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정책의 원칙과 쟁점 (반양장) - 시장주의를 넘어
김수현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과거를 돌아보는 건 의미가 있다. 현재는 과거에서 출발했다. 미래는 현재에서 출발한다. 사람은 자신의 말을 수습할 수 있지만 글은 힘들다. 글은 기록으로 남아 빼도박도 못하게 만든다. 신기하게도 이런 와중에도 자신이 글로 남긴 기록이 있는데도 부정하는 경우를 본다. 이건 단순히 뻔뻔하다가 아닌 소시오패스라 봐야겠지. 미국은 18년 주기설이 있고 한국은 10년 주기설이 있다. 호황과 불황이 반복된다는 이야기다.


누구나 다 알고 있고 예측하는 건 그대로 실행되지 않는 속성도 있다. 10년 주기설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들이 사후편향으로 만든 용어다. 지나고보니 10년 마다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었다는 이야기일 뿐 또 다시 반복될지는 모른다. 더구나 누구나 다 예측하고 대비할 때 그대로 된 경우는 없다. 대다수가 아닐 것이라고 볼 때 실제로 우리 앞에 나타나 온갖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인류 역사에서 반복되어  발생했다.


<부동산은 끝났다>를 쓴 김수현의 전작이 <주택정책의 원칙과 쟁점>이다. 이 책은 책보다는 논문이나 대학 교재 느낌이 좀 더 강해 조용히 사라졌다. 직접 노무현 정부에서 주택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한 담당자 중 한 명으로 쓴 책이다. 2008년에 나온 책이니 집필 시작을 볼 때 대략 10년 정도 된 책이다. 당시 어떻게 부동산이 흘러왔는지 향후 흘러갈 것인지 정책적으로 알려주는 책이다. 다소 딱딱한 내용이다.


책 뒷면에 학생 교재를 위해 따로 준비된 책이 있다고 할 정도로 이 책은 저자가 보다 대중적으로 알리는 작품이다. 어찌보면 정책을 집행한 담당자가 현직에 있을 때 이야기하지 못한 답답함을 책으로 마음것 풀어냈다. 우리가 이런 저런 정책을 펴 내려고 노력했는데 당시 여론과 이익집단의 방해로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억울함도 보인다. 계획대로 했다면 훨씬 더 좋은 정책으로 주택이 안정화 되었을 것이라고 하소연도 한다.


지금도 가장 뜨거운 논란과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는 재건축에 대해 나온다.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에 대해 여러 이익집단의 이해가 엇갈린다. 거주민으로써는 내 집을 다시 짓겠다는 데 도대체 무엇때문에 이익 난 부분을 가져가느냐가 불만 불평을 한다. 좀 더 크게 사회 전체적인 모습으로 본다면 개발이익 환수가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사실 재건축을 1대 1로 한다면 대부분의 재건축은 진행되기 힘들정도로 사업성이 없다.

오래된 주택은 그나마 대지지분이 넓어 사업성이 조금 있을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재건축은 소유주 입장에서는 무조건 추가 부담금을 내야한다. 여기서 용적률 상한과 각종 정책적인 혜택은 소유주가 노력한 결과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불로소득이라는 입장이다. 그만큼 이익을 봤으니 그에 따른 이익을 사회와 나눠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 이 부분은 정부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전부 민간에 떠넘긴 결과로 생겼다.


용적률 장사라고 표현한다. 소유주들은 자신의 집을 새로 지으면서 큰 돈 들일 생각이 없고 정부는 도시 재생 사업에 비용을 쓸 형편도 생각도 없어 벌이는 장사다. 용적률을 올려 사업성을 올려준다. 그만큼 소유주는 추가부담금에서 자유롭고 정부는 이익 중 일부를 회수한다. 이미 이런 관행이 굳어져 다른 방법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 최근 '뉴스테이'가 돌아가는 모양새가 그렇다. 정부는 이제 추가 비용도 내기 싫고 자꾸 민원인(?)가 다투는 것도 싫다.


기업들에게 너희가 지금까지 집을 지어 돈을 벌었는데 이제부터 직접 집을 짓고 임대로 돈을 버는 것이 더 돈이 되게 해줄테니 해 볼래하고 제안하자 거절당한다. 정부입장에서는 거절당한 상처를 쓸쓸히 안고 퇴장하지 않고 이번에는 당근은 제시한다. 용적률이라는 화끈한 이익을 던져준다. 기업 입장에서 주판알을 굴려보니 돈이 된다고 판단되어 이제 다들 뛰어들고 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져 이제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끊임없이 시장주의와 개입주의가 대결한다. 주택문제와 관련되어 이런 대립적인 관점은 위험할 수도 있지만 자본주의가 진행되며 반복되는 여정이다. 냅두라는 시장주의와 어느정도 관여해야 한다는 개입주의가 서로 맞선다. 다른 영역은 잘 몰라도 주택 문제는 개입주의가 맞다고 본다. 주택 공급에 따른 수요불일치는 주택가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이익을 보는 사람과 절망하는 사람이 생긴다. 인간에게 필수적인 의식주는 정부에서 어느정도 개입해서 안정화시켜야 한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은 정부차원에서 해야 할 것들을 너무 많이 민간에게 떠 넘긴다. 예전에는 고도성장기에 오로지 성장만 외치며 전진하려고 했다면 이제부터 서서히 준비하고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주택정책의 원칙과 쟁점>에도 너무 단기적인 정책만 역대정부가 시류에 급급해 펴 내다보니 국민이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보다 긴 정책적인 시간을 갖고 긴 호흡을 할 것을 마련하고 뚝심있게 가야되지 않을까.


수요와 공급에 따른 불일치와 외부 경제환경과 인구구조적이 면에서 변동이 생겨 세부적인 면을 조정할 필요가 있지만 훨씬 긴 호흡을 갖고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늘 지난 정권의 정책을 무시하고 다시 하려한다는 점이다. 교육도 그렇고 주택 정책도 그렇다. 이렇게 한다면 국민들도 보다 참을줄 알고 신뢰를 갖고 기다릴텐데 이번만 참으면 다시 반복된다는 걸 알고 있어 주택투자(투기)가 반복된다. 투자자 입장이 아닌 사회구성원으로 책을 읽으면 좋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지나간 이야기.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반복되는 이야기.


함께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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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끝났다 - 다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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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주택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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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 - 독일 주거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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