돌아오라는 지령을 받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삶을 파괴하지 못하고 순응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자신에 대해 부정을 해야만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인데 그걸 부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 기회라는 것이 말이 기회지 실제로 더 좋아질 지 나뻐질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면 더더욱 사람은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조금은 힘들더라도 지금까지 익숙하게 살아왔던 현재의 삶을 유지하려 한다. 나라면 현재의 가족을 버리고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 소설에 대한 리뷰를 썼는데 솔직히 지금 쓴 리뷰는 '빛의 제국의 전체적인 맥락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수 있다. 소설과는 전혀 상관없이 전적으로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썼다. 책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딱히 책과 관련되어 쓸꺼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게 바로 소설이 갖고 있는 향기가 아닐까 한다. 꼭 책에 맞는 무엇인가를 써야 할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다만, 이 책으로 통해 김영하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향후에도 김영하의 소설을 마저 읽기로 했다. 특별히 기발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엄청 어렵게 이야기를 풀어내지도 않았지만 소설에는 지금 이곳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고민에 대한 것이 난 읽혀진다. 난 그걸 풀어낼 능력도 없고 펼쳐 보여 줄 능력도 더더욱 없고 이렇게 누군가 쓴 글을 통해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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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생각지도 - 속옷만 갈아입지 말고 생각도 갈아입어라!
유영만 지음 / 위너스북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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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유영만교수는 - 현재 교수이기 때문에 어딘지 교수라고 표현해야 할 듯 - 우연히 블로그를 돌아다니다가 엄청난 지식인이라는 문구를 보고선 이 분의 블로그를 쫓아 들어 간 적이 있었다. 엄청난 지식인이라는 표현에 대해 내가 왈가불가 할 정도로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하지만 이 분의 놀라운 필력에는 감탄을 금치 못한다.

 

거의 매일같이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소재를 갖고 끊임없이 여러 글을 쓴다. 아주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그것에 대해 쓰고 또 쓴다. 하루에도 본인이 생각한 수많은 생각을 글로 쓴다. 도저히 따라갈 수 없어 - 솔직히 조금은 지겹기도 해서 - 이제는 읽지 않고 그냥 오늘도 글이 올라오고 이 분이 무엇인가 생각을 한다는 점만 파악할 뿐이다.

 

이미, 이 분이 여러 책을 썼다는 것은 어렴풋이 짐작을 하고 있었지만 '핑'이나 '펄떡이는 물고기처럼'같은 책도 번역을 한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루를 어쩌면 초 단위로 철저하게 나눠 생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싶다. 나로써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한 삶을 살고 있어 보인다.

 

가장 최근의 책이 바로 이 '생각지도 못한 생각지도'라는 것을 알게 되어 읽게 되었다. 책 제목이 약간 아리까리하다. 어떤 이야기인지 제목을 보고 모르겠다. 책을 읽어보니 제목은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을 자신이 다양하게 써 놓은 생각에 관한 지도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제목이 '생각지도 못한 생각지도'라고 한다. 네이밍도 잘 하는것을 보니 마케팅쪽을 하셔도 될 듯 하다.

 

