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강의 - 가치투자 아버지의 미공개 글모음
벤저민 그레이엄. 자넷 로위 지음, 박진곤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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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근 몇년 동안 연말에서 연초로 넘어가는 시기에 워렌버핏이나 벤저민 그레이엄의 책을 읽었다. 증권분석, 워렌버핏, 현명한 투자자등을 내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거나 새 해를 시작할 때 읽었다는 것은 스스로 신기하다. 이것을 깨달은 것은 이번 책인 투자 강의를 다 읽은 후에 리뷰를 올리려고 하다보니 작년에 처음 읽은 책이 증권분석이라 기억을 더듬어 본 후에 찾아보니 그랬다.

 

겨울에 조금은 딱딱한 책을 읽어야 좀 더 머리속에 잘 들어와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연말과 연초에는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돌아보며 기본을 망각하지 말고 기초를 다시 잊지 않고 실행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발로가 아닐까싶다. 이런 기본과 기초를 늘 그만하고 싶지만 다시 돌아가게 된다. 기본과 기초를 제대로 완전하게 내면화하지 않는다면 사상누각이라 불리는 현상에 휩쌓일까하고 말이다.

 

투자강의는 벤저민 그레이엄이 자신의 글을 기고했던 내용과 인터뷰한 내용을 엮고 발췌해서 펴낸 책이다. 동어 반복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할 수 있어 실제로 현명한 투자자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기지만 딱딱한 서술형인 일방적인 전개식의 글이 아니라 타인과 대화를 통해 궁금한 점을 묻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알려지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사상을 알 수 있는 책이다.

 

대부분의 내용이 벤저민 그레이엄이 투자 세계에서 어느 정도 현역에서 물러난 후에 발표하거나 인터뷰한 내용으로 이뤄져 있어 현장에서의 날카로운 감각은 설혹 없을지라도 그가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가치관과 투자관은 변하지 않는다. 노후에 자신이 지금까지 내세운 이론과 가치관 투자관을 부정하거나 잘못되었다고 하는것만큼 비참한 것도 없을 것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인터뷰 내용중에 이런 말을 한다. 몇 십년이 지난 지금과 과거와 비교했을 때 엄청나게 발전하고 투자 기술도 개발되어 있으니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인간이 갖고 있는 본성은 동일하다고 한다. 이 점이 가장 중요한 내용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모든 것이 변하고 투자에서 획기적인 발전내지 발견을 통해 자신만의 방법을 추구한다고 해도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말이다.

 

이것만 잊지 않고 기억한다면 최소한 투자에서 손해를 보는 일은 드물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계를 갖고 있어도 그 기계를 다루는 것은 인간이고 눈 앞에 엄청나게 맛깔스러운 음식이 놓여있어도 그 음식을 선별해서 먹는것도 역시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니 말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단순하게 가치투자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주식 투자 하는 방법에 대해 숫자를 제시한 인물만이 아니라 - 지금의 CFA가 등장하게 한 인물임에도 - 국제 상품비축 통화와 같은 것도 제안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내용은 투자를 위한 책을 선택한 사람에게 다소 맞지 않지만 그런 생각을 미리 갖고 있었다는 것은 새로웠다.

 

무엇보다 투자는 벤저민 그레이엄이라는 사람에게는 그 삶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였다는 것이다. 투자뿐  아니라 문화 전반적인 조예가 깊어 직접 대본을 써서 연극을 올리기도 했는데 이런 점은 벤저민 그레이엄뿐만 아니라 우리가 성공했다고 하는 많은 사람들의 한결같은 공통점이다. 한 분야에서 존경할 만한 시선을 받았지만 그들은 그들이 성공한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가 먹고 사는데 직접 관련이 없는 인문이나 문화전반에 상당한 조예를 갖고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야를 갖고 있었다.

 

그러한 이유는 바로 우리가 인간이라는 점이다. 그 말은 인간은 의식주만 해결되면 모든 것이 만족하는 동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감정이라는 알 수 없는 복잡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인가를 표출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이러한 인간에 대해 성찰하고 그에 따라 벌어지는 행동을 이해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의미라 생각한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결국엔 인간의 본성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하는 말은 결코 허투로 들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지금의 행동 경제학을 이미 예전부터 자각하고 똑똑하다고 하는 인간이 멍청한 짓을 하는 반복하고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가치투자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그에 따른 숫자를 통해 제시한 점이 아닐까싶다. 책에서 나온 인터뷰로는 PER7 이하를 집중하고 10을 넘어가면 아무리 좋아도 안전마진 차원에서 투자하지 말라고 한다. 비록, 채권 수익률을 따져 PER를 역산한다고 해도 말이다.

 

물론, 그러한 엄격한 숫자상의 제안은 철저히 지키는 사람도 있고 자신에게 맞쳐 변용하고 응용하여 지키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전히 벤저민 그레이엄이 말한 기본 정신이 바로 안전마진에 있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어렵게 표현 할 것 없이 무조건 싸게 사면 최소한 손해보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싸다는 것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것이 문제지만, 누구나 싸다고 인정하는 가격은 있는 법이다.

 

투자강의라는 책이 쉽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술술 쉽게 넘어가는 책은 아니다. 읽어도 그 부분이 번역때문인지 내 이해력의 모자람인지 몰라도 그저 글만 읽고 있다는 느낌으로 읽어 넘기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작년에도 그렇고 올 해도 그렇고 내 년에도 그렇듯이 절대로 안전마진이라는 개념은 잊지 말고 기억하여 적용하고 내면화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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