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의 세계 (양장) - 전통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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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총,균,쇠>로 충분한 지적인 놀라움과 만족을 선사한 재레드 다이아몬드. 그 후에 읽었던 <문명의 붕괴>도 훌륭했다. <어제까지의 세계>가 출간되자마자 즉시 구입해서 아껴두었다가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솔직히 워낙 두꺼워 미루다보니 몇 년이 훌쩍 지나고 말았다. 워낙 <총,균,쇠>가 전달한 충격이 강력해서 저자에 대한 믿음이 강한만큼 새 책에 대한 기대는 조금 적다. 뛰어넘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그때만큼의 임팩트는 분명히 없다.


그렇다하여 이 책이 별로냐고 묻는다면 그건 완전히 바보다. 그런 질문 한다는 것 자체가 모욕이라 할 수 있다. 여전히 훌륭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책 제목처럼 과거에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를 다시 돌아보자는 내용이다. 과거로 다시 돌아가자면 현실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저자만큼 확실히 과거와 현대를 비교해 줄 수 있는 인물도 드물다. 미국에서 살면서 오스트레일리아나 뉴기니를 비롯한 아직도 부족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


서로 비교해가며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려주고 좋은 점과 나쁜점뿐만 아니라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이를 위해 사회에 대한 구분도 한다. 인구 규모, 정치의 집중화, 사회의 계층화를 기준으로 무리, 부족, 군장사회, 국가 라는 유형으로 분류한다. 사회의 발달에 따라 새롭게 받아들인 것이 있고 없애 버린 것이 있다. 이는 각 사회가 발전하고 제대로 유지되기 위한 방법이다. 아직도 지구에는 이들 네개 유형의 사회가 존재하고 있다. 각 사회마다 나타나는 현상으로 현대사회를 진단한다.


책 초반에 인상적인 사진이 나온다. 뉴기니 원시인이 유럽인을 처음으로 보고서는 울부짖으며 목놓아 울고 있는 사진이다. 생전 처음으로 보지 못한 인간을 본 충격인데 사실 그랬던 이유는 유럽인을 신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들이 자신 앞에 신이 나타났으니 이제 죽었다는 생각으로 무서워 그런 행동을 했다. 이제는 무리로 돌아다니는 원시인들도 서양인을 봤기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세상은 서로 하나로 완전히 연결되었다고 봐도 된다. 


부족에서 군장사회로 옮겨가며 이데올로기와 정치적이면서 종교적인 정체성을 개발한다. 누구나 인정하는 지도자도 생긴다. 수천 명이 살아가야 하는 사회라 그렇다. 이때부터 불평등 구조가 확립되고 혈통이 계급화되어 세습된다. 국가로 넘어가며 법과 같은 좀 더 복잡하고 고도화된 제도가 생기며 사람들이 살아간다. 소규모 사회에서는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때 폭력이나 전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 이를 해결할 법과 같은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비교를 다음과 같이 하나씩 한다. 친구와 적, 평화와 전쟁, 어린아이와 노인, 위험과 대처, 종교와 언어 그리고 건강. 이들은 현대 사회에서도 항상 문제가 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의견도 많다. 무엇이 올바른지에 대한 정답은 분명히 없다. 현대 사회가 걸어가는 길이 과연 올바르고 맞는지도 정확하지 않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 문제를 사람들이 느끼기도 한다. 현대사회가 무조건 과거보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지금보다 더 좋은 점도 있다. 그런 걸 받아들이고 현대사회에 적용해야 한다.

부족 사회에서는 친구와 적은 무척이나 명확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은 적이다. 내가 속한 곳의 음식을 탐하는 등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 모르는 사람은 적이 아니다. 이 부분은 법과 제도로 서로가 합의를 한 상태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에는 옆 부족들을 서로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전투가 생기면 서로가 상대방을 알면서도 전쟁을 벌인다. 현대 사회에서 전쟁은 완전히 모르는 적과 싸움인 경우가 대다수다. 생판 모르는 사람과도 금방 친해지는 현대와 상대방을 알아도 언제든지 전쟁을 벌이는 차이가 있다.