본인 스스로 지식 생태계 지식산부인과의사라는 표현을 한다. 솔직히 이 정도로 엄청나게 본인의 생각을 쓰는 사람에게 반론을 한다는 것이 어딘지 무섭다. 그 근처도 가까이 가지 못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하겠지만 나로써는 도저히 비판은 커녕 감탄만 할 정도이다.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면서 살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세상을 사는 많은 사람들은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을 할지 모르지만 그건 착각이다. 정말로 세상을 살면서 생각이라는 것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인구의 10%도 안될지도 모른다. 여기서 말하는 생각이란 '오늘 점심으로 뭘 먹을까?'나 '낼 사장님의 지시는 다 준비했나?'와 같은 생각이 아니라 이 책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우리 주변에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당연한 현상에 대해 자신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을 이야기하면 너무 유명한 뉴튼의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누구나 다 똑같이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 사과가 떨어진다는 현상을 보고 누구는 그저 사과가 떨어졌으니 이게 왠 횡재냐는 생각에 사과를 먹을 생각밖에 안 하거나 사과가 떨어졌으니 저 사과는 분명히 썩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나 사과가 떨어졌지만 내 인생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다고 생각하고 지난친 사람과 달리 뉴튼은 이 너무 단순하고도 당연한 사실이라 생각했던 것을 집중하고 또 집중해서 인류역사를 엄청난 발전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은 누군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한 결론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무임승차를 하며 살고 있다. 본인은 오늘도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문제는 솔직히 이런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인가를 배우고 알려고 노력할 때 이런 생각이라는 것도 나에게 온다. 또한, 세상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때 비로소 의문을 갖게 되면서 저절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어보면 아주 사소한 단어 하나 하나에도 온갖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단어를 다양하게 분해하고 또 조합하고 뒤집어 보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연관된 단어나 연상작용을 통해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단어의 의미에 대해 파악하고 또 파악한다. 흔히 편집증적인 사람이 역설적으로 성공을 한다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정말로 편집증적으로 참 다양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을 한다고 보인다.

 

개인적으로 그다지 생각이라는 것을 하며 산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나마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의식하지 않고도 저절로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또한, 투자라는 것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두뇌라는 것을 갖고 있는 인간은 어떠한 자극을 주워지면 그에 반응을 하게 된다. 동물은 그 반응이 거의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본능에 가깝지만 인간은 본능에 의한 반응도 있지만 신이 만들어 낸 오묘한 두뇌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도 나도 모르게 지적 자극에 반응을 하게 된다.

 

이런 영향으로 인해 쾌세라 세라에 가깝게 그저 삶을 사는 듯 해도 끊임없이 책과 투자를 통한 자극은 나도 모르게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만들고 어제 와 다른 나를 만들어 내고 있다. 누구나 어제와는 아주 사소한 의미로라도 다른 내가 되고 있지만 다른 누군가가 주입하거나 생각한 관점이나 세상에 대한 시선이 아니라 내 스스로 판단하고 고민한 결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가질 때 비로소 나만의 생각지도란는 것을 갖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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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 전2권 - side A, side B + 일러스트 화집
박민규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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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 나왔다는 소식에 반가워 서점에서 잠시 보니 무려 2권이나 되는 책이라 어떤 내용인지 더 궁금하여 책을 펼쳐보니 책이 기존에 있던 단편을 엮어 낸 것이라 하여 관심이 조금은 시들해졌다. 단편은 어려워서이다.

 

박민규의 단편소설은 이미 다른 단편을 모아 엮은 책에서도 읽어 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측을 한다면 어렵다는 것이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들도 있었지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나로써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작품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상상의 나래를 내가 전혀 쫓아가지 못하니 읽으면서도 읽고 있는 이야기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공감은 커녕 이해도 되지 않고 읽기에 급급하게 된다. 그렇게 박민규의 단편 소설들은 나에게 어려움을 안겨주었기때문에 이 책을 굳이 읽으려고 하지 않았다.

 

아마도,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이 책이 그다지 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장편소설보다는 덜 사랑을 받지 않았나 한다. 그래도 여전히 박민규라는 작가에 대한 믿음 아닌 믿음으로 읽어야지하는 생각을 갖고 있던 중에 이번에 읽기로 결심을 했다.

 

우선 A편부터 읽었는데 예상한대로 읽는데 불편함 없는 작품도 있고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작품도 있지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한 감자체 얻지 못한 작품도 있다. 아예, 상상의 나래를 넘어 공상의 나래를 펴고 미래의 어느 알 수 없는 때로 간 작품도 있고 이 지구를 뛰어넘는 장소로 가서 펼쳐지는 이야기들도 있다.

