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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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하다는 표현은 아무에게나 하지 않는다. 뭔가 너무 거창하다는 생각도 들고 반대로 보면 상대방을 비하하는 역설적인 의미도 담긴다. 워낙 유명한 제목인 <위대한 개츠비>다. 책이 처음 나온 시대에 위대하다는 뜻과 지금은 다른 뉘앙스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위대하다는 표현은 좀 과장되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뜻으로 잘 안 쓰인다. 오히려 상대방을 폄하할 때 쓴다. 개츠비는 그렇게 볼 때 뭔가 맞다는 생각도 든다. 위대하다고 표현하기는 다소 역설적이니 말이다.

초반에 개츠비가 등장하기 전 꽤 많은 소문이 돌아다닌다. 뭔가 비밀이 쌓인 인물일수록 그런 경우가 많다. 개츠비의 출생에서부터 학력은 물론이고 재산 축적 과정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만담의 소재로 쓸 정도다. 정작 개츠비는 숨어 지낸 적도 없고 사람들을 피한 적도 없다. 다만 누구도 개츠비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몰랐다. 개츠비는 자신이 개츠비라고 직접 밝히진 않았다.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저 말없이 남들이 하는 말을 들었을 뿐이고 반응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책은 닉 게러웨이가 화자다. 적당히 먹고 살고 있는데 아주 초부자인 개츠비의 옆 집에 거주하게 된다. 우연히 그리 되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그에게도 관심을 갖는다. 단지 개츠비 옆집에 살고 있는 점 때문이다. 그를 초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도 개츠비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닉도 역시나 개츠비를 한 번 만나고 싶어한다. 그 집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고 파티를 하는 듯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가는 개츠비 집과 개츠비가 누군지 궁금한데 초대를 받은 적이 없다.

드디어 옆집인 개츠비가 직접 닉을 초대한다. 화려한 개츠비의 집에 들어갔는데 정작 초대를 받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닉은 정식으로 초대받아 이 집에 들어왔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초대받은 사람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오거나 개츠비 집에 가는 사람이 초대해서 왔다. 매일같이 파티가 열리고 연주도 하는데 개츠비가 초대하지도 않은 그 많은 사람들을 개츠비는 매일같이 접대했다. 그곳에서 즐기고 놀 뿐이지 개츠비를 만난 사람은 거의 없다.

개츠비가 등장한 모습도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평범했다. 화려한 등장씬이 존재하지 않는다. 닉이 서재에서 책이 있는 걸 놀라워 하면서 개츠비이야기를 할 때 등장한다. 그것도 자신이 개츠비라는 소개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개츠비는 어떨까라는 질문을 받자 자신이 개츠비라는 소개를 한다. 그때부터 개츠비와 닉은 서로 우정을 나눈다. 수많은 사람이 오고가는 개츠비 집이지만 어느 누구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에 대해, 상대방에 대해 대화를 한 적은 거의 없다.

엄청난 부자로 보이는 개츠비인데도 정작 부자 친구도 없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 어떤 사람도 없다. 워낙 갑자기 개츠비가 화류계에 데뷔를 했다. 이러다보니 개츠비의 과거에 대해 궁금해하고 출신을 캐내려 소문만 무성하다. 당시에도 역시나 출신 성분이고 학력에 대해 하나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다. 아직까지 미국이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옥스포드 대학을 다닌 것 만으로도 상류층에 속하고 인정받는 시절이다. 개츠비가 그곳을 나왔는지 여부를 서로 따진다.

정작 개츠비는 그곳을 몇 개월 다녔을 뿐이지 졸업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매일같이 파티를 열만큼 큰 부자인 개츠비에 대해서 누구도 모르니 그가 축적한 재산이 불법이라는 사실에 대해 뒷소문만 무성하다. 이에 대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다. 엄청난 재산을 축적한 과정이 그리 매끄럽지는 못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개츠비는 나이가 젊다. 딱히 부모가 나오지도 않는데 그런 부를 축적했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는 의심은 너무 당연하다. 

개츠비에게 파티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파티를 해야 할 이유도 없다. 사람들이 매일같이 집으로 몰려오니 그들을 대접할 뿐이다. 그 정도의 자산이 있기에 가능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참 착하다. 나같으면 그럴 이유가 1도 없을텐데 말이다. 더구나 개츠비는 왜 이 동네로 이사를 왔을까. 그 모든 것에는 사랑이 있다. 사랑은 위대하다. 차라리 위대한 개츠비보다는 그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 개츠비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 사랑하지만 데이지는 상류층 여인이었다.

데이지도 개츠비를 사랑했지만 상류층의 허세까지 버리진 못했다. 사랑은 위대하다고 표현한 것은 개츠비는 데이지를 잊지 못했다. 그저 묵묵히 참고 있었을 뿐이다. 여전히 자신은 데이지를 사랑하지만 데이지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안다. 데이지도 개츠비에 대한 마음이 남아 있지만 그에게는 사랑보다는 역시나 자신의 체면과 평판이 더욱 중요하다. 물론, 개츠비와 헤어진 후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는 이유도 크다. 개츠비는 허한 마음을 그렇게 자신과 상관없는 파티로 달랬는지도 모른다.

개츠비가 선택한 결정은 스스로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분명히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한 선택에 절대로 후회는 없었을 듯하다. 무엇보다 스스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을테다. 상류층은 아니지만 부라는 측면에서는 상류층이었고, 많은 교육 덕분에 전혀 차이가 드러나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누구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열지 않았지만 닉에게만큼은 솔직히 털어놓는다. 화려한 것을 쫓지 않는 중산층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개츠비는 위대했다기보다는 사랑했다.

차라리 그런 설명이 개츠비를 표현하는데 더욱 맞지 않나 싶다. 개츠비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모든 것은 닉이 보는 관점에서 묘사하고 추측하고 대화를 나눈 설명이다. 개츠비의 마지막은 행복했는지, 만족했는지, 예상하지 못했는지까지는 모르겠다. 그저 개츠비는 자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고 살았다는 측면에서 볼 때 위대했다는 표현을 써도 될 듯하다. 개츠비는 행복한 마무리를 했는지도 모른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개츠비가 진짜 원한게 무엇일까?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개츠비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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