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이름 사요코. 키 169cm. 패션 센스는 좀 안타깝지만, 군살 하나 없는 모델 같은 몸매에(실제로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는..) 얼굴도 예쁜 그녀였지만, 어렸을 때부터 남자는 하나도 따라오지 않고, 웬 고양이들만 잔뜩 따라온다. 함께 살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홀로 많은 고양이들과 살아가던 사요코는 새해엔 반드시 결혼을 하고야 말겠다는 각오와 함께,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 리어카에 고양이들을 태우고 다니며 고양이를 빌려주는 사업을 시작한다.

 

     이런 저런 사연을 가지고 고양이를 빌려가는 사람들과 고양이들의 특별한 재능(?) 덕분에 살고 있는 사요코의 삶이 재미있게 그려진다.

 

 

 

2. 감상평 。。。。。。。   

 

     탄산음료 같은 톡톡 튀는 청량감보다는 은은한 허브향이 담긴 차(茶) 같은 영화다. 현란한 수사와 미사여구의 남발이나, 작정하고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려고 하는 분위기 조장 같은 것 없이, 그저 잔잔하게 주인공 사요코의 일(고양이 빌려주기)를 따라가면서, 각각의 사연들로부터 뭔가를 느끼게 만든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점점 더 외로워하는 것 같다.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발전되고, 진보하고, 나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많이 ‘국격(?)’이 높아졌다고 하는데, 자살률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고, 소외당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어버린 사람들의 비율도 점점 올라가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

 

     예전 같았으면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함께 살고 있는 이웃들과 함께 나누었을 고민이, 이제는 공개적인 방송에서나 털어놓고 해결책을 들을 수 있는 무엇이 되어버렸다. 왜? 아마도 살아있는 다른 존재들과 함께 사는 법을 잃어 버렸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나누고 협력하기 보다는 밟고 앞으로 나가는 것만을 가르치고 배워온 세대인데 뭐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마음의 빈자리는 막는 게 아니라 채우는 거’라며,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들을 싼 값에 빌려주러 다니는 주인공 사요코는,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결국 치유는 생명과 연결되어 있을 때 가능한 것이었다.

 

     그나저나.. 약간 엉뚱하긴 하지만,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이런 처자를 영화 속에선 왜 아무도 데려 가려 하지 않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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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쏘시개
아멜리 노통브 지음, 함유선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줄거리 。。。。。。。   

 

    전쟁이 벌어진 지 2년이 되어가는 어느 도시. 대학교수와 그의 조교인 다니엘, 그리고 다니엘의 애인인 마리나는 교수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된다. 매서운 추위에도 더 이상 땔감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마리아는 교수의 책들을 태워 온기를 얻자고 말한다. 처음에는 완고하게 반대하던 교수도 시간이 지나면서 할 수 없이 책들을 태우기 시작했고, 남은 책들이 얼마 되지 않으면서 한 가지 질문이 가장 중요해진다. ‘어떤 책을 먼저 태울 것인가’.

 

 

2. 감상평 。。。。。。。   

 

     독특한 작품을 연달아 써 내는 아멜리 노통브가 이번엔 재미난 희곡을 썼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추위라는 또 다른 적까지 맞닥뜨리게 된 주인공들의 처지는 교수와 조교, 그리고 조교의 애인이라는 미묘한 조합과 더불어서 이 작품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그 안에서 혼란에 빠진 사람들은 저마다의 논리로 끊임없이 말을 해대지만, 소문난 말잔치에 정작 귀담아 들을 건 별로 없는, 영혼 없는 토론들의 연속이라고 할까.. 이 책보다 한 해 앞서 우리나라에 출판되었던 『시간의 옷』 같은 작품이 떠올랐다.

 

     한편 책으로 먹고 사는 작가가 그 책을 불태워야 하는 상황으로 주인공들을 몰아가는 상황 자체도 재미있다. 평소라면 그 문학성을 두고 영원한 가치 운운하는 고상한 대화의 주제가 되었을 책들이 비상상황이 되자 그저 불쏘시개로 전락해버리는 모습은 일견 책이라는 것의 무가치함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저자는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오히려 책이 가진 진정한 가치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대답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매년 한 권의 소설을 내고 있는 저자로서는 이제 이런 질문을 한 번쯤 해볼 만도 했나보다.

