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토지 제1부 5 - 박경리 원작
박경리 원작, 오세영 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여전히 양반 계층은 존재했지만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무엇보다 혼자 과부가 된 양반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텐데 이제 밤에 몰래 찾아가서 겁탈을 하려 한다. 이런 소문이 돌고 이를 이겨내기위해 질병에 걸렸다는 소문을 낼 정도다. 그동안 양반은 양반이고 천민은 천민이라는 생각으로 체념해서 숙명으로 받아들였지만 겉으로는 따르는 모습을 보일지라도 그 밑에서는 균열이 생겼다. 


뼈대있는 양반이나 올곧은 양반 정도를 따를 뿐 그 외에는 적대적으로 대할 정도다. 양반이라는 것때문에 참고 있을 뿐. 그렇게 시대는 흐르고 흘러간다. 살인죄를 저질른 남편빼문에 마을을 떠났던 칠성댁은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아이들을 데리고 타지에서 살아가는 것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는 예상도 되지만 그보다는, 타인에게 배타적인 이유로 보인다. 각자 살기 힘든 시절에 밥을 빼앗아 가는 사람으로 여겼을 것이다.


버텨내지 못하고 다시 마을로 왔지만 마을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이런 정서는 남아 있다. 내 편이 아니고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은 가족에게까지 연좌제로 벌을 준다. 나는 너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우월적인 감정을 갖는다. 인구가 많아진 지금은 그나마 피할 구멍이라도 꽤 많았지만 작디 작은 마을에서는 아주 사소한 것들도 똘똥 뭉치는 경우가 아주 아주 많다.


갑자기 마을에 괴정(콜레라)가 돌면서 마을 사람들이 속수무책이 된다. 의원은 다른 곳으로 갔고 대처할 아무런 의료지식과 기술과 도구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로 아무런 언질이나 대책도 없이 그동안 등장했던 많은 인물이 갑자기 죽는다. 읽다보면 답답한 장면이 참 많이 나온다. 현대를 사는 입장에서 이해가 안 되지만 당시를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체념하고 산다. 다른 곳으로 가도 다를 것은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이제 토지는 다음 세대로 넘어가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 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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