뉴기니에서 누군가 사고로 죽었다. 하필이면 서로 다른 부족이었다. 대부분 상대방 당사자는 용서를 하더라도 해당 부족 친척등이 복수를 다짐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이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철저하게 법에 근거해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 뉴기니 부족은 상대방에게 알리고 해당 부족이 상대방 부족에게 대표가 가서 중재를 한다. 그 후에 상대 부족이 원하는 걸 응하고 들어준다. 서로 상대방이 직접 만나 원하는 걸 요구하기도 한다. 현대 사회가 더 깔끔할 수 있지마 법에 의해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니 정작 당사자들은 상대방과 만나지도 않고 직접적인 용서와 화해를 하지도 않는다. 


과거 사회는 영아를 살해하기도 했다. 이를 누구도 뭐라 하지도 않는다. 필요성에 의해 선택된 행동이다. 거기에 노인도 똑같다. 그들은 필요에 의해 버림을 받거나 죽임을 당한다. 부족에서 필요한 각종 음식 등이 부족해 이동할 때 선택되는 행동이다. 현대와 달리 이들은 연령대에 상관없이 다함께 논다. 미리미리 사회를 배우고 연령에 따라해야 하는 걸 배운다. 정해진 틀에 가두지도 않는다. 노인도 자신의 필요성을 직접 지혜로 설명하며 살아남는다. 현대에서 노인은 점차적으로 짐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유럽에선 은퇴를 강요받기도 한다. 일을 할 수 있어도 사회적으로 못하게 만드는 분위기까지 만든다.


부족은 자연에서 살아가야 하기에 항상 건설적인 편집증을 가져야 한다. 잠시 긴장을 풀게 되면 큰 참사가 이뤄진다. 음시을 얻기 위해서도 그렇고 현대인과 달리 상처를 받으면 치료받는 것도 어렵다. 언제 어떤 위험이 나를 닥치게 할 지 전혀 예측할 수 없으니 언제나 다소 편집증이라고 할 정도로 신경을 쓴다. 이는 결코 과한 것이 아닌 건설적이다. 현대인에게 무시해도 되는 다양한 상황이 그들에겐 치명적인 사망으로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와 언어는 자연스럽게 사회를 구분하는 제도가 되었다. 나와 다른 종교를 갖고 있거나 다른 언어를 쓴다는 것은 철저하게 적일 가능성이 크다. 상대방이 한국어를 하지 않는다면 적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 타당한 것처럼 말이다. 종교도 역시나 사회를 통합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사회 구성인을 다스리기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언어와 관련되어 다양한 언어를 쓰는 것이 좋고, 어릴 때부터 이중 언어를 쓰는 편이 더 좋다는 것이 현재는 학문적인 결론이라 한다. 거기에 이중언어를 쓰면 치매에 걸릴 확률도 줄어든다고 하니 역시나 다른 언어를 포기하지 말고 계속 배워야겠다.


현대인의 엄청난 질병은 대부분 현대병이라 한다. 이는 여전히 과거 부족사회에 적합한 몸에 비해 더 풍족한 음식 덕분이다. 특히나 소금과 당은 가장 중요한 현대인의 질병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다. 아직까지 우리 몸은 소금을 배출하고 분해하는데 적응되지 못했는데 엄청난 소금을 섭취하며 고혈압에 노출된다. 그만큼 복합적인 질병의 원인이 된다. 과거와 달리 엄청난 당분의 섭취는 당뇨를 비롯한 질병의 원동력이 된다. 이미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에 이런 것이 포함되었기에 어렵다. 다이어트를 해도 쉽지 않은 이유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소금과 당분을 줄여야 한다.


어제까지의 세계와는 분명히 다른 세계로 접어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만 얼마나 더 좋아졌느냐에 대해서는 항상 논란이 있다. 그럼에도 부족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현대사회에서 살고 싶어한다. 질병 걱정도 없고 먹을 것도 풍족할 뿐만 아니라 언제 죽음을 당할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이런 부분은 분명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축복이다. 계승할 것은 계승하며 현대를 잘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손목이 너무 아파.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현대는 과거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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