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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혁명의 아버지, 호메이니 - 호메이니의 삶을 통해 본 이란 현대사
유달승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1. 요약
。。。。。。。
이란의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슬람 혁명을 통해 근대적인 ‘이슬람 공화국’을 건설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호메이니의 삶을 따라가면서
격동적이었던 이란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책이다. 실제로 이란에서 유학생활을 하기도 했던 저자는, 서구 중심의 이란이해나 평가에서 벗어나, 우리의
입장에서 이란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학술적으로도 의미 있는 책을
써냈다.
책은 물론 호메이니를 중심으로 쓰였으니 만큼 근현대사 위주이긴 하지만, 과거 없는 현대 이란인이 있을 수는 없는 법. 현재의 이란 지역에
존재했던 과거의 여러 왕조들의 성격과 영향들, 그리고 이슬람교 내부의 분화에 관해서도 함께 설명되어 있어서 이란이라는 나라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2. 감상평 。。。。。。。
저자가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해 거의 철저하게 ‘미국의 시각’으로만 봐왔던 것이 사실이다(11). 중동지방의 석유를
지배하려는 미국으로서는 자신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있는 이란이 못마땅하고,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이제 딱 하나의 카드,
전쟁만 남았다) 그들을 비난하고, 낙인찍고, 압박해왔는데, 그런 시각이 우리에게도 그대로 이식되어 왔던
것이다.
호메이니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시각이 적용되어 왔다. 이슬람교 성직자로서, 왕조를 무너뜨리고 공화정(물론 ‘이슬람공화국’이라는
정체政體는 서양의 공화정, 혹은 공화국과는 좀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을 수립한 혁명의 영웅이라는 이란 내부의 주류적 견해는 거의 알 바가
없었고, 강력한 반미주의자이자 독재자, 혹은 종교를 최우선에 두는 시대착오적인 인물 정도의 견해가 그나마 조금 관심이 있다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인식이
아니었을까.
이란 작가들이 쓴 책들이 우리나라에 직접 소개되는 일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직접 청춘의 한 시간을 그 땅에서 보냈던 한국 저자가 호메이니와
이란에 관한 책을 썼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호메이니에 대한 일방적인 찬사나 미화 대신, 제3자의
입장에서 그의 행적과 업적, 또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그의 한계와 실정(예컨대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과 처형) 등을 아우르며 책 한 권에
담아내고
있다.
꽤 재미있게 읽었고, 동양사와 서양사 사이에 주목받지 못했던 중앙아시아와 중동지방의 역사를 좀 더 알고 싶다는 궁금증이
생겼다.
참, 책은 이슬람교의 신을 ‘알라’라고 번역하는 대신 ‘하나님’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뭐 종교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나 비교종교학자들이
보기에는 두 이름이 별 차이가 없어 보이고, 사실 같은 것을 가리키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쉽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상당히
‘종교감수성’이 떨어지는 인식이다. ‘하나님’이라는 용어는 한국 개신교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표현이다. 최근 한국이슬람교 중앙회 같은 곳에서
‘알라’를 ‘하나님’으로 번역하고 있고, 아마도 이 책의 저자나 출판사도 그런 견해를 그대로 수용한 것 같은데, 점잖은 일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