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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서른 살이 된다면 - 세계 최고 석학이 들려주는 서른과 성공 사이
마이클 J. 모부신 지음, 서정아 옮김 / 토네이도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다시 서른 살이 된다면'에서 가장 큰 불만은 제목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책 제목이 나이가 들어간 제목들이라 유행에 편승하는 제목을 한 것 같다. 실제로 영어 원제를 보면 '성공 공식'이라고 하는 제목이 좋을 듯 하다. 책 내용에도 저자가 다른 책에서 저자가 원한 제목과 편집자가 원한 제목이 달랐는데 편집자가 반대한 이유가 출판사에서 바로 전 출판한 책 제목과 유사한 이유라고 이유였다고 한다. 결국에 저자가 원하는 제목으로 다수의 투표를 통해 뽑혔다고 하는 것처럼 책 제목이 원제나 내용에 비해 책 제목이 다소 뜬금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책 내용은 아주 훌륭하고 만족스럽다.
책에 서두에 저자가 어떤 식으로 첫 직장을 갖게 되었는지 설명하며 시작한다. 입사 면접에서 최고 결정자의 휴지통에서 본 미식축구팀과의 팜플렛에 의해 연관성을 서로 이야기한 결과로 취직이 되었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반대했지마 최고 결정자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입사되었다고 하면서 전적으로 운에 의해 지금의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며 과연 그렇다며 우리는 순수하게 실력으로 성공하는 것인지 운에 의해 성공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개인적으로 사업이나 투자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이 운이 작용한 결과가 많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기량 - 책에서는 능력이나 실력보다는 기량이라 표현한다 - 이 성공하는데 중요한 요소임에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운에 따라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실패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믿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실제로 커다란 노력없이 성공할 수 있냐는 반문이 나오지만 우리가 흔히 운도 노력하는자에게 따라온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노력과 운이 결합될 때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투자쪽으로 많은 관심을 기울이다보니 그 쪽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나 책을 읽어보면 성공한 사람이 갖고 있는 기량도 중요하지만 운이라는 요소가 일정 부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일 때가 많다. 다만, 이 점을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에 따라 역설적으로 자신의 성공을 오래도록 유지하느냐의 여부가 결정된다고 보인다. 오로지 자신의 성공은 전적으로 자신의 능력과 실력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어김없이 머지않아 성공이라는 자리에서 내려오고 자신의 성공에서 운이라는 요소가 다수 결합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고수(??)들이 그 자리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딘지 무척이나 성공이 하찮게 보일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운에 결부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되니 그저 운이라는 놈을 어떻게 해야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한 마디로 비관론에 빠질 수 밖에 없게 된다. 한 마디로 날때부터 금 숟가락 물고 태어나면 된다는 뜻이라는 자조적인 의미를 내품게 된다.
책에 나온 예문중에 한 학생이 나온다. 이 학생은 선생님이 내는 100개의 문제중에 정확하게 80개를 외운다. 그래도 자신의 성적에는 큰 지장이 없다. 총 100문제가 나오는데 그 중에 80문제는 정확히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기량이다. 여기서 선생님이 문제를 20개만 낸다면 갑자기 자신의 기량만으로는 정확하게 점수가 나올 수 없다. 재수없게 자신이 외우지 않은 20개에서 문제를 낸다면 0점이 되어 버린다. 외우고 있는 80개 내에서 낸다면 100점도 가능하다. 이럴 때 바로 운이라는 요소가 개입을 한다.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기량을 길러 100개 중에 보통 60~80개 정도를 외운다. 이런 후에 나오는 문제가 어떻게 되는냐에 따라 자신의 기량과 상관없이 운이라는 요소가 결부될 수 밖에 없다. 간단하게 생각해서 100개를 다 외우면 되겠지만 우리 인생에 있어 그럴 수 있는 분야가 극히 제한적이다. 순수하게 기량으로만 성공이 정해지는 분야는 극히 드물다.
