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세 편의 독립된 단편이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영화. 죽음을 극심한 허기로 자신의 기억마저 먹어치우는 것으로 묘사하는 <허기>, 채식주의자인 정육점집 아들이 어린아이들을 죽이는 황소머리의 괴물(미노타우르스)를 물리치러 나선다는 내용의 <소고기를 좋아하세요?>, 흥행하지 못하는 영화감독들이 차례로 죽어나가고 마침내 자신의 차례가 돌아온 것을 깨달은 한 영화감독의 이야기 <1,000만>이 각각의 이야기다.

 

 

 

 

2. 감상평 。。。。。。。              

 

     기본적으로 단편영화들답게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모습이다. 두 번째 작품인 <소고기를 좋아하세요?>와 <1,000만>은 이런 성격이 특히나 강한 풍자물인데, 피가 튀는 약간 자극적인 영상을 담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육식에 대한 공포를 가진 소년이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와 영화 흥행에 대한 감독들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작품인 <허기>에 나타나는 중심 주제, 즉 죽어 귀신이 되면 배고픔으로 인해 자신의 기억을 먹어치운다는 것은 좀 다른 분위기를 담고 있는데, 주제의 발전을 이루기에는 시간이 좀 짧은 듯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안정적이다. 다만 추천 영화 목록에 넣기에는 뭔가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인다. 워낙에 20여분의 짧은 시간 안에 다 담으려다 보니 편집되어 잘려나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설명되지 않은 부분도 남아 있고.. 장편이 아닌 단편 영화의 숙명이기도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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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정신 지체를 안고 있지만 딸인 닐라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크리쉬나. 그와의 결혼을 위해 집에서 나온 아내 바누는 안타깝게도 닐라를 낳는 도중 산고로 죽음을 맞는다. 어느 날 바누의 여동생이 닐라와 크리쉬나를 알아보게 되고, 그녀의 가족은 닐라를 크리쉬나의 손에서 데려오기로 한다. 딸을 찾아 헤매는 크리쉬나를 돕기로 한 초보 변호사 아누라다는 정상인도 미친 사람으로 만든다는 전설적인 변호사 바쉬암과 한바탕 법정투쟁을 벌인다.

 

 

 

2. 감상평 。。。。。。。                  

 

     이야기의 기본 소재 자체는 흥미를 끌만한 요소들이 보인다. 어린 딸을 찾아 많은 고생을 하는 정신 지체를 가진 아빠, 그리고 숙련된 변호사와 초보 변호사 간의 법정 싸움, 부성애와 가족애, 그리고 귀여운 아역 배우의 연기 등등. 여기에 인도 영화 특유의 풍성한 음향과 이색적인 배경들까지.

 

     아쉬운 건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이다. 이야기의 진행을 이어주는 고리들이 허술해서 전체적으로 투박하게 전개되는 느낌이다. 게다가 주인공 크리쉬나의 부자연스러운 연기는 보는 내내 거슬린다. 여기에 사건의 중요한 축이었던 법정공방은 전혀 의외의 곳에서 싱겁게 끝나버렸다. 영화 마지막의 반전마저 빠졌더라면 정말 그저 그런 영화가 돼버릴 뻔 했다.

 

 

 

     법정 후면에, 보통 우리나라 교실로 치면 시계가 붙어 있을만한 곳에, 간디의 초상이 걸려 있는 게 인상적이다. 물론 최근에는 그의 삶의 개인적인 부분에서의 결함들이 밝혀지기도 하지만, 인도의 독립 과정에서 그리고 그 이후의 혼란한 정국에서 간디가 보여주었던 훌륭한 리더십과 식견은 좌우를 떠나서 그를 존경할만한 인물로 여기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법원에서 재판을 하는 내내 판사가 바로 쳐다볼 수 있는 위치에 그의 얼굴이 걸려 있었던 것이고. 이 나라엔 바로 그런 분이 없다는 것이, 아니 그런 분마저도 구닥다리의 이념 잣대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한심한 인간들이 주류라는 사실이 절망적인 거고.

