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 있는 악마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3
김민경 지음 / 비룡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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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설은 어떤 소설일까. 좋은 소설과 재미있는 소설은 다르다. 소설이 꼭 좋을 필요는 없지만 재미는 있어야 한다. 재미라는 것은 반드시 웃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의미도 아니다.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하기 좀 애매하지만 여하튼 읽고 재미있으면 그걸로 된다. 좋은 소설은 읽고 나서 무엇이 남는다든지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면 그건 좋은 소설이다. 아마도 우리가 고전이라 불리는 소설이다.


고전 소설은 솔직히 재미있지는 않다. 읽으며 다음 장면이 너무 궁금해서 빨리 넘기고 싶은 마음이 들진 않는다. 그럼에도 고전 소설은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읽고 있다. 그것은 바로 좋은 소설이라 그렇다. 모든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났을 때 이미 작가의 것이 아니다. 작품을 읽는 독자의 몫이다. 독자가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속 뜻을 파악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독자가 결정한다. 작가 나름대로 생각은 분명히 있다.


쓴 내용이 의도한 바가 있다. 그렇다해도 오롯이 독자가 느낀대로 작품은 살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함께 느낀대로 작품을 살아간다. 가끔 엉뚱하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바로 작품 속 세계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작품안에서 캐리터와 작가가 창작한 세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새로운 세계다.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고 의문이 생기고 사고하게 된다면 그 책은 좋은 책이라 난 생각한다.


이 책인 <앉아있는 악마>는 처음에는 오해했다. 먼저 이 책의 작가인 김민경의 소설을 동화책부터 읽었다. 나도 모르게 이 책도 동화소설로 착각했다. 두번째 이 책을 펴 낸 출판사가 비룡소다. 내 기억에 비룡소는 아이들 책을 주로 만드는 출판사다. 이런 인식을 갖고 책을 읽었다. 내 오해와 맞아떨어지게 책의 주인공은 고등학생이었다. 얼마 읽지 않고 깨달았다. 이 책은 동화소설이 아닌 일반 소설이라는 점을.


다음으로 제목때문에 오해했다. 제목에 악마라는 단어가 들어가 나도 모르게 추리소설이 아닌가 했다. 또는 치밀한 반전이 있는 소설로 착각했다. 읽어가며 계속해서 도저히 추리적인 요소도 없어 보이고 반전이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초반에는 추리소설이 아닌가 하는 착각도 들긴 했다. 주인공의 할머니가 사라졌다. 나는 경찰에 할머니 실종 신고를 했다. 며칠이 지나도 경찰은 아무런 움직을 보여주지 않는다.

경찰은 성인이니 실종신고가 와도 며칠이 좀 지나야 움직이자는 입장이다. 며칠지나 아버지 소유의 집이 있다는 걸 알게된다.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아버지 소유 집으로 호출했다. 그곳에 할머니가 있었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는 이 소설은 분명히 제목에 나온 악마가 드디어 움직였구나. 이런 착각을 했다. 주인공인 고등학생이자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여자가 범인일까. 그렇지 않으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침을 꼴깍 넘기는 이야기가 전개될까.


내가 실수했다. 이 책은 장르 소설이 아닌 일반 소설이다. 굳이 문학작품이라는 표현을 난 싫어한다. 그저 소설일 뿐 그걸 무슨 순수소설과 그렇지 않은 소설로 구분하는 것은 좀 거부감마저 갖고 있다. 어릴때부터 엄마, 아빠랑은 단 한 번도 살아 본 적이 없다. 태어날 때부터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자라면서 점점 부모에 대한 그림움이 사무쳤다. 한 편으로는 원망도 했다. 할머니에게 부모의 존재와 거주에 대해 물었지만 할머니는 늘 외면했다.


때가 되면 알려준다고 하며 피하기만 하던 할머니. 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데. 할머니에 대한 추억과 뜨문 뜨문 이야기해 줬던 부모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만 있다. 그 집에 아빠가 쪽지를 남긴 걸 발견한다. 소설은 그렇게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족의 의미는 물론이고 사춘기 소녀에게 다가온 불안한 시기에 부모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 준다. 어쩌면 자신을 떠난 부모에 대한 의미도.


이혼한 부부가 많아지는 최근 상황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과거와 달리 쿨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심리적, 정신적 방황까지 쿨하진 않을 것이다. 그림 그리는 소녀라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림으로 심리상황을 묘사하는 장면도 많다. 이 책 제목인 <앉아있는 악마>도 러시아 작가의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그 작품이 진짜 있는지 여부까지는 난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 미술작품이 책 제목까지 된 것에 대한 의미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해도 책을 읽으며 몇몇 생각을 했다. 주로 장르소설을 많이 읽다보니 이런 류의 소설을 간만에 읽어 섬세하고 미묘한 감정 표현이나 상황 묘사가 새롭기도 했다. 소설 내용처럼 오랫만에 정말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을 하게 될까. 흔히 보는 로맨스하거나 감격적인 장면은 아닐 듯하다. 소설에서도 그렇게 묘사했고. 보통 첫 소설은 자전적인 의미가 다소 들어가게 되는데 급작스럽게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좀 더 생기기도 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주제가 평이는 하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가족은 언제나 훌륭한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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