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런던에서 살면서 주중에는 각자의 직장에서, 주말에는 외곽으로 나가 주말농장을 가꾸며 살아가고 있는 노부부 톰과 제리. 넉넉해 보이는 인상답게, 부부의 집에는 많은 친구들이 와서 함께 식사를 하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는 사랑방 같았다. 제리의 직장 동료인 메리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 젊은 시절 실패한 결혼에 대한 상처를 안고 있는 그녀는 자주 제리 부부의 집에 놀러와 시간을 보낸다.

 

     톰과 제리에게는 독립해 살고 있는 조라는 이름의 아들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조를 만난 메리의 태도가 심상치 않다. 어느 날 조가 여자 친구와 함께 부모님의 집에 들르고, 그 커플을 보는 메리의 심사는 왠지 뒤틀려 있다. 메리의 마음을 눈치 챈 제리는 조금씩 그녀와 소원해지기 시작하고...

 

 

2. 감상평 。。。。。。。              

 

     명품 연기들로 가득 찬 영화. 주요 등장인물들의 연령대가 높기도 하고 다들 수십 년 동안 연기생활을 해왔던 배우인 만큼, 과장하거나 무리한 연기 없이 그저 눈빛하나로도 작은 제스처로도 충분히 감정과 생각이 전해진다. 그 중에서도 친구의 아들을 마음에 담고 있는 메리 역을 맡은 레슬리 맨빌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전형적인 영국식 날씨와 배경이 더해지면서 이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영화의 전반을 감싸고 있는 중심 주제는 외로움이다. 메리는 두말할 나위가 없고, 톰의 친구 켄이나 톰의 형, 조카, 심지어 행복해 보이는 톰과 제리 부부에게 있어서도 이 외로움의 자국들은 공통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감독은 그 이유를 ‘나이’, 혹은 ‘늙어감’에서 찾는 것 같다. 결국 모두가 늙어가면서 서서히 주변 사람들을 잃어버리게 되어 가는 게 아니냐는 것. 이렇게 영화를 읽을 때 영화의 원제인 Another Year는 늙어가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또 다른 시간들, 결국엔 누구도 그들의 삶에 신경써주지 않는 시간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속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건 아직 젊은 조와 여자 친구인 케이트 커플이라는 것도 이런 설명을 지지해준다.

 

     외로움은 쉽게 침묵으로 변한다. 영화가 시종일관 조용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메리의 수다는 이와는 좀 다르게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녀의 행동 역시 자신의 외로움을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 위로받고 싶어 하는 심리의 표출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친구의 아들에 대한 묘한 감정은 늙은이의 주책이 아니라, 젊음에 대한 미련과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슬픔의 또 다른 표현인지도 모른다. 메리의 감정은 노골적이고 성애적인 게 아니라 십대의 소녀가 같은 반 남자 아이를 멀리서 좋아하는 그런 감정과 좀 더 닮아 있다. 이런 부분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은교와는 좀 차이가 있다. 은교 속 이적요는 소녀와 섹스를 하고 싶다는 욕정을 미사여구를 동원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표출해야만 직성이 풀렸지만, 이 영화의 메리는 그냥 마음에 품을 뿐이다.

 

     영화는 나이 듦과 외로움을 그냥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기만 한다. 이 상실은 순리이니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아니겠느냐고 자조하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현실이 그다지 녹록하지 않은 것은 알지만, 조금 더 나아간 무엇을 보여줄 수는 없었던 걸까.

 

     조금은 안쓰럽고, 또 조금은 쓸쓸하기도 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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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20여 년 동안 스웨덴 정보기관에서 일해 온 해밀턴. 무기밀매조직에 잠입해 거래현장에 있었던 해밀턴은 가까스로 혼자만 살아나오게 되고, 죄책감에 시달리던 중 실수로 여자 친구마저 죽이고 만다. 일을 그만두려 하는 그에게 정보부는 국가를 위해 한 번 더 임무를 맡아줄 것을 요구하고, 결국 이를 받아들인다.

 

 

     해밀턴이 잠입했던 무기거래 현장에 갑자기 나타나서 무기를 탈취해간 조직은 섹트라곤. 아프리카에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미국과 손을 잡고 지역의 테러조직에게 무기를 넘겨주던 그들의 손에서 요인들을 구출하고 에티오피아 총리를 살해하려는 음모를 막아내는 것이 그의 새로운 임무였다.  