 

내가 그나마 읽으면서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한 작품은 내용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치매에 걸린 부인과 이를 돌보는 노인이 결국 자살을 결심하고 자살 여행을 떠나는 간단한 내용인데 얼마전에 봤던 드라마와 소재가 비슷하여 더 관심이 가고 그럴 수 밖에 없을까하는 생각도 들면서 나라면이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두번째는 바로 내일이 지구가 멸망을 하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두 남자가 사소한 문제로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그래도 삶이 지속되고 있는 에피소드에 관한 내용인데 정말로 내가 이 두사람과 같은 환경에 처해 있다면 - 일단,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는 여건이다 -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해 간단하게 생각을 하며 읽었다.

 

인문학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운동 아닌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왜 동시대를 살아가는 소설가들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외면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하다.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에 과거부터 살아남을 정도의 엄청난 작품을 읽는 것도 분명히 큰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도 아주 많을텐데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박민규의 소설은 현재 이 땅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다. 비록, 내가 이해는 커녕 읽기 힘들고 불편한 내용이 다수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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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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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이라는 대하장편 소설을 읽었다. 아마도 그 당시에 나름 불온서적 비슷하게 취급을 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기억은 자세하게 나지 않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끝까지 다 읽은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대학생이 되었을 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는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 한 것을 기억한다.





'태백 산맥 읽어 봤어?'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여기 저기서 읽었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이 책을 완독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내가 끝까지 읽었다고 하면 다들 신기한 눈초리로 나를 보던 시선이 있었는데 책이 워낙 끝까지 읽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책을 읽어 본 사람들은 알지만 그렇다고 읽던 책을 중간에 멈추는 것은 - 책 뿐만 아니라 인생에 있어 시작한 것은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끝을 낸다만 - 나와 맞지 않아 다 읽었지만 기억해 보면 대략 8권 정도가 고비가 아니였지 않나 싶다. 책 가득히 여백도 없이 빽빽하게 글씨만 가득히 있는 책에 전라도 사투리까지 물씬 품어져 나오니 읽는 것이 그다지 쉽지 않은 책인 것은 사실이다.





그 이후로 조정래씨의 소설은 아리랑이나 한강도 있고 다수의 책이 있는 것을 알지만 '읽어야지~!'하면서 아직까지 읽지 못하고 있던 차에 허수아비 춤은 우리나라 자본주의에 대해 그렸다는 서평을 얼핏 보았고 평소에 인터뷰등을 통해 대략적인 성향을 알고 있어 책을 집어 들고 읽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좀 실망이였다. 책에 나온 이야기들이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는 사실을 묘사하고 있어 그다지 참신하지도 새롭지도 '정말 이렇단 말이야~!'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읽었다. 내용도 느낌상 소설형식이라기 보다는 꼭 PD수첩에 나오는 내용을 소설형식으로 구성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권은 투표라는 형식에 의해 권력자가 교체되지만 한 기업의 사장은 분명히 주주에 의하거나 대주주에 의해 교체되거나 자신의 맘대로 할 수 없는 것이 분명히 주식회사의 기본원리이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사장 - 정확하게는 회장이라고 해야 하나 - 은 아주 작은 지분만으로도 여러 회사를 통제한다는 사실이고 예전에는 한 나라의 임금이 하는 행동을 이제는 대기업의 - 정확하게 말하면 재벌이라고 해야 할까 - 사장이 그런 역할을 대신 할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권력과 달리 이 사장들의 절대권력은 영원히 자손대대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인도처럼 눈에 보이는 카스트 제도와 같은 것은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은 분명히 존재한다. 거의 대부분의 사회 지도층이 그들끼리이 결혼을 하는 것을 보더라도 말이다. 우연히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통해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 할 수있다고 해도 그걸 100% 믿을 수 없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또한, 그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이 책이다. 악어와 악어새와 같은 공생이 바로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업과 권력층의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이런 사실들이 맞다고 하는 점은 100% 믿을 수 없다고 하여도 분명히 상당 부분 믿을 수 밖에 없지만 상대적으로 외국 기업에 대해 관대한 점은 내 입장에서는 조금은 뒤틀린 시선으로 보게 만든다. 외국 기업이라고 우리나라보다 더 깨끗하고 투명하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운영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런 것을 '엔론 사태'를 비롯하여 조금만 관심있게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우리보다 더 세련되게 감추고 있을 뿐이고 그들이나 우리나 별 차이는 없다고 보는데 책에서는 상대적인 관점에서 너무 좋게만 그려지고 있어 그 점이 좀 아쉬웠다.





