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토지 제1부 4 - 박경리 원작
박경리 원작, 오세영 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무엇인가 좀 지지부진하다고 느꼈던 토지가 4편에 가서 갑자기 급하게 돌아간다. 3편까지 욕망이 표출되지 않고 조금씩 모락모락 나오던 인물들 중에 더이상 숨기지 않고 이성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토지에 나오는 대부분 인물들에게는 욕망이 있다. 토지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인물들은 욕망을 갖고 있다. 욕망을 내 놓고 이야기하는가, 혼자 삭이면서 지내는가, 그저 욕망일뿐, 이라면 사는 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먹고 살기도 힘든 시절을 살던 사람에게 욕망이 없었을리 없다. 신분 계급에 대한 아무런 의심이나 발전 가능성 자체를 생각지도 못한 시대가 아니라 어느 정도는 그럴 수 있다는 씨앗이 마음 속에 다 심어져 있던 시대였다. 이 중 욕망을 갖고 실행하고자 했던 귀녀, 김평산, 김이평은 서로 공모를 하고 자신들의 현재 처지를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를 결행한다. 이들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도 있고 측은하게 바라 볼 수 도 있다.


그들의 욕망은 나쁜 것이 아니었지만 방법이 잘 못되었을 뿐이다. 상당히 영악하게 실행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진정한 악인이라면 좀 더 치밀하고 오랜 시간을 뜸들여 했을텐데 이들은 다소 순박(??)하다면 순박했다. 그렇다 하여도 최치수가 다소 쉽게 퇴장한 것이 뜻밖이었다. 무엇인가 비밀을 간직하고 터질 듯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여겼지만 그저 분위기만 깔아줬다. 워낙 긴 책에서 이런 씨앗을 퍼뜨려야만 나중에 큰 꽃을 필 것이라 예상되지만.


과거가 지금보다 정이 넘치는 시대라고 하지만 다른 곳으로 갈 곳이 없던 처지에 서로 의지할 수 밖에 없던 점도 있다. 매일같이 서로 숨길 것 없이 모든 것이 낱낱히 밝혀지는 동네에서 지지고 볶고 하며 살아간다. 나 자신의 개인 사생활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힘든 시절이다. 내 속마음마저도 조심하지 않으면 밝혀질 정도이니 서로가 서로를 적당한 선에서 살아간다. 그런 면이 읽으면서 답답하다.


인간이 배워도 현실이 비루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내가 하고자 해도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는 시대에 살아간다면 나는 어떠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최치수는 그런 인물로 보인다. 아는 것이 없고 지식이 없으니 그들은 그저 현실에 급급한 삶을 살아갈 뿐이다. 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지혜는 가졌지만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 주는 지식과 지혜는 없던 시대라 그들은 그저 그렇게 받아들이고 살고 있었다. 그나마 귀녀는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과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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