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2 세트 (양장) - 전2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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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접한 건 지금은 <노르웨이의 숲>이라 불리는 <상실의 시대>였다. 워낙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읽고나서 기존 소설과는 뭔가 결이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그 이후에 잊고 지내다 <1Q84>부터 다시 읽었다. 여전히 독특하고도 전개나 내용이 다르다는 느낌은 여전했다. 중간에 읽지 않은 책들은 언젠가는 읽어야지 했다. 최소한 하루키 소설은 재미있고 흥미롭다. 굳이 일본이라는 범주에 갇혀있지도 않고 시대와 국적에 대한 배경과 무관한 경우가 많다. 분명히 일본이 배경으로 나와도 말이다.

연대순으로 볼 때 <노르웨이의 숲> 직전 작품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다. 아마도 <노르웨이의 숲>을 읽은 후에 이 작품을 읽었다면 다소 혼란스러웠을 듯하다. 지금와서 읽어보니 하루키라는 작가는 원래 이런 식으로 내용을 전개하는 스타일이라는 걸 알겠다. <1Q84>와 결이 비슷한 소설이다. 책을 읽기 전 하루키가 이 책에 대한 소개를 한다. 별 생각없이 읽었는데 괜히 봤다. 나도 모르게 읽으면서 하루키가 내 머릿속에 접어넣은 이미지를 나도 모르게 찾게 되었다.

될 수 있는 소설을 읽기 전이나 후에 평에 대한 글을 읽지 않는다. 소설을 읽고 판단하고 해석하는 것은 내 몫인데 남에게 내 주관을 빼앗기가 싫어서다. 작가가 하는 말이니 별 생각없이 읽었는데 소설은 원래 두 작품이었다고 한다. 따로 따로 쓴 걸 하나로 모았다고 한다. 여기에 이를 합치기 위해 노력했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자꾸 연관성을 찾게 되었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라는 두 작품이다. 전혀 관련이 없다면 없는 작품이다.

두 세계의 세계관이 각자 전개된다. 아무런 연관성도 없고 관련성이 없다는 생각으로 읽어도 하등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분명히 책의 후반부로 가면 연결이 된다고 의식하게 된다. 작가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으면 추측을 했거나 도대체 이 두 세계를 따로 따로 보여주는 것인지 의문을 갖고 책을 덮었을 수도 있다. 흥미라는 관점에서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가 재미있다. 철학적이고 존재론적인 관점에서는 '세계의 끝'이 좋다. 이런 식으로 책은 따로 또 같이 구성되었다.

리뷰를 쓰려고 생각해보니 책에서 소개된 캐릭터들에게 이름이 있었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다시 또 책을 들쳐보면 이름을 찾으려니 귀찮아 포기했다. 주인공은 나라고 할 수 있다. 주변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이름보다는 그저 캐릭터에 맞는 직업과 같은 걸로 표현된다. 나는 특수한 사람이다. 직업은 공식적으로 없지만 또 생각해보니 뭘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임무를 띄고 박사를 만나 작업을 한다. 소리를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별 일 없이 그렇게 지난 듯했다.

그 후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인물이 협박을 한다. 박사가 하는 일이 위험하다는 것이 아닌 내가 위험한 인물이라는 점이었다. 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거창하게 보자면 인류역사에 있어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아쉽게도 이 사실을 알고 박사가 무엇인가 뇌 속을 건드렸다. 대충 이런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아주 간략하게 쓰고보니 그다지 별 내용도 없게 느껴진다. 내가 읽은 책은 하필이면 1, 2권이나 되는 책의 합본이었다. 그 덕분에 무려 790페이지나 되는 양장본이라 들고 읽기가 무거웠다.

생각해보면 하루키의 소설에서 제대로 된 사람은 없는 듯하다. 제대로라는 표현이 결국에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아주 익숙하면서도 통속적인 시선이다. 딱히 부부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가족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무엇인가 하나씩은 잃어버리거나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온다. 나는 어느날 부인이 집을 나갔고 만나던 도서관 사서는 남편이 누군가에게 맞아 죽었다. 박사는 그저 박사인데 일반 범주에 속하는 사람은 아니다. 손녀 딸은 부모님도 없고 혼자 잘 만 살아간다.

그 외에 다른 하루키의 소설을 읽어도 그랬던 듯하다. 소설이라는 것이 원래 그래야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건 사실이다. 그런 비워있고 부족한 사람들이 벌이는 인생과 삶을 들여다봐야 흥미롭다. 아주 평범하고 무료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은 재미도 없다. 무엇인가 부족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봐야 좀 더 감정이입도 잘 되고 내용을 쫓아가게 된다.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는 내가 있고 머릿속에 있는 내가 있다. 마음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마음이라고 표현하지만 생각이다. 뇌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은 마음이 아니다. 마음이 아프다고 하지만 마음이라는 것은 곰곰히 살펴보면 없다. 뇌에서 발생하는 생각일 뿐이다. 마음이 없다는 것은 감정이 없다는 것이다. 감정이 없다는 것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인간은 이런 식으로 구성되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내가 있고 머릿속에 살아가는 내가 있다. 이 둘은 다르면서 같지만 한 인물이다. 아쉽게도 언제나 살아가는 나보다 머릿속의 내가 더 멋지다.

살아가는 세계의 끝이 어딘지는 몰라도 내 머릿속에서 세계의 끝은 확실하다. 나라는 존재가 무가 되면 끝이다. 세상에서는 언제나 나도 모르게 하드보일드하게 살아간다. 내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다. 소설의 내용과 전개는 그저 재미있게 읽으면 된다. 억지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더욱 없다. 읽고 느끼는게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소설을 읽고 리뷰를 쓰자니 나도 모르게 이런 식으로 전개되었다. 어차피 내가 쓰는 리뷰니 그거면 되었다. 소설만 놓고본다면 뒤에 가서는 좀 그냥 그렇게 끝났다. 

선물 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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