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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 철학.정치 편 - 인간이 남긴 모든 생각
박민영 지음 / 청년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어떤 생각에 ‘이즘’이라는 접미어가 붙으면 그건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하나의 견고한 생각뭉치, 사상이 된다. 이 책의 제목에 붙어있는 ‘이즘’이 바로 그렇다. 저자는 인류 역사의 주요한 사상들을 이 책에 사전식으로 모아두었다.(나오는 사상의 소개가 시대를 왔다갔다 한다 싶었는데, 지금 보니 가나다순이었다!)
읽기 전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정작 첫 항목부터 꽤나 잘 쓴 책이라는 게 금세 느껴진다. 각 항목의 역사적 배경과 정립 과정들을 간단히 훑어본 후, 그것이 갖고 있는 약점, 한계들까지 덧붙인다. 덕분에 관련된 사항을 종합적인 이해할 수 있다.
매 항목별로 짧게는 네 쪽에서 길면 예닐곱 쪽 정도로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을 할애해서, 한 호흡에 읽어갈 수 있게 했다. 그렇다고 너무 단순하게 요약한 것만도 아닌 게, 그래도 종종 철학 관련 책을 들춰본다는 내가 봐도, 핵심적인 내용을 잘 담아냈구나 싶다. 특히 현대 철학 쪽은 오히려 간단하게 정리하는 게 힘들 정도로 설명이 어려운 게 많지 않던가.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철학사상이고, 후반부는 정치사상. 하지만 정치 부분도 정확히 말하면 정치철학에 관한 내용이다. 이 한 권으로 역사를 읽어나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사상에 관한 이해를 대략적으로 커버할 수 있다는 (그리고 어디 가서 아는 척 할 수 있을 정도는 될 거라는) 말이다.
물론 요새는 인터넷만 몇 번 검색할 줄 알면 어지간히 못 쓴 책보다 훌륭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긴 하다. 그래서 이런 식의 백과사전식 구성을 가진 책의 가치가 예전만은 못한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다 아는 내용을 잘 정리해 놓는 것도 책으로서는 좋은 장점이다.
책 제목에 “철학, 정치편”이라고 붙어 있어서 다른 영역을 다룬 책도 있나 찾아봤는데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면 미술이라든지, 사회학 용어라든지 하는 분야에도 설명할 게 많을 텐데 말이다. 또 하나 아쉽게도 2008년에 나온 이 책은 진작 절판된 것 같다. 알라딘 기준으로 중고서적이 무려 10만원에 올라와 있다.(그 돈을 주고 살만큼은 아닌 것 같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