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인간에 대하여 - 라틴어 수업, 두 번째 시간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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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다른 객체와 다른 존재 이유가 참으로 많다. 인간이 다른 존재와 구별되는 것이 이것이라고 외치는 개념이 많다. 그 중에서도 믿음이라는 개념 아닐까한다. 동물도 사람을 믿긴 한다. 자기 주인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주인이 나를 사랑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과 달리 인간이 믿는 개념은 좀 더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이며 손으로 잡을 수 없다. 무엇보다 여기서 믿음 신에 대한 인간의 구애라고 할 수도 있다. 신을 믿는 것은 유일하게 인간만이 할 수 있다.

고양이나 개가 믿는 것은 자신들이 직접 보고 만지고 존재를 확인한 인간이다. 인간이 믿는 신은 누구도 보지도 않았고, 만진적도 없고,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 직접 보고, 만지고 확인한 사람들이 있다고 하지만 절대 다수는 아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신을 믿는다. 누군가 믿는다는 걸 보면서 나도 믿는다. 믿음이라는 개념은 인간을 지금까지 살아오게 만들었다. 인류 역사의 흥망성쇠에서 믿음은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찬가지로 똑같다.

대체로 지금은 서양이 득세를 하는 시대라 서양 종교에 따른 믿음이 좀 더 강력한 영향을 미쳤고 현대 문명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렇게 인간의 믿음에 대해서는 수많은 철학자와 사상가와 종교인이 썰을 풀었다. 그럴 때마다 흥미롭게 읽었다. 몰랐던 개념을 알기도 했고, 딱히 별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신이 있다와 없다는 자체에 대해서도 엄청나게 수많은 이야기가 오고 갈 수 있는 주제니 더욱 그렇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영원한 화두가 될 만한다.

이 책 <믿는 인간에 대하여>는 <라틴어 수업>의 저자가 쓴 책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고 지금은 아니지만 신부이기도 했으니 더욱 깊은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를 했다. 정작 책을 읽어보니 믿는 인간에서 '믿는' 부분에 대해 설명보다는 '인간'에 좀 더 방점을 찍고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래서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존재론적인 탐구를 기대하고 읽었는데 그보다는 에세이식으로 쉽게 하나씩 가볍게 터치하고 넘어가는 형식이라 다소 아쉬웠다.

믿음과 관련은 없지만 책 마지막에 저자는 현재는 과거와 달리 제대로 된 문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부분에 있어 난 동의하지 않는다. 과거에 비해 훨씬 더 풍성한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몇 백년이나 몇 천년전의 문화를 보고 찬란하다는 표현도 하고 지금과 달리 아름답다는 이야기도 한다. 문학작품이나 미술 작품을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과연 당시를 살아가던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했을까. 나는 절대로 그런 생각을 하며 살지 않았다고 본다.

그나마 귀족 같은 사람들은 그런 소명이나 사명을 갖고 뭔가 거창한 것을 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시민들은 그런 생각을 했을까? 내 생각은 아무 생각없이 하루를 살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 현재의 우리는 그 시대를 배우고 남아 있는 문화가 이어지면서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다고 본다. 지금 시대도 똑같다고 본다. 지금 당장은 우리가 하는 많은 것들이 무가치하고 별 의미없이 보일지라도 시간이 지나 몇 백년 후에는 엄청난 의미가 될 것이다.

개인이 만든 그림이나 글마저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런 것들이 모여 2020년을 살아간 사람들의 문화가 되어 후대에 연구할 것이라고 본다. 그렇기에 과거를 볼 때 늘 우리는 현대의 관점에서 바라보니 착각을 하게 된다. 그 시대에는 우리랑 다른 사고와 행동을 했을텐데 지금 시점으로 바라보니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많다. 이것도 어쩌면 믿음의 영역인지도 모른다. 신이 확실히 각 개인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

그들의 모든 행동과 사고는 지금과 다를 수밖에 없다. 모든 행동에서 신이 먼저 일수도 있었다. 지금은 각 개인의 자유가 훨씬 더 보장되면서도 표출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금은 신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는 확실히 다르다. 이런 부분은 변한 시대를 쫓지 못하고 다소 아집에 빠진 종교의 잘못일 수도 있고, 그런 믿음을 주지 못한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당연하 결과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신의 시대가 아닌 과학의 시대라고 할 수 있으니 사람들의 인식도 변한 것은 당연할 지 모른다.

여전히 믿는 인간은 세상에 살아갈테고, 믿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또한 신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도 뭔가 개념은 이미 머릿속에 박혀있다. 이런 것들이 인간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이다. 모든 사람이 함께 공유하는 개념으로 믿음은 그런 면에서 중요하다. 불행히도 믿음의 영역으로 가면 언제나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고 가부만 있을 뿐이다. 책은 부담스럽지 않게 작가의 개인 에피소드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믿음보다 종교에 대한 이야이가 더 맞지 않을까한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다이제스트 느낌이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가볍지만 묵직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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