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공무원은 국가의 앞잡이들이고, 국가는 국민에게 시도 때도 없이 뻔 한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며, 사람의 불행은 이미 충분히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이 원하기 때문이라고 가르치는 최해갑. 그의 집 가훈은 ‘가지지 말고, 배우지 말자’였다. 그렇다고 어디서 사상교육을 받고 혁명을 꿈꾸는 운동권 출신도 아니다. 그저 힘 꽤나 쓰는 놈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힘없는 사람들을 건드리는 게 불쾌할 뿐이고, 그럴 때면 쫄기 보다는 한 번 대들어보기라도 해야 시원한 성격을 가진, 자생적 아나키스트라고 해야 하나.
이래저래 불만족스러운 도시를 떠나 고향인 외딴 섬으로 들어간 최해갑의 가족은, 그 섬을 개발한다며 사람들을 쫓아내고 자기 잇속을 챙기려는 국회의원 김하수와 그의 똘마니들에게 위협을 당한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처럼 무모한 도전이 될 것이 분명했지만, 해갑은 끝까지 가보기로 작정한다.
2. 감상평 。。。。。。。
코미디와 가족 드라마로 포장을 잘 했지만, 정치색이 짙게 묻어 있는 느낌이다. 딱히 부유하게 사는 것도 아니고, 직업도 분명치 않으면서도 뱃심 좋게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수가 틀리면 주먹부터 나가는, 말 그대로 독불장군이다. (무슨 돈으로 아이 세 명을 키우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끊임없이 술 사 먹을 돈은 어디선가 나오는지..) 미납된 세금과 공과금으로 압류까지 들어오자 미련 없이 외딴 섬으로 들어와 버려진 집을 고쳐서 살고, 맨몸으로 용역 깡패들과 맞서 싸우는 해갑의 모습은 처음부터 리얼리티보다는 뭔가를 말하려는 감독의 이상이 투영된 비현실적 존재였다.
그럼 감독이 말하려는 건 뭐였을까.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남쪽이 상징하는 자유, 현대사회의 이상향, 제도나 관습을 벗어나 이상향을 향해 떠나는 가족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인위적인 모든 질서들에서 벗어나야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자연주의를 반영한 영화인건가. 영화 속에서 이런 자연주의는 자연스럽게 아나키즘과 연결된다.
하지만 그런 최해갑의 모습을 보면서 딱히 대책이 없다고 느껴지는 건, 영화 속 말마따나 내가 세뇌 당했기 때문인 건가? 결국은 자신의 자녀들마저 버리고 배타고 자기 길을 떠나 버리는 해갑과 그의 아내 봉희의 모습은 자유를 찾아 떠나는 아름다운 뒷모습보다는 또 하나의 자기 생각에 빠져 가정마저 인위적으로 해체시켜버리려고 했던 어떤 이들이 떠오른다.
물론 강력한 불의와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모습은 신이 나기도 하고 절로 응원하게 된다. 하지만 저자의 배에 함께 올라타고 싶지는 않다. C. S. 루이스가 말했던 것처럼, 항해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능사는 아니다. 바른 방향과 능숙한 항해 기술이 없으면 망망대해에서 기름이 떨어진 채 떠돌기밖에 더 하겠는가.
주연을 맡은 김윤석의 연기는 역할에 잘 녹아들어갔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