물론, 단순하게 기업이 회사를 운영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제도적인 문제도 분명히 있고 그런 행동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우리와 외국인들이 차이점을 보이는 것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본다. 제도적으로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준다거나 그런 점에 있어 떳떳하게 밝히고 오히려 활성화 시킨다는 점 등에 대해 우리나라는 여론을 너무 무서워하는 위정자들의 태도로 인해 개선되지 못하는 것도 있으리라 본다.





무엇보다 책에서 나온 여러 사회단체의 활성화가 가장 공감되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처럼 약간 의심스러운 시민단체가 나서서 여론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 실제로 그들이 신문지상에 자주 등장하니 - 묵묵히 자신의 분야에서 사회가 올바르게 전진하도록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다면 기업들도 쉽게 행동하지 못할 것이고 정치인들도 그렇지 않을까 한다. 아직은 제대로 발전하기 위한 사회적인 여건이나 문화가 성숙되지 못했지만 조만간 우리도 그렇게 변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책에 나온 것처럼 일반인들의 십시일반의 노력이 모인다면 말이다.




책에서 나온 내용들이 분명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점에서 씁쓸한 감정을 감출 수 없지만 압축성장을 한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 생각하며 점점 발전하며 공동체의 의식이 자라나며 더 좋은 쪽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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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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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사는 동네이면서 거의 대부분의 사회, 경제, 문화가 집중되어 있는 곳이 바로 강남이다. 강남이라는 지역을 가면 - 강남에서 어느 부분을 특정할 수 없지만 - 확실히 번화하고 젊음이 생동하면서 정신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번화한 길을 약간만 벗어나 주택가로 가면 한없이 조용하고 고즈넉하기도 하다.

 

오랜 시간을 살아 오지 않았어도 지금보다는 강남이라는 곳이 집중이 덜 되었을 시기에는 종로를 비롯한 여러곳이 번화하고 생기가 넘쳤다. 지금도 그곳들은 여전히 번화하지만 이제는 과거를 추억삼아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이지 강남이라는 곳에 비하면 활력이 떨어짐을 느끼게 된다. 갈수록 강남으로 대표되는 부의 집중은 더 고착화되고 집중화되고 있는 듯 하다.

 

책은 어느 백화점의 -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삼풍백화점인데 소설속에 나오는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이 알고자 하면 알 수 있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창작인지는 잘 모르겠다 - 붕괴로 백화점과 관련되어 있는 인물과 꼭 백화점과 연관은 없지만 그래도 그 백화점이 무너진 시대에 같이 살며 같이 무너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전히 성수대교와 - 우리나라 다리이름은 그리 길지도 않은데 꼭 대교이다 - 삼풍백화점의 기억은 어느 정도의 나이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특히, 서울에 살고 있다면 한 다리 건너게 되면 대부분 저 사건들의 인물들과 아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인데, 아는 후배중에 성수대교가 무너지며 학교 친구가 참사를 당했다는 이야기나 아는 누나가 그 백화점을 나온 직후에 무너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다.

 

이 두 사건은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대표적인 악몽이다. 그것도 1년 간격으로 벌어졌으니 말이다. 다행이도 그 이후로는 그런 참사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상황을 달리하여 오고있지만 예전만큼의 피해를 입지 않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강남몽에 나오는 인물들은 마지막 단락에 나온 소시민을 제외하고는 한결같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살기 위해 좌우를 살필 필요도 없고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이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곳이 정확히 어디인지도 모르고 알 수 없는 목표를 향해 죽어라고 달려온 우리 윗 세대의 이야기다. 난 그 세대의 바로 아래 세대의 끝자락이라 여겨지고.

