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브로큰 2 - 모든 기적은 삶에 있다
로라 힐렌브랜드 지음, 신승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책을 다 읽고 든 소감은 주인공의 엄청난 경험보다는 도대체 이 내용을 책으로 엮은 작가에게 더 관심이 갔다.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다. 단순히 주인공인 루이스만 인터뷰해서 내용을 쓴 것이 아니라 루이스가 겪었던 경험과 관련되어 있는 모든 인물과 인터뷰를 했고 관련된 기록을 전부 조사해서 시대순으로 편집하고 그 와중에 분명히 빈 공간이 존재했을텐데 그 부분을 전부 상상력을 동원하여 메꾸는 작업이 인간의 의지만으로 될 성질이 아니라고 느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집필한 작가에게 가장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정작 책의 주인공인 루이스의 삶의 그만큼 다이나믹하기에 루이스의 삶을 책으로 펴 낼 생각을 했겠지만 그렇다해도 나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작업이라 보였다. 역설적으로 얼마나 내가 편하게 글쓰기 작업을 하고 책을 펴 냈는지 반성을 할 정도이다. 아마도 자료를 수집하고 글로 쓰는데에 몇 년은 전부 투자하고도 모자랄 정도였을 것이다.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몸이 안 좋아 인터뷰를 하지 못할 때도 있었고 국가 자료를 보러 가야하는데도 움직일 수 없어 다른 사람을 보내 관련자료를 수집했다고 하니 작가의 그 집필정신에 고개가 숙여진다. 그렇게 이와 같은 거대한 서사시가 나올 수 있었다. 단순히 한 개인의 일대기중에 특정시기를 사람들에게 알려준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을 경험하고 포로가 되어 일본 군인에게 어떤 고통을 당했는지 르포형식으로 설명하고 묘사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당시에 얼마나 일본군인과 민간인과 일본이 얼마나 잔인했고 사람다운 삶을 살지 않았고 포로에게 강요했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단순히 포로로 잡힌 루이스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얼마나 잔혹하게 포로들을 다루고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했는지 알려준다. 그들이 지금은 부정하고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거의 역사는 버젓이 살아 있다. 그 당시를 경험한 사람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고 관련된 자료들도 그대로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겨우 겨우 태평양에서 살아남은 루이스는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다행히도(?) 살아 일본 감옥으로 이송된다. 그곳에서는 포로로써 인간다운 대접을 전혀 받지 못한다.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여겼다. 일본 군인들이 폭행하고 인간적인 모멸감을 안겨주고 동물처럼 취급하는 것은 전쟁이라는 속성때문이라고 해도 음식마저 주지 않는 것은 일본군대의 잔혹성을 보여준다. 음식이 없어 그런 경우도 있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 선사한 구호품마저도 자신들이 쓰고 포로들에게는 주지 않는다.


루이스가 있었던 감옥에서는 새라는 명칭의 일본군인이 등장한다. 거의 시소오패스라고 할 만한 인물이다. 끊임없이 루이스를 비롯한 포로들을 괴롭힌다. 꼬투리를 잡아 폭행을 한다. 어느 누구도 말리지 않는다. 일본 장교들마저 건드리지 않는다. 그렇게 교도소가 편한게 운영되고 아무런 탈없이 지낼 수 있기에 장교들은 새라는 인물에게 거의 전적으로 모든 것을 맡긴다. 새는 그럴 수록 더더욱 교도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루이스는 특히나 더욱 주목받는 인물이었다. 올림픽에 출전했던 인물이니 더더욱 눈에 띄는 존재였다. 일본 군인이 시합을 내기해서 일부러 지게 만들기도 했다. 애인을 데리고 와서 하는 강요다. 미국인에 올림픽 선수였으니 루이스를 굴복시킬수록 더더욱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데 루이스는 결코 물러서지 않고 꼿꼿이 버틴다. 그럴수록 더욱더 폭력은 심해지고 몸은 만신창이가 된다. 도저히 그 끝을 모르는 상황이 반복된다.


또 다시 겨울이 오면 모든 포로들은 추위와 기근에 죽을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을 때 다행히도 전쟁이 종료된다. 반신반의하던 포로들은 비행기와 일본군인들의 태도로 드디어 자유를 만끽한다. 대부분의 일본 군인들이 잡히지만 새는 도망을 간다. 원래대로라면 일본 전범들은 전부 처형되거나 감옥에 있어야 하지만 미국은 전략적인 목적으로 공산당을 막아야한다는 당위성때문에 일본 군인들을 사면한다. 그들은 사회의 곳곳에서 지도자다 되고 총리도 된다.


유럽과 달리 아시아가 지금처럼 얽히고 섥힌 근본적인 이유는 따지고 보면 미국의 일방적인 전쟁승리였다. 아시아 국가들의 노력은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일본은 그렇게 유야무야하게 전쟁 때와 차이가 없는 지도자들이 다시 권력을 잡는다. 불행의 씨앗은 그렇게 싹이 텄고 지금도 자라고 있다. 미국으로 돌아온 루이스는 엄청난 환영을 받지만 외상성스트레스는 그를 놓치 않는다. 다른 포로들처럼 루이스도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다.


하루도 술을 먹지 않으면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눈만 감으면 새가 나타나 그를 괴롭힌다. 일본으로 가서 그를 죽일 계획까지 세운다. 아내에 의해 억지로 참가한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설교에 감동해서 그는 새로운 사람이 되어 과거를 절단한다. 그 후로 평화롭게 과거를 잊고 모든 것을 용서한다. 새마저도 용서한다. 새는 끝까지 살아남아 성공까지 한다. 잡히지 않고 7년을 넘게 도망다니다가 미국의 전략적인 사면정책에 의해 자유의 몸이 된다. 노인이 된 그는 자신의 행동은 어쩔 수 없었고 전쟁이 만든 비극이라며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고 인터뷰까지 한다. 루이스와의 만남은 끝내 거절한다.


사망처리 되었던 루이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식구들중에 가장 오래 살고 있다. 책에서 사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봐서 아직도 생존한 듯 하다. 그는 불후 청소년들을 돕고 여전히 늙지 않은 젊은 생활을 하며 지낸다. 포로 수용소에 가서 그 당시의 일본 군인들을 만나 직접 용서하기도 한다. 과거와 헤어진 그는 큰 욕심없이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만 돈을 벌며 여러 사람들을 도우며 남은 여생을 산다.


한 개인의 삶이 영화보다 더 영화같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인물이다. 또한 책을 읽으며 단순히 루이스라는 한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한국인이라는 점때문에 일본의 잔혹성에 대해 자료를 토대로 공개한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빛이 나 보인다. 미국에서도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이번에 영화도 개봉한다고 하니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둬 일본의 반성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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