 

     좀 짧은 감이 있어 아쉬웠던 작품. 작가 특유의 말놀이를 좀 더 감상하고 싶은 느낌이 있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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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그리스도인들이 “대 테러 전쟁”을 후원해

그렇지 않아도 기독교에 적대적인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를 더 열심히 공격하게 만들기보다는

힘은 들어도 차라리 회개와 순전한 화해를 이루는 일을 맡고 나선다면 어떨까?

왜 우리는 힘만이 문제 해결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 마르바 던, 『언어의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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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사랑
리처드 J. 루이스 감독, 더스틴 호프먼 외 출연 / 컨텐트존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그리 크지 않은 키에, 덥수룩한 수염, 그렇다고 성격이 자상하거나 상대방의 분위기를 맞춰줄 줄도 모르는 유대계 캐나다인 바니. 젊은 시절 로마에서 임신을 한 여자 친구에 대한 책임감으로 결혼을 하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의 아이를 배고 있었고, 결국 얼마 가지 않아 자살을 해 버린다. 캐나다로 돌아와 부잣집 딸과 두 번째 결혼을 하지만 처음부터 그다지 내키는 것도 아니었고, 지극히 자기중심적이었던 아내와의 관계는 금새 삐걱대다 이혼에 이른다.

 

     그리고 바니의 세 번째 사랑. 그는 그녀(미리엄)를 처음 본 순간 빠져들었고, 곧바로 들이대기 시작한다. 심지어 그녀는 바니의 두 번째 결혼식 피로연에 하객으로 참석했던 터. 그러니까 그는 결혼식에 다른 여자와의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오랜 일방적 구애에 마침내 그녀가 대답을 하고, 그렇게 첫 식사를 함께 하면서 둘은 가까워지더니 결국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 두 사람의 아이들이 독립을 할 나이에 이르렀을 즈음까지도 미리엄에 대한 바니의 사랑은 변치 않았지만, 한 순간의 오해는 둘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을 만들었고, 결국 헤어지게 된다. 그러나 끝까지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은 바니. 노년이 되어 그의 기력이 떨어지고, 기억력마저 쇠퇴하게 된 그 때까지도 그가 사랑한 것은 오직 한 명 미리엄이었다.

 

 

 

 

2. 감상평 。。。。。。。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보기 시작한 영화였다. 일단 주인공이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영화 초반 비춰지는 그의 모습은 그냥 별 고민 없이 사는 어떤 남자의 이야기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과거의 서투르고 잘못되었던 판단들을 뒤로하고, 미리엄과의 사랑을 담아내는 부분부터는 좀 다른 분위기가 형성된다.

 

     영화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역시 오랜 시간 동안 변치 않고 한결같은, 아니 좀 더 잘 익은 모습으로, 상대를 사랑하는 노부부의 모습 때문이다. 그건 상대에 대한 집착과는 다른, 마치 오래될수록 그 독특한 풍미를 자랑하는 도자기나 좋은 가구 같은 것을 만날 때 느낄 수 있는 무엇과도 비슷하다. 아니, 그런 것들보다 더 아름다운 것.

 

 

 

     영화는 진짜 사랑을 찬양한다. 그건 그냥 자신의 온갖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금방 식어서 ‘진짜 사랑이 아니었다’고 칭얼대는 변덕스러움의 반대쪽 어딘가에 있는 거고, '내 실수로 벌어진 일이니 깔끔하게 포기하겠다‘는 식으로 젠체하는 것과도 다르다. 꾸준히 한쪽을 바라보면서, 상대를 위해 마음을 쓰고, 기다려주는 것, 그렇다고 그 사랑에 목을 매고 삶의 나머지 부분까지도 망가뜨리는 게 아니라, 그 사랑으로 인해 주변의 다른 사람들까지도 따뜻하게 배려하도록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되는 것, 그런 게 이 영화에서 말하는 사랑과 가장 가깝지 않을까.

 

     간만에 본 멋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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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다>, 이는 이상한 표현이다.

사람들은 왜 <사랑에 오르다>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가?

아마도 사랑이 일종의 추락이자 상실이라는 것을

의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깊은> 사랑이란 한 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사랑이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웃음』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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