 

     딸을 위해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크리쉬나의 모습이 멋지다. 부모란, 그런 거지. 간만에 본 따뜻해지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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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한 인생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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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자기 잘난 맛에 살며, 말할 때마다 다른 작가들을 인용하는 중견 작가 요셉. 그 자신은 온갖 쾌락을 탐닉하려 애쓰지만 정작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스스로를 고상한 척 예술가로 비춰지기 원하며 은유니 비유니 하는 것들을 입에 달고 사는 시니컬한 인물이다. 부인과는 별거상태로 신도시의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아가며, 부유한 유부녀인 도경을 비롯한 여러 여자들과 관계를 맺으며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그의 머릿속은 세상에 대한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하다.

 

     그런 요셉이 오랫동안 잊지 못하는 여인이 류였다. 외국에서 태어나 부모의 나라로 돌아온 그녀는 한때 요셉과 격정적인 사랑을 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던 터. 작가는 이 두 사람을 축으로 해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엮어낸다.

 

 

 

2. 감상평 。。。。。。。       

 

     소설은 사랑의 이야기다. 그것도 깨져버린 사랑의 이야기. 시종일관 냉소적인 요셉의 모습은 결국 류와의 관계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고(물론 요셉의 작가병에 필요한 비극적 사랑 이야기일지도 모르고), 류의 돌발적인 잠적과 붕 떠 있는 몽환적인 행동패턴은 그녀의 부모들의 깨진 사랑의 깊은 영향권 안에 있는 느낌이다. 요셉의 주변을 맴도는 도경과 이채는 그런 사랑의 파편만을 붙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허영심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인물들이고, 소설 속에서 유일하게 사랑에 대한 좀 다른 관점을 지니고 있는 듯 보이는 이안이라는 인물도, 잘 따져보면 철저하게 그 원칙에 충실한 것도 아니다.

 

     깨어진 사랑은 소설 속의 인물들은 그것을 극복해내기보다는 극복에 대한 교훈을 비웃고 포기해버린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요셉의 개똥철학이 어느 순간부터 지겨워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자신도 무슨 충실한 인생의 철학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그저 자신을 태우는 일밖에 하지 못하면서 자신이 인용하는 어구들이 마치 자기 자신의 수준을 높여주는 양 거드름만 피우고 있으니 말이다. 소설의 결말이 매우 궁금해졌었는데, 막상 마지막 장에 이르렀을 때에도 역시나 뭔가 맺어진 듯한 느낌이 없었다.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 인물 중 누구도 그러고 싶어 하지 않았으니까. 소설 속 요셉과 류는 전혀 다른 사고와 행동을 하는 것 같지만, 이런 면에서 보면 쌍둥이처럼 똑같다.

 

 

     내 경우엔 소설을 보는 이유가 다양한 인간들의 다양한 마음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 가장 크다. 그런데 이번 책은 그냥 작가 자신의 마음만을 읽어볼 수 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한 명의 작가가 쓰는 소설이니 그게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사랑과 고독에 관한 많은 통찰들이 난무하지만, 홍수 속의 기갈처럼 와 닿는 부분은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같이 촌스러운 독자가 보기엔 너무 고상한 교훈이 있었던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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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문단을 대표하는 천재적인 시인 이적요. 그를 늘 따라다니며 제자요 조수 역할을 하던 서지우는 최근 출간한 소설이 대대적인 히트를 하면서 최근 주가상승중이다. 어느 날 이적요의 집에 나타난 은교라는 여고생. 가정학대로 상처받고 적요에게서 치유를 받고자 하는 은교와, 그런 은교를 통해 자신의 늙음에 대한 극복을 기대하는 적요, 스승에 대한 존경과 자신에 대한 열등감 사이를 오고가며 은교를 빼앗고자 하는 지우. 이 묘한 삼각관계의 이야기.

