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연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해 분노하는 걸까? 

아니 분노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2017년 집값이 1억 원 넘게 오른 집 주인이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5억 원 넘게 집값이 오른 집주인도 6만 명이나 되었다. 

집을 1채라도 갖고 있었던 사람의 70퍼센트는 집값이 올랐다. 

2018년까지 포함하면 집값이 오른 사람의 수는 더욱 많을 것이다.

그런데 집값이 오른 70퍼센트의 국민이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해 분노할까? 

아니 최소한의 문제의식은 갖고 있는 걸까?


- 강준만, 『바벨탑 공화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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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ㅣ 서해클래식 4
토머스 모어 지음, 나종일 옮김 / 서해문집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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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유토피아"는 '유토피아'다. '유토피아'라는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장소’라는 뜻이라는 건 잘 알려져 있는 바다. 이야기가 쓰인 16세기 당시의 판단으로, 여러 분야의 가장 좋은 모습을 떠올려 콜라주처럼 모아놓은 세계가 유토피아다. 하지만 각각의 영역만 생각하면 이게 좋겠다 싶어도, 그것들이 여러 개 복잡하게 결합되면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발견되는 게 세상이다. 때문에 이야기를 한참 읽다 보면 ‘정말 이런 곳이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하지만 애초에 이야기가 어떤 이상적인 국가 건설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16세기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다양한 문제를 풍자적으로 비판하기 위함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아귀가 좀 헐거운 부분들을 지적하며 골라내는 대신, 나름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다. 영국에서 고위공직생활을 했던 작가 토머스 모어는 당시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들을 날카롭게 인식하고 있었다. 이 점만 해도 작가를 인정할 만하다. 원래 특권에 익숙해지면 자신이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점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이런 이유 때문에 책은 분명 작가가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가상의 나라를 묘사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당대 유럽의 상황을 반어법적으로 담아내는, 일종의 역사책처럼 읽히기도 한다. 왕과 귀족, 성직자들의 부를 지탱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빈민의 처지에 몰려 매일 중노동을 하는 상황, 그마저 일자리가 없어 결국 도둑이나 걸인으로 전락해버리는 사람이 있으면 지나치게 강한 처벌로 억누르기만 하는 당국자들. 물질주의에 물들어 부를 쌓는 데 여념이 없는 권력자들과, 그들에게만 유리하게 만들어지는 법률 등.


     유토피아에 사는 사람은 하루 여섯 시간만 일하고, 그러면서도 모두가 다 노동에 참여하기에 생필품에 부족함이 없고, 금을 노예를 묶어두거나 죄인을 표시할 때 사용함으로써 금을 귀하지 않게 여기려 한다는 장면은, 일부러 쇠로 화폐를 만들어 사람들이 많이 지니고 다니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고대 스파르타에서 추진되었다는 리쿠르고스의 개혁을 떠올리게 한다.


     곳곳에 피식 웃게 만드는 문장들이 자주 보이기도 한다. 어떤 게 진짜 보석인지 감정서를 써주지 않으면 사지도 않을 정도로, 진짜와 가짜가 구분되지 않는다면 그냥 모조품을 지니고 있어도 상관없지 않느냐는 지적은 사람들의 허영심을 통렬하게 때린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인사해주는 높은 지위에 오른다고, 삐걱거리는 내 무릎이 낫는 것도 아니고, 돈 머리가 치료되는 것도 아니니 무슨 소용이냐는 표현도 꼭 누구를 가리키며 쓴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여전히 이 책에 실린 내용은 '유토피아적'이다. 그건 수백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문제가 다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수에 의한 부의 독점과 그 결과로 다시 한 번 형성되고 있는 특권계급도, 이제 자연적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빈부의 엄청난 격차도, 극심한 물질주의로 인해 희생되어 가는 사람들의 뉴스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문제는 물질주의에 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모두가 계획적으로 함께 일하고 소득을 나눠가져야 한다는 해결책은 언뜻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체제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앞서도 썼지만, 이 책이 구체적인 사회구조 개혁을 위해 쓴 것은 아니기에, 빠진 부분도 많고(예를 들면 장애인이나 노인처럼 생산능력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부족한 사람은 어떻게 생활할까, 그리 솜씨가 좋지 못한 작가나 시인의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그래서 온전한 그림을 다 그리기는 쉽지 않지만, 문제인식 자체에는 공감이 된다.


     오늘도 수많은 "유토피아"들이 쓰이고 있다. 저마다 이상적인 사회를 그리지만, 여전히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건, 우리에게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의지가 부족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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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1-08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노란가방 2021-01-08 20:33   좋아요 0 | URL
ㅎㅎ 갑자기 무슨 축하인가 하고 한참을 찾아봤더니..
이달의 리뷰로 뽑혔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소비주의적인 종교에서는 종교 소비자들의 요구에 

그 어떤 의문이나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 

요구가 옳거니 그르거니 하는 식으로 따지지 않는다. 

