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케어
하마나카 아키 지음, 권일영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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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이라 선택한 책이 사회소설이었다. 추리, 스릴러 책이라 여겼는데 사회 고발과 함께 고민할 문제를 풀어낸 책이다. 일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슬기롭게 풀어내야 할 문제다. 뜻밖에도 생각지 못한 내용으로 전개되어 예상과 다른 책이었지만 재미있었다. 재미있다는 표현이 좀 틀리고 여러 생각을 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결코 피할 수 없는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개호사업이 진행된다. 노인 분들이 움직이기도 힘들고 치매도 함께 왔다. 병 수발을 해야하는 가족에게는 너무 힘든 여정이다. 그나마 어느 정도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좋은 보호시설에 위탁할 수 있겠지만 그럴만한 돈이 없다. 일본에서 이런 분들을 위해 도와주는 개호사업체가 있다. 갈수록 정부에서 이들에 대한 지원과 혜택을 줄인다.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국가의 지원금이 줄어들고 있으니 인건비를 줄이는 쪽으로 간다.


기업이 부정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다. 이런 문제가 터지자 모든 여론은 기업의 비리에 집중할 뿐이다. 비리와 부정은 단죄해야 할 부분이지만 그 근본적인 이유와 개선책에 대해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다. <로스트 케어>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다수가 어려운 경제적 사정에 놓여있다. 집에 부모가 있지만 제대로 케어는 해주기 힘들다. 그나마 개호사업을 통해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마저도 일정 시간에 잠시 도와줄 뿐이다.


일을 해야 한다. 부모를 제대로 모시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지만 부모를 집에 혼자 남겨둘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부모는 치매증상이 있어 심한 경우 자식을 몰라보는 걸 넘어 공격적으로 변모한다. 어릴적 기억만 떠오르고 눈 앞에 있는 자식에게 적대적으로 돌변해서 소리지르며 난리친다. 이런 일이 매일같이 반복되며 케어해야 하는 가족들은 갈수록 힘들고 지친다. 언제 이런 상황이 끝날지 그 끝도 알 수 없다.


치매 상황에 놓여있는 부모는 자신의 행동을 모르지만 순간 정신이 돌아왔을 때면 이런 자신을 깨닫는다. 미안하다며 자식에게 이야기하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부모에게 지친 상황에서 케어해야 할 자식은 또 다시 자신의 자녀에게 제대로 케어하지 못하고 그 감정을 풀어내는 경우도 생긴다.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며 끝이 나지 않는다. 돈도 벌어야 하고 자식도 케어해야 하고 부모도 돌봐야 한다.

이렇게 치매에 걸려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당사자가 사망하는 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정답은 분명히 없다. <로스트 케어>에서 무려 42명의 노인을 살해한 살해범이 등장한다. 인간을 살해했다는 표현은 맞다. 노인 가족들은 처음에는 자연사로 돌아가셨다는 안도감을 가졌다. 나중에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울분이 생기고 죽은 부모를 돌려달라는 감정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구원받았다는 묘하지만 솔직한 감정이다. 그동안 자신의 삶도 없고 제대로 주변도 살펴볼 시간도 없는 상황에서 치매걸린 노인이 사망한 후 얻은 평화와 자유가 두번 다시 깨지기 싫다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앞선다. 이 살해범에게 사형이 언도된다. 사람을 직접 죽이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간적접인 살해에는 죄책감을 덜 느낀다. 살해범은 노인들에게 약물을 투여해서 독극물로 죽인다. 


살해했다는 감정보다는 해방시켰다는 감정이 크고 업무를 보는것처럼 일처리를 했다. 희대의 살인자지만 그는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살해했다고 여기지 않는다. 약물을 투여한 후 현장을 떠났으니 죽은 후 일을 알지 못한다. 직접 죽였으니 사형판정을 받는다. 그렇다면 검사와 판사는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사형언도를 내리고 죄인을 죽인다. 이것은 살해가 아닌가. 자신이 직접 죽이지 않았다고 살해범이 아니라 할 수 있는가. 살해범은 처음부터 자신이 저질른 죄가 발각되고 잡힐 순간을 기다렸다. 노인들을 해방시켜준 것도 중요하지만 이 문제를 사회공론화시켜 제대로 인식하고 사회구성원이 함께 진지하게 토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좀 더 컸다. 


이런 부분에 있어 각자의 생각이 다르다. <로스트 케어>에서 농구시합으로 마지막 전방 롱패스를 받아 골을 성공시켰다고 생각한 사람과 마지막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시간이 다 되어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공을 길게 뿌린 사람이 상반된 이야기가 나온다. 둘은 똑같은 결과를 갖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아름다운 학생시절의 마지막 시합과 절망적인 상황에서 포기한 행동이지만 상대방은 내 생각과 달리 아름답게 생각한다는 걸 알고 있는 상황.


이건 단순히 추리소설이 아니었다. 추리소설 수상도 했던데 가볍게 읽을 소설이 아니다. 단순히 일본 만의 문제도 아닌 내용을 담고 있었다.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내가 자식으로 부모로 겪을 수 있는 문제다. 갈수록 사회문제로 대두될 가능성도 크고 함께 공론화해서 고민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부분이다. 장수는 축복이겠지만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 상태에서 생존은 과연 축복일까.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추리소설이 아니잖아.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심사숙고해야 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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