 

 

 

2. 감상평 。。。。。。。              

 

     생각했던 것보다 잘 만들었다. 일단 주요 등장인물 세 명의 성격이 입체적이기 때문에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긴장감이 유지된다. 각각의 인물 하나하나에 몰입하면서 이야기를 따라 가게 되니 수준급의 연출이다. 물론 원작 이야기 자체가 탄탄한 것도 한 몫 했을 것이고.

 

     배우들의 연기도 역시 수준급. 김고은의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과 김무열의 점점 익어가는 실력, 그리고 박해일의 열연이다. 다만 박해일의 경우 원래의 그를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노인 연기가 조금 어색해보였다. 특히 아무리 흉내를 내려고 해도 음성은 쉽게 바꿀 수가 없는 거니까.

 

 

     연출과 연기와는 별도로 영화의 주제나 방향에 대해서는 좀 다른 평가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단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이슈가 되었던 노출장면. 당연히 관계자들은 필수적 운운하겠지만, 정말 그런 걸까? 적당히 홍보와 흥행을 위해 일부러 연출한 거라는 게 좀 더 정확하지 않을까? 여고생으로 출연하는 배우의 몸을 핥듯이 조명하는 반복적인 카메라 워크는 확실히 자극적인 영상을 강조하는 거였지 뭐. 굳이 그렇게 안했어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었는데 말이다.

 

     로리타 콤플렉스를 들먹이며 어린 여자의 몸에 대한 늙은 남자의 집착을 정상적이고 당연한 무엇으로 설명하려는 진화심리학적 관점 따위는 처음부터 불편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런 소리를 태연히 말하는 대담함도 놀랍고, 여성의 몸을 욕망의 대상으로만 보려는 그 철저한 남성우월주의적 시각도 참 보기 싫다. 물론 이 영화가 그런 시각만을 담고 있다고 평가절하 하는 건 좀 억울한 면이 있을테지만, 영화화 하면서 그런 시각이 부각되지 않았다고 하는 것도 거짓말이 아닐까.

 

 

     뭐..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탁월하다고까지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주말 오전 남자 혼자 보기엔 잘 맞지 않는 영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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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어떤 이유에서인지 죽은 자들의 세계로 느릿느릿 걸어가는 어떤 사람의 시선. 눈앞에 나타난 소년은 갑자기 자신을 프라프라라고 소개하면서, 그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고 말한다. 얼마 전 자살한 마코토라는 소년의 몸에 대신 들어가 일정 기간 동안의 수련을 잘 하면 좀 더 나은 세계의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는 것. 딱히 내키진 않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미션을 수행하러 마코토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아가게 된 마코토의 상황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사춘기의 소년이 혼자 극복해나가기엔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전생에 자신이 지은 죄를 깨달아야만 하는 마코토. 과연 알아낼 수 있을까.

 

 

 

2. 감상평 。。。。。。。           

 

     흥미로운 주제와 이야기 전개,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디테일한 그림체가 더해져서 어지간한 영화들보다 훨씬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 다른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 두 번째 삶을 살아가본다는 설정은 독특했고, 부적응자들이 만나 자연스럽게 서로를 치유해가는 모습은 삶의 의미까지 생각해 보도록 만든다.

 

 

     마코토처럼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요즘 영화의 내용에 깊은 공감이 된다. 살다보면 누구나 다 이런 저런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을 지니고 사는 거고, 그 문제들은 무슨 특별한 일이나 사람들을 만나야만 풀리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통해서 조금씩 해결되어 나가게 되는 거지. (문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런 ‘주변 사람들’이 점점 줄어간다는 점이다..;;)

 

     애니메이션이지만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는 좀 어려울 것 같다. 적어도 삶에 대해 고민을 해본 사람에게 좀 더 깊은 울림이 있을 것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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