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역사
폴 존슨 지음, 김주한 옮김 / 포이에마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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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2천 년이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사회학적으로 봐도 2천 년은 결코 짧지 않아서, 그 사이 일어났던 다양한 사건들은 오늘날 기독교의 형태에 많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신학적으로 봐도 이 시간은 하나님께서 그분의 교회를 이끌어 오신, 그리고 그분의 교회에 허용하신 유일한 시간들이고. 쉽게 말하면 이 시간들에 관한 이해 없이 오늘날의 교회를 제대로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교회는, 특히 개신교회는 역사 부분에서 특히나 취약한 것 같다. 종교개혁 이래로 개신교회는 ‘단절’을 트레이드마크로 삼아왔고, 마치 그들이 성경 시대에서 바로 튀어나온 사람들인 양 착각하며 신앙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물론 이건 가톨릭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지만)


최소한 오늘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신앙의 각종 의식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믿고 있는 신조들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아는 일은 생각보다 우리의 신앙에 도움이 된다. 다들 학창시절 덮어놓고 외우라는 말이 얼마나 듣기 싫었는지 기억하지 않는가.



기독교의 역사 전반을(이 책은 그 시작부터 20세 중반까지를 담고 있다)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일단 그 볼륨에서부터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각주를 빼도 850여 페이지에 달하해서, 그냥 보고만 있어도 왠지 배가 부른 느낌이다. 이 한 권이면 얼마나 많은 날들을 새벽까지 즐길 수 있을까 하는..?


볼륨만이 아니라 내용도 알차다. 사실 어쭙잖은 저자라면 이 정도 두께의 책을 쓸 문장을 떠올리지도 못한다(두꺼운 책이 갖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저자는 교회와 세상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다양한 자료들을 종합해 능숙하게 엮어낸다. 핍박을 받던 교회가 제국의 종교가 되고, 게르만족의 침범을 어떻게 흡수하면서 그들을 지도하는 자리에 이르렀는지, 군주들과의 권력게임에 참여해서 자신의 몫을 챙기려 하다가 어떤 변질을 겪었는지 등등.


특히 저자는 이 과정을 비판적으로 서술하려고 애쓰고 있다. 기독교, 교회에 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대부부분 기독교 신앙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 결과로 기독교를 옹호하는 입장에 자주 서게 되는데, 이 책의 저자는 일부러 그런 관점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역사 서술에서 객관성은 꽤 중요한 요소니까.


다만 이 객관성이라는 요소가 무조건 서술 대상의 동기를 (안 좋은 쪽으로) 의심하거나, 깎아내리거나 하는 것으로 확보되는 건 아니다. 물론 이 책이 꼭 그런 식으로 쓰였다는 말은 아니지만, 분명 일정 부분에서는 그런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신앙의 특성상, 그 중 어느 한 쪽에 서게 되면 다른 쪽의 불만을 살 수밖에 없는 측면도 분명 있긴 하다.


또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책의 서술이 유럽의 기독교 역사에만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물론 기독교의 전성기가 유럽을 중심으로 발생하긴 했고, 다른 지역의 기독교 역사에 관한 자료가 월등히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최소한 아시아 지역으로 한동안 꽤나 확장해나갔던 동방 기독교에 한 장을 할애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역사의식, 혹은 역사에 관한 감각을 갖게 되는 데는 따로 정도가 없다. 역사를 다룬 좋은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길러가는 수밖에. 여기에 이렇게 2천 년의 역사를 통시적 관점으로 써 내려간 책은 많은 도움을 준다. 한 번에 쭉 읽어나갈 수 있으니까. 물론 다른 모든 분야들처럼 꽤나 세분화된 오늘날의 역사계에서, 한 사람이 이런 식으로 전체를 써 내려가는 일에 약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건 학자들끼리 다투라고 하면 그만이고.


