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가가 쓴 에세이를 읽으면 확실히 어휘력과 문장에 놀라게 된다. 똑같은 현상이라도 맛깔나게 쓰는 점에 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담하게 쓸 수도 있고, 미주알 고주알 쓸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 쓰느냐는 작가의 마음이고 의지다. 의지라고 썼지만 작가 자신의 스타일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이건 내가 의식하고 쓴다고 하여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랜 시간동안 글을 쓰며 새겨진 문장이라 방법은 없다.

그런 면에서 소설가들이 쓰는 에세이는 그런 글에 대한 묘미를 읽는 재미가 있다. 일반인과 달리 글로 풀어내는 문장을 읽는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일반인이 쓰는 에세이가 엄청 많아졌다. 예전에는 에세이 종류도 어느 정도 글을 좀 쓰는 사람들이 펴냈다. 그런 글을 읽으면서 일상에서 느끼는 별 거 아닌 걸 상당히 세심하게 설명하는 관찰력에 놀라기도 했다. <청춘의 문장들>은 김연수 작가가 쓴 에세이다. 좀 애매한 것은 문장을 찾는다는 표현을 한다.



어딘지 문장을 갖고 탐구하고 조사해서 해체하는 느낌이 들지만 그렇지 않다. 그저 어떤 문장이 좋아 관련된 추억을 소환한다. 나는 지금에서야 이 책을 읽었지만 2004년에 나온 책이다. 청춘이라는 표현을 한다는 것이 다소 이상하다. 작가가 70년 생이니 책을 펴 낼 당시에 30대였다. 겨우 30대가 청춘의 문장이라는 걸 말한다는 것이 다소 그렇다. 아마도 책을 펴 낼 때 그런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지금 50대일테니 지금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책을 읽었을 때 무척이나 옛날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다보니 순간 도대체 작가의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다. 일단 책이 나온 시점과 10년도 넘게 내가 이 책을 읽어 그렇지만 나이든 사람이 과거를 회상하는 느낌이 강해 그랬다. 막상 나이를 살펴보니 겨우 30대에 뭐 이리 늙은 아저씨처럼 글을 썼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김연수 작가의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애 늙은이 느낌은 없었는데 말이다. 어린 시절 기억을 이리 자세히 한다는 점도 놀랍지만.

작가가 되려면 참 기억력이 좋아야 할 듯하다. 어린 시절에 대해 이토록 자세히 풀어낸다는 점에 있어 놀랍다. 전부 다 기억하는 것은 아니고 큰 틀만 떠올린 후에는 나머지는 작가의 필력으로 전부 채워넣을 것이라 예상은 해도. 나처럼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 사람은 이야기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책에서 제일 재미있던 것은 반전으로 쓴 문장이다.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한참을 쓰고선 콤마(,)를 쓰면서 반대 이야기를 하며 못했다고 말한다.

책 서두에 엄마와 아빠에 대한 추억을 시작한다. 아마도 그것보다 더 청춘에 대한 시작이 자연스러운 것은 없지 싶다. 아울러 문장은 매 챕터마다 나오는데 전부 한자로 된 시다. 이런 걸 볼 때 역시나 똑똑하고 배운 사람은 다르다고 해야 할까. 상당히 유식해보이고 괜히 있어 보인다. 나온 내용 중에 움베르토 에코의 에피소드가 있다. 기호학자로 유명한데 소설도 썼다. 좀 언발란스하다는 느낌을 가졌는데 50세에 소설을 썼다. 그렇게 많이 알고 있으니 쓰라는 권유에 시작했단다.

그 정도의 지식과 깊이가 있으니 쓰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뉘앙스로 말한다. 읽고보니 어딘지 나이와 상관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 정도의 깊이가 없다면 명함도 못 내밀겠다는 어려움도 갖게 된다. 작가가 되기 전에 몇몇 직업을 가졌고 등단을 했다. 작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듯도 하다. 작가는 그런 말을 하지만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등단한 걸 보면 작가의 겸손과 달리 분명히 재능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에 좀 거리감도 느껴졌다.

몇몇 에피소드는 재미있었는데 대부분 재미없었다. 뭔가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재미있게 읽거나 알려주는 무용담(?)을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있으면 좋은데 그런 부분이 난 별로 없었다. 아마도 시대가 지나면서 지금은 이런 식의 글이 안 읽히는지도 모르겠다. 책은 몇 쇄까지 찍힌 걸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되었다고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아니면 제목 때문에 나는 글쓰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 오해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30대에 청춘에 대한 이야기는 좀 빠르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좀 지루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작가의 에세이는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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