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쏘시개
아멜리 노통브 지음, 함유선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줄거리 。。。。。。。   

 

    전쟁이 벌어진 지 2년이 되어가는 어느 도시. 대학교수와 그의 조교인 다니엘, 그리고 다니엘의 애인인 마리나는 교수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된다. 매서운 추위에도 더 이상 땔감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마리아는 교수의 책들을 태워 온기를 얻자고 말한다. 처음에는 완고하게 반대하던 교수도 시간이 지나면서 할 수 없이 책들을 태우기 시작했고, 남은 책들이 얼마 되지 않으면서 한 가지 질문이 가장 중요해진다. ‘어떤 책을 먼저 태울 것인가’.

 

 

2. 감상평 。。。。。。。   

 

     독특한 작품을 연달아 써 내는 아멜리 노통브가 이번엔 재미난 희곡을 썼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추위라는 또 다른 적까지 맞닥뜨리게 된 주인공들의 처지는 교수와 조교, 그리고 조교의 애인이라는 미묘한 조합과 더불어서 이 작품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그 안에서 혼란에 빠진 사람들은 저마다의 논리로 끊임없이 말을 해대지만, 소문난 말잔치에 정작 귀담아 들을 건 별로 없는, 영혼 없는 토론들의 연속이라고 할까.. 이 책보다 한 해 앞서 우리나라에 출판되었던 『시간의 옷』 같은 작품이 떠올랐다.

 

     한편 책으로 먹고 사는 작가가 그 책을 불태워야 하는 상황으로 주인공들을 몰아가는 상황 자체도 재미있다. 평소라면 그 문학성을 두고 영원한 가치 운운하는 고상한 대화의 주제가 되었을 책들이 비상상황이 되자 그저 불쏘시개로 전락해버리는 모습은 일견 책이라는 것의 무가치함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저자는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오히려 책이 가진 진정한 가치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대답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매년 한 권의 소설을 내고 있는 저자로서는 이제 이런 질문을 한 번쯤 해볼 만도 했나보다.

 

     좀 짧은 감이 있어 아쉬웠던 작품. 작가 특유의 말놀이를 좀 더 감상하고 싶은 느낌이 있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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