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디자인하라
유영만.박용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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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무처이나 중요하다. 언어로 인해 우리는 인식의 한계를 느낀다. 언어 덕분에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과 다른 사고를 할 수 있다. 한국어를  쓰는 사람은 싫어도 윗 사람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장착해야한다. 영어에도 윗 사람에게 쓰는 말이 있지만 개념 자체는 다르다. 한국어에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무조건 존댓말을 쓰게 되어 있다. 아주 친한 사람끼리는 살짝 다르긴 해도 그마저도 존댓말을 어느 정도 해야 한다. 한국에서 싸울 때 존댓말이 튀어나온다.

너는 도대체 몇 살이냐는 표현을 한다. 대체로 이건 내가 상대방을 이길 근거로 없을 때 써 먹는 수법이다. 나이를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상대방보다 가진게 많을 때는 꺼내지 않는다. 세계의 수많은 언어는 해당 언어를 쓰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묘한 부분이 있다. 이걸 내가 갖고 있는 단어의 한계로 인해 깔끔한 묘사는 못하겠다. 어떤 언어를 완벽하게 습득하려면 생각 자체를 해당 언어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럴 때 비로소 해당 언어를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꿈을 꿀 때도 국어가 아닌 영어로 꾸게 된다고 하니 말이다. <언어를 디자인하라>는 우리가 쓰는 언어에 대한 이야기다. 좀 더 좁힌다면 단어에 대한 개념이다. 우리는 별 생각없이 쓰고 있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고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신에 맥락으로 해당 단어의 의미를 파악한다. 언어를 배웠기에 적확한 뜻은 몰라도 대략적으로 눈치채고 넘어간다. 적확이라는 말을 썼는데 적확와 정확이 있다. 이 둘을 우리는 그다지 구분해서 쓰지는 않는다.

나도 이 둘을 굳이 구분해서 쓰는 건 아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 따라 정확하다는 표현보다는 적확하다는 표현을 쓴다. 그게 그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이 책에서는 어떻게 볼 때 둘을 확실히 구분해서 쓴다. 적확하다는 '정확하게 맞아 조금도 틀리지 않다'는 의미다. 정확하다는 '바르고 확실히다'는 뜻이다. 적확하다에는 정확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적확이라는 단어를 쓸 때는 조금도 틀리지 않다는 좀 더 분명한 개념이 들어간다. 그렇게 볼 때 오히려 적확하다는 표현이 쉽지 않다.

내가 쓰는 글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어야 적확하다는 단어를 쓸 수 있다. 정확하게 맞아 조금도 틀리지 않다는데 함부로 쓸 수 있을까? 그만큼 내가 쓴 글에 대해 틀리지 않다는 표현이 된다. 아마도 나는 그런 이유로 적확하다는 표현을 거의 안 하고 정확하다는 표현을 한 듯하다. 이 책에서는 정확이라는 단어보다는 적확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그럴 수밖에 없다. 책의 저자인 유영만은 아마도 한국에서 단어에 대한 의미와 개념을 가장 적확하게 파악하는 인물이 아닐까한다.

유영만을 알게 된 건 아마도 전자신문의 칼럼을 통해서다. 신기했던 건 한국어나 영어의 단어를 갖고 무엇인가 논다는 느낌이었다. 단어를 해체하고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개념을 제시했다. 그 이후로 블로그 이웃을 신청해서 꾸준히 보고는 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 작업은 쉬지 않고 있다. 우리가 별 생각없이 쓰는 수많은 단어를 사전을 찾아가며 뜻을 찾아 헤맨다. 심지어 단어를 뒤집어도 보면서 색다른 의미를 도출해낸다.

이를 위해서 한자를 많이 알아아 할 부분도 있다. 한자로 구성된 단어가 많다. 한자는 글자 하나에 의미를 갖고 있다. 글자 2개가 합쳐져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가 나온다. 독립된 1글자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그런 2 글자를 서로 앞뒤 배치를 달리하며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낸다. 어떻게 보면 말 장난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가볍지 않고 무겁다. 생각지 못한 개념이 나오기도 한다. 뇌가 말랑말랑해진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가끔 표현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맛있는 걸 먹고 표현하고 싶은데 단어를 모르니 표현이 안 된다. 특히나 한국어는 의성어나 의태어가 많다. 맛을 표현할 때 특히 유용하게 쓰인다. 아는 의성어 등이 없으니 표현이 딸린다. 많이 알면 표현이 풍부해지고 내가 갖고 있는 의식이 넓어진다. 독서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독서를 하면 내가 평소에 쓰지 않는 단어와 표현을 저절로 만나게 된다. 그럴 때 마다 사전을 찾아가며 습득한다면 최고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무리다. 그럼에도 계속 읽다보면 익숙해진다.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그런 단어 중에는 입에서 튀어나온다. 나에게도 가끔 사람들이 독서를 많이 해서 그런지 표현이나 단어로 좀 다르다는 말을 할 때가 있다. 나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지만 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느껴진 것이다. 내가 인식을 못하니 무엇때문이지는 모른다. 그런 이유로 모르는 단어를 많이 익히면 익힐수록 내가 아는 세상은 넓어진다. 한국어를 넘어 다른 국가 언어까지 익힌다면 더욱 생각지 못한 인식과 사고의 개념이 넓어지게 된다.

책에서는 자신만의 신념 사전, 관점 사전, 연상 사전, 감성 사전, 은유 사전, 어원 사전, 가치 사전을 만들라고 한다. 단어를 갖고 나만의 개념을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기존에 있는 의미일 수도 있고, 나만이 내린 정의이자 의미일 수도 있다. 그렇게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생각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 예전에 단어를 쓰고 나만의 정의를 쓴 적이 있기는 한데 하다 말긴 했다. 책에서 사건과 사고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내 생각과 좀 달랐다.  그런 것이 바로 이 책에서 원하는 게 아닐까한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삐딱하게 보면 언어 유희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언어는 내가 아는 세상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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