단지 충족된 요구와 충족되지 않은 요구만 있을 뿐이다. 

나아가 소비주의적인 종교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님이 우리를 섬기기 위해 존재한다. 

왜냐하면 소비자는 언제나 왕이니까.


- 스카이 제서니, 『종교에 죽고 예수와 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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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과 신들 - 개정판
주원준 지음 / 한님성서연구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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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약성경의 배경이 되는 고대 이스라엘은 작은 국가, 작은 민족이었다. 남쪽은 이미 당시 2천 년 역사의 이집트 문명이 있었고, 북쪽에는 그 못지 않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존재했다. 그 길목에 있었던 가나안 지역은 당연히 문화의 교통로였고, 다양한 문화와 전통, 신화가 묻어날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실제로 구약 성경 안에는 당시 근동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신화적 요소와 고대 설화들과 유사한 내용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이를 근거로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의 종교가 모두 인근 지역의 원본을 카피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단지 겉모습이 비슷하면 모든 게 진화론적 계통을 지니고 있다는 단순한 견해에 기인한 것일 뿐이다.

 


     독일에서 고대 근동 언어를 공부하고 온 저자는 이런 견해가 얼마나 단편적인 생각인지를 잘 보여준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보존하고 있던 신관(신앙)은 인근 지역의 신앙과 분명히 구분되는 지점이 있다.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인근 지역에서 절대적인 신적 존재로 떠받들던 많은 대상들을 ‘비신화화’ 작업을 통해 피조물들 중 하나로 만들었다.


     예컨대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섬기던 하늘, 이집트에서 섬기던 태양, 레반트 지역에서 섬기던 폭풍은 신적 주체가 아니라 피조물로서 묘사된다. 메소포타미아의 일부 지역에서 유독 중요하게 여겨지던 달(月)신의 경우 그 근거지 중 하나인 우르가 아브라함의 고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약성경에서 그 존재는 거의 무시된다. 바람과 강, 피, 신성한 나무에 대한 신앙도 마찬가지다.


     물론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인근 지역의 신앙과 문화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독특한 유일신관 아래서 재편되었다. 하늘은 신적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공간으로 재평가되었고, 달의 차고 이지러짐의 주기는 이스라엘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져서 초하루는 제사를 바치는 중요한 날로 여겨졌으나, 딱 거기까지였을 뿐이다.


     저자는 이런 과정을 ‘재신화화’라고 표현하면서, 포로기 이후 그런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한다. 그것이 원래 가지고 있던 신성의 요소를 제거하고, 대신 여호와 신앙에 종속되도록 만들었다는 것. 흥미로운 건 이런 작업이 가장 초기 문서인 창세기부터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고대의 작은 민족들이 인근 강대국의 신화를 수용하던 관습과도 크게 다른 모습이다. 아마도 이 부분이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혹은 발견한) 종교심의 특별한 점일 것이다.



     책을 읽으며 고대 근동의 여러 문화가 얼마나 많이 이스라엘에 흡수되었는지를 새삼 발견한다.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라는 구절에, 강을 판결의 주체로 여겼던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영향이 남아있다는 서술은 흥미롭지 않은가. 또 ‘신성한 피로 인한 속죄’라는 개념이 고대 근동에서만 발견되고 그리스 문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개념이었고, 이를 이해할 수 없었던 그리스-로마 세계에서 그리스도의 피에 관한 특별한 교리를 오해했다는 통찰도 눈여겨 볼만 했다.


     분명 고대 이스라엘과 근동의 다른 민족들 사이에는 유사점이 존재한다. 어느 한 쪽이 완전히 고립된 상태로 지내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는 분명히 차이점도 존재하고,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이 부분을 무시하고 유사점만으로 진화론적으로 연결지으려는 건, 한국인과 일본인이 똑같아 보이는데 왜 사이좋게 못 지내냐고 빈정대는 외부인의 관점처럼 단순해 보인다.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보통의 독자들도 읽고 어느 정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기 위해 애쓴 게 보인다. 히브리어와 아람어, 그리스어와 라틴어 같은 어려운 외국어 부분을 넘길 수 있다면 충분히 읽고 유익을 얻을 수 있을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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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0-12-16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스라엘의 유일신 사상은 모세가 이집트에서 탈출하며서 갖아왔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집트가 다신교를 믿었는데 이당시 태양신 아텐만을 숭배했던 파라오 아크나톤(혹은 아케나텐)의 영향이 남아있어서 여기서 모세가 유일산 사상을 취했다고도 하네요.