이런 책을 보면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문제는 참가자가 있을까 하는 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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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 철학.정치 편 - 인간이 남긴 모든 생각
박민영 지음 / 청년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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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떤 생각에 ‘이즘’이라는 접미어가 붙으면 그건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하나의 견고한 생각뭉치, 사상이 된다. 이 책의 제목에 붙어있는 ‘이즘’이 바로 그렇다. 저자는 인류 역사의 주요한 사상들을 이 책에 사전식으로 모아두었다.(나오는 사상의 소개가 시대를 왔다갔다 한다 싶었는데, 지금 보니 가나다순이었다!)


읽기 전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정작 첫 항목부터 꽤나 잘 쓴 책이라는 게 금세 느껴진다. 각 항목의 역사적 배경과 정립 과정들을 간단히 훑어본 후, 그것이 갖고 있는 약점, 한계들까지 덧붙인다. 덕분에 관련된 사항을 종합적인 이해할 수 있다.

 

매 항목별로 짧게는 네 쪽에서 길면 예닐곱 쪽 정도로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을 할애해서, 한 호흡에 읽어갈 수 있게 했다. 그렇다고 너무 단순하게 요약한 것만도 아닌 게, 그래도 종종 철학 관련 책을 들춰본다는 내가 봐도, 핵심적인 내용을 잘 담아냈구나 싶다. 특히 현대 철학 쪽은 오히려 간단하게 정리하는 게 힘들 정도로 설명이 어려운 게 많지 않던가.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철학사상이고, 후반부는 정치사상. 하지만 정치 부분도 정확히 말하면 정치철학에 관한 내용이다. 이 한 권으로 역사를 읽어나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사상에 관한 이해를 대략적으로 커버할 수 있다는 (그리고 어디 가서 아는 척 할 수 있을 정도는 될 거라는) 말이다.


물론 요새는 인터넷만 몇 번 검색할 줄 알면 어지간히 못 쓴 책보다 훌륭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긴 하다. 그래서 이런 식의 백과사전식 구성을 가진 책의 가치가 예전만은 못한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다 아는 내용을 잘 정리해 놓는 것도 책으로서는 좋은 장점이다.

 


책 제목에 “철학, 정치편”이라고 붙어 있어서 다른 영역을 다룬 책도 있나 찾아봤는데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면 미술이라든지, 사회학 용어라든지 하는 분야에도 설명할 게 많을 텐데 말이다. 또 하나 아쉽게도 2008년에 나온 이 책은 진작 절판된 것 같다. 알라딘 기준으로 중고서적이 무려 10만원에 올라와 있다.(그 돈을 주고 살만큼은 아닌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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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부분 조용한 가운데 절망적인 삶을 산다. 

체념은 곧 절망으로 굳어지기 십상이다. 

우리는 절망의 도시에서 절망의 시골로 들어가 

밍크와 사향쥐의 용기로 스스로를 위로할 수밖에 없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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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는 물론 아이들과 노예를 대하는 방식을 통해

우리의 가정생활이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부부를 초대할 때면 

그들의 자녀와 노예도 함께 초대하기 시작했다.


- 로버트 뱅크스, 『1세기 그리스도인의 선교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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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문명 - 서구중심주의에 가려진 이슬람과 아프리카의 재발견
임기대 지음 / 한길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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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족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북아프리카를 동서로 나눌 때 리비아 서쪽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유목민족이다. 오늘날로 치면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등지다. 물론 책에도 나오듯 현대에는 북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도 다양하게 이주해서 살고 있다고 한다.

 

베르베르족은 고대로부터 여기저기에 언급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정치적 결사체로서 활동하거나 어떤 중요한 국가를 세웠다는 이야기는 잘 듣지 못했다. 말 그대로 ‘사막의 유목민족’이라는, (정치적인) 중요성이 덜한 느낌이다.