 

무조건 욕할 수 없는 것은 살겠다는 일념으로 벌인 일들이다. 남을 배려하려 해도 가진 것이 없고 무엇인가를 주고 싶어도 줄 수 있는 마음가짐이 되어 있지 않다보니 단지 열심히 살았지만 과거를 돌아보니 일부러 했는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그랬는지 남의 것을 빼앗기도 했고, 어떻게 하든 남을 짓밟고 올라가야 하기도 했고, 내 앞을 가로막는 것이 있다면 사정없이 없애기도 하며 치열하게 살게 되었다.

 

그런 삶을 살지 못한 다수의 시민들은 당연히 정을 갖고 서로 도와주며 살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회 지도층 - 이 개념이 굳이 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아니라 돈을 많이 갖고 있는 부자들, 성공한 기업가들 등등 - 이 그동안 자행했던 행동들이 메스미디어의 발달로 서서히 알려지며 서민들에게도 퍼져 점점 각박한 사회가 되어 가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그들은 서구사회의 사회 지도층만큼 세련되게 포장하는 방법을 몰라 자신들의 과거가 노출된 것도 있을 것이다. 아주 조금의 머리를 쓰며 열심히만 살았다면 누구나 밥먹고 살 수 있는 시기를 지나 부자도 될 수 있는 시기에 살았던 세대의 이야기가 바로 강남몽이지만 그들의 현재가 한결같이 - 여기서 말하는 현재는 백화점이 무너진 시간 - 그리 유쾌하지 않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은 작가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은 이야기 일 것이라 보인다.

 

책 자체는 백화점이 무너진 시기에 관련된 인물들의 과거로 다시 돌아가 그들의 역사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인데 각 인물마다 중요하게 다뤄지는 시기가 다 다르지만 백화점이 무너진 시기로부터 10년은 더 된 세월이 그려지고 있는 것은 백화점이 무너질 당시에 이미 대부분의 인물들은 자신의 세계가 구축되었거나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백화점의 붕괴후부터 사회의 패러다임이 변화하였고, 지금은 백화점이 붕괴된 때부터 벌써 오래된 세월이 흘러 다시 또 새로운 패러다임이 진행되고 있는데 여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한 분들을 우리가 단지 노인이라 치부하기보다는 그들의 경험을 잘 녹여내야 하는데 갈수록 세대간의 반목이 심해지는 듯 하다. 물론, 젊은 세대가 하는 행동을 치기어린 쇼로만 보려는 것도 잘 못 일 것이다.

 

늘, '요즘 젊은 것들이란'이라는 표현을 하지만 그 말을 하는 당사자들도 과거에는 어른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라는 것을 본인들이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는 늘 미화되고 과장되기 마련이다. 자신들이 살았던 시대와 분명히 총론에서는 비슷하지만 각론에서는 다른 점을 이해하고 그 점을 충고하는 것이 서로에게 득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강남몽에서 가장 인상깊은 인물은 일제시대부터 일제의 앞장이 노릇을 한 후에 미국에 편 들었다가 새로운 정부가 생길 때마다 그들의 편을 들었지만 늘 일정의 거리를 두고 자신이 부각되는 것을 철저히 행동한 '김진'이라는 인물이다. 이런 인물들이 대한민국에 워낙 많이 포진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제대로된 평가를 하지 못하고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려 그들에 대한 평가가 늦었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불행이 아닐까 한다.

 

시대의 인물에 대한 평가로 인상깊기도 했지만 남자라는 족속은 과시하기 좋아하고 남들로부터 인정받기 원하는데 끝까지 나서지 않고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냉정했다는 것이다. 실제의 인물이 아니고 창작의 인물이고 - 실제로 그런 사람들도 많다만 - 백화점의 사장이라 그 이후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도 여전히 백화점이 무너지고 보상을 해도 충분한 부를 형성해 놓은 상태라 최소한 부가 조금 깎이긴 해도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 본다.

 

강남몽이라 하여 강남에서 벌어진 일련의 것들이 꿈으로 끝날 수 있지만 오히려 그 이후에 강남은 더욱 고도화되고 발달되고 대한민국의 모든 부를 흡수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부동산 80%를 서울 사람이 갖고 있고 서울의 부동산 80%를 강남사람이 갖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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