노란가방 2020-12-16 18:19   좋아요 0 | URL
네. 그런 주장도 있었죠.
자기가 전생에 람세스 2세였다는 크리스티앙 자크 같은 작가가 ‘람세스‘에서 그런 주장을 담기도 했었구요.
다만 이집트에서 일신교가 국가적으로 섬겨졌던 시기는 지나치게 짧고,
이집트 내에서도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스라엘 같은 약소국이 그런 담대한 주장을 했다고 보는 데에도 살짝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있지요.

stella.K 2020-12-16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지난 가을인가 여름에 TV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었죠.
카톨릭 학자더군요.
저자는 다른 신들은 강한 자들의 신인데
여호와는 작은 자 평민을 위한 신이라고 해서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여호와를 믿는 거구나 했습니다.
책 한 번 읽어야지 했는데 먼저 읽으셨네요.

노란가방 2020-12-16 18:23   좋아요 0 | URL
책 표지에 ‘제16회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 수상작‘이라고 적혀 있더라구요.
저자소개를 보니 신부님은 아닌 학자이신 듯.
이런 괜찮은 책은 감사하게 읽어야지요. ㅎ
 
엔젤 해즈 폴른
릭 로먼 워 감독, 제라드 버틀러 외 출연 / 아라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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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새 대통령 트럼불(이름 참... 모건 프리먼이 연기했다)을 겨냥한 드론 테러가 발생하고, 현장에 있던 비밀경호국 요원 배닝(제라드 버틀러)이 용의자로 지목된다. 당연히 그는 누명을 쓰고 있었고, 이제 배닝은 수사기관은 물론 그를 모함한 세력들의 추격을 받으면서, 대통령을 지켜야 하는 어려운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시원하게 쏘고, 터뜨리고, 깨부수는 액션영화다. 온갖 중화기가 등장하고, 건물이 폭발한다. 별 생각 없이 멍 때리며 봐도 꽤나 흡입력 있게 진행되는 킬링 타임 영화. 영화 속 드론을 이용한 요인 암살은 미국이 중동에서 벌이던 실제 전투 방식 중 하나고, 군사작전에 무분별하게 동원되던 민간군사기업의 문제도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니 나름 현실성도 반영한 듯하다.

 





     그 중에서도 영화의 중심 소재가 되는 민간군사기업은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 전쟁에서 이름을 크게 알린 바가 있다. 군법의 영향력 아래 있는 군인들과 달리 민간계약업자들의 경우 그런 법적 한계가 없기에(애초 계약 당시부터 면책을 보장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훨씬 더 잔혹한 전쟁범죄를 저지르고도 최악의 경우 그저 처벌이 아닌 계약해지만 되는 식이다. 물론 그 이후에는 회사를 해산하고 다른 이름으로 새로 차려 다시 계약을 받고... 악순환이다.


     영화는 그렇게 세금으로 키워놓은 용병회사가 새 대통령의 정책으로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받게 되자 대규모 음모를 꾸민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번 폭력에 돈을 쓰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보여준달까. 전쟁은 분명 악이다. 어쩔 수 없이 그것을 수행한다면, 가능한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들이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는 안 되는 거다.


     꼭 이런 군사기업이 아니라도 우리 주변에서 돈으로 폭력을 사는 일들은 쉽게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용역업체들인데, 용산참사로 많은 철거민들이 불에 타 죽은 이후에도 여전히 경찰과 손발을 맞춰가며 현장에 나타나는 게 다반사. 어쩔 수 없이 폭력이 존재해야 하다면, 그건 가능한 투명하고 공정하게 통제되는 게 맞다. 한 번, 두 번 그들이 폭력으로 돈을 버는 맛을 보게 되면, 이후엔 쉽게 없애기 어렵다. 그 자체가 하나의 힘이 되어 버릴 테니까.

 





     영화의 제목인 ‘엔젤 해즈 폴른’이 무슨 뜻일까. ‘추락한 천사’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일단은 백악관 비밀경호국의 영웅이었던 주인공 배닝이 배신자로 몰리는 상황을 반영한 제목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또 이 제목을 ‘타락한 천사’로 읽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사탄을 가리키는 표현이 된다. 한 때는 신을 섬겼지만 타락해 적대자가 되어버린 존재. 영화 속에서는 한 때 정부와 함께 군사작전에 투입되었지만, 이제 대통령 암살까지 시도하며 빌런이 되어버린 민간군사업체의 대표 제닝스를 가리키는 것일 수도. 폭력은 그것을 행사하는 사람을 타락하게 만든다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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