 

실제로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에 관한 역하는 기록으로도 많이 남지 않아서 알 수 없는 측면도 있다. 고대 로마 제국이 이 지역을 지배하기 이전의 역사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마우레타니아 왕국이나 누미디아 왕국 등에서 잠시 얼굴을 비치고,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다른 민족들의 지배를 받아왔다. 이슬람 세력이 이 지역으로 들어온 이후에는 아랍 민족과 상당부분 동화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그런 베르베르족의 전반적인 정보를 담아낸 책이다. 그들의 역사와 문화, 심지어 음식까지. 베르베르족에 관해 설명을 하려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통칭해서 ‘베르베르족’이라고는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 역시 다양한 모습으로 주거주지와 마주한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분화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중세의 분류가 오늘날에는 또 맞아떨어지지 않는 면도 있고. 북아프리카 전역에 퍼져 사는 사람들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래서 저자는 이 복잡한 구성을 가진 사람들을 민족적으로 설명하기에 앞서서 언어를 기준으로 접근을 시도한다. 베르베르어와 문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전반적으로 비춰보면서 이들을 조명하는 방식. 물론 문제는 또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이 언어와 문제를 사용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 이쪽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베르베르족이라는 범주를 좁힌 후, 저자는 본격적으로 그 역사를 훑어나간다. 앞에서 간단히 요약한 것처럼, 그들은 독자적이고 강력한 국가를 세우지는 못한 채 대신 카르타고, 로마, 그리고 이슬람 국가들의 지배를 받았다. 특히 이슬람 세력이 북아프리카를 정복한 이후, 여기에 강력하게 동화된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그들 중 일부는 자신들을 아랍인과는 다른, 베르베르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그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베르베르인의 과거만이 아니라 근대와 현대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담아낸다. 제국주의 시대 아프리카는 유럽 열강에 의해 멋대로 분할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베르베르인들도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이슬람 문화권이었던 아프리카에 기독교 문화인 유럽인들이 들어오면서, 피지배계층에 대한 통제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민족 간 분열 정책을 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알제리를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 같은 경우는 그 땅의 베르베르인들을 좀 더 우대하는 정책을 폈고, 그 덕분에 꽤 많은 베르베르인들이 프랑스로 이주해 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독립을 한 이후에는 또 이게 일종의 독이 되어서 그들에 대한 아랍인들의 억압의 빌미가 되기도 했으니...


확실히 이쪽 동네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가 잘 모르는 게 많아서, 호기심을 채워가며 흥미롭게 읽어볼 만한 이야기들이 많다. 근래에 베르베르인들에 의한, 베르베르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려는 움직임들이 늘어나고 있고, 여러 나라에서 일종의 투쟁에도 나서고 있다는 점도 기억할 만하다. 그 와중에 다른 나라의 분쟁에 개입해서 문제를 키우는 흑역사도 좀 보이고.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북아프리카의 원주민들 중 한 갈래인 베르베르인들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를 그려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두껍고, 주제도 주제라서 읽기에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술술 넘어간다. 대학 1학년 교양과목 정도의 수준으로 편안하게 쓰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다만 이 ‘대학 교양과목 수준’이라는 말에 걸맞게, 책 초반의 도입부는 약간 지루하다. 뭔가 처음부터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는 교수 특유의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책의 나머지 부분의 서술 난이도와도 썩 잘 어울리지 않고. 뭐 그래도 크게 문제될 건 아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책 2장에 실려 있는, 티피나그라고 불리는 베르베르어 문자다. 뭔가 그림 같기도 하고 기호 같기도 한 문자가 예뻐 보이는데, 외국인들이 한글을 볼 때 그런 느낌이라고 하는 말을 언뜻 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 또, 성경에도 나오는 이집트의 파라오 시삭(세손크)이 베르베르인이었다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이런 쪽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가볍게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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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3-23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제목에 혹해서 이미 예전에 ˝읽고 싶어요˝ 눌러 놓고도, 어떤 속내용인지 전혀 모르다가 노란가방님 덕분에!!!

노란가방 2022-03-24 00:17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 어떻게.. 좀 더 읽어보고 싶어지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