책에서는 체스가 기량으로 승부하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체스는 기량을 제외한 운이라는 요소가 거의 제한적인 분야이다. 이 중에서 투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 내가 알고 있는 기량만으로 다른 사람과 승부를 벌이는 게임이 아니다. 내가 갖고 있는 기량에 더하여 더이상 알 수 없는 수 많은 개수중에 무작위로 펼쳐지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 분야이다. 이러다보니 초심자의 행운도 통용이 되는 것이다. 딱 하나만 알고 있었는데 운 좋게 그 문제가 등장하여 100점을 맞출 수도 있는 거다. 이런 상황에 처음에는 행운이라 치부하지만 연속적으로 발생할 수 도 있다. 이러다보니 스스로 자신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운이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자신에게 작용하는지 결코 알 수 없는 게 바로 투자라는 분야이다.
아무리 기량을 올리고 올려도 100개를 다 외울 수 없는 게 투자이다. 투자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많은 일들이 그렇다. 우리에게 벌어지는 온갖 요소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완벽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더구나, 투자는 그나마 그렇다고 해도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직업에 있어서는 더더욱 어느 정도의 수준만 되면 굳이 더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아도 흔한 말로 굴러갈 수 있게 된다. 이래서 자신의 기량은 더이상 늘지 않고 정체되지만 여전히 큰 무리가 따르지 않아 무난하게 넘어간다.
여기서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기량을 더욱 완벽하게 다듬고 올리려고 노력한다. 이 순간부터 진정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고도의 집중과 끊임없는 인내와 반복이라는 고통을 거쳐야만 한 단계 겨우 올라 설 수 있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이상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은 없으니. 그 정도로도 먹고 살 수 있고 익숙해지면서 다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다. 80개를 외우고 있으니 이 정도로도 적당한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거다. 어쩌다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운이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전부 아는 문제가 나오면 지금까지 노력한 결과라고 치부한다. 이런 모든 일들이 운이라는 요소가 결부된 결과인데.
이런한 이유로 자신이 하는 일에 있어 기량과 운에 대한 구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기량과 운이 결합할 수 밖에 없으니 어디까지 본인의 기량인지 어디서부터 운인지 아는 것은 자신이 일을 하는데 있어 냉정하게 자신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어디까지 기량으로 올라 갈 수 있는지를 파악하면서 운이라는 놈을 내편으로 만들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복권은 운에 속한 영역이지 기량에 속한 영역이 아니다. 체스와 같은 기량을 승부하는 분야는 철저하게 자신의 노력만큼 성공을 보장한다. 물론, 타고난 개인의 능력은 인정해야 한다. 운에 속한 영역에서 재수없게 블랙스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철저하게 숙지해야 한다. 기량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하면 블랙스와에게 잡혀 먹힐 수 있다. 또한, 사후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하고 늘 평균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 평균을 올리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균의 편차가 크다면 어느 순간 운이 재수없게 작용해서 완전히 낙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모든 사람이 꿈꾸는 성공이라는 걸 단순하게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고 이렇게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어떻게 보면 좀 막연한 이야기를 꽤 설득력있게 과학적으로 풀어 설명했다는 것이다. 어째서 운이 작용하는지를 알려주고 운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기량에 많은 부분을 할애 해야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도 설명한다. 이를테면 다윗은 자신이 집중할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해서 성공할 수 있었다. 그가 골리앗에게 달려들어 일대일로 싸우려 했다면 백전백패였겠지만 최대한 원거리에서 골리앗의 약점을 제대로 공략해서 성공한 것처럼 자신이 키워야 기량을 키우는 것이 올바른 성공의 지름길이 아닌가 싶다.
운은 노력하는 자에게 찾아온다고 말한다. 100개의 문제에서 80개를 외운 사람과 60개를 외운 사람과 20개를 외운 사람은 몇 문제가 나오느냐에 따라 운이라는 요소가 작용을 하지만 딱 한 번의 시험이 아니라 여러 번 시험을 치게 되면 결국에는 80개 외운 사람의 점수가 가장 높게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운이 어느정도 작용 하는 걸 부정할 수 없지만 자신의 기량을 올리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문제가 100개가 아니라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자신의 기량과 상관없이 운에 의해 백점을 맞을 수 있지만 지속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량을 올리면 올릴수록 보다 더 많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 다만, 순수하게 기량으로 승부하는 분야가 - 음악 콩코르, 테니스 시합과 같은 운동종목등등 - 아닌 다음에는 운이라는 요소가 점수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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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받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