 

 

2. 감상평 。。。。。。。               

 

     제임스 본드 류의 첩보물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는데, 기발한 트릭이나 장치보다는 액션이 좀 더 강조돼 약간은 거친 느낌의 영화다. 날아오는 총알들을 한 발도 맞지 않고 잘 피해 다니면서 적들은 단 번에 제압하는 등 전형적인 히어로를 떠올리게 만드는 부분도 있지만, 영화의 핵심은 그보단 다른 곳에 있다.

 

     영화 속에서 무기를 강탈하고 이를 아프리카의 테러리스트들에게 판매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섹트라곤은 어지간한 국가의 수상까지도 얼마든지 암살해버릴 수 있고, 원하는 사람이라면 CIA에 요청해 당장 테러리스트 목록에 올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초국가적 집단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몇 년마다 선거로 정치권력이 바뀔 수 있는데 반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개별국가를 뛰어넘는 막대한 권력을 소유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 특히 군수산업계를 겨냥한 부분이다. 굉장히 중요한 소재이기도 했는데, 아쉽게도 해밀턴은 은퇴할 때가 가까워서인지 그저 눈앞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만 전념하느라 큰 그림까지는 보지 못한다. 영화의 스케일이 아쉬운 부분.

 

     전체적으로 영화에 부수적인 것들이 많은 느낌이다. 좀 자르고 털어내고 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니 줄거리를 일관되게 요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가지들이 많았다. 다행이 중심 내용은 정리가 된 듯하나 여전히 충분히 풀어내지 못한, 그리고 마무리되지 않은 이야기들도 당연히 남아 있고.

 

     액션 장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괜찮은 느낌으로 볼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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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세 편의 독립된 단편이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영화. 죽음을 극심한 허기로 자신의 기억마저 먹어치우는 것으로 묘사하는 <허기>, 채식주의자인 정육점집 아들이 어린아이들을 죽이는 황소머리의 괴물(미노타우르스)를 물리치러 나선다는 내용의 <소고기를 좋아하세요?>, 흥행하지 못하는 영화감독들이 차례로 죽어나가고 마침내 자신의 차례가 돌아온 것을 깨달은 한 영화감독의 이야기 <1,000만>이 각각의 이야기다.

 

 

 

 

2. 감상평 。。。。。。。              

 

     기본적으로 단편영화들답게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모습이다. 두 번째 작품인 <소고기를 좋아하세요?>와 <1,000만>은 이런 성격이 특히나 강한 풍자물인데, 피가 튀는 약간 자극적인 영상을 담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육식에 대한 공포를 가진 소년이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와 영화 흥행에 대한 감독들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작품인 <허기>에 나타나는 중심 주제, 즉 죽어 귀신이 되면 배고픔으로 인해 자신의 기억을 먹어치운다는 것은 좀 다른 분위기를 담고 있는데, 주제의 발전을 이루기에는 시간이 좀 짧은 듯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안정적이다. 다만 추천 영화 목록에 넣기에는 뭔가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인다. 워낙에 20여분의 짧은 시간 안에 다 담으려다 보니 편집되어 잘려나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설명되지 않은 부분도 남아 있고.. 장편이 아닌 단편 영화의 숙명이기도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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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정신 지체를 안고 있지만 딸인 닐라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크리쉬나. 그와의 결혼을 위해 집에서 나온 아내 바누는 안타깝게도 닐라를 낳는 도중 산고로 죽음을 맞는다. 어느 날 바누의 여동생이 닐라와 크리쉬나를 알아보게 되고, 그녀의 가족은 닐라를 크리쉬나의 손에서 데려오기로 한다. 딸을 찾아 헤매는 크리쉬나를 돕기로 한 초보 변호사 아누라다는 정상인도 미친 사람으로 만든다는 전설적인 변호사 바쉬암과 한바탕 법정투쟁을 벌인다.

 

 

 

2. 감상평 。。。。。。。                  

 

     이야기의 기본 소재 자체는 흥미를 끌만한 요소들이 보인다. 어린 딸을 찾아 많은 고생을 하는 정신 지체를 가진 아빠, 그리고 숙련된 변호사와 초보 변호사 간의 법정 싸움, 부성애와 가족애, 그리고 귀여운 아역 배우의 연기 등등. 여기에 인도 영화 특유의 풍성한 음향과 이색적인 배경들까지.

 

     아쉬운 건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이다. 이야기의 진행을 이어주는 고리들이 허술해서 전체적으로 투박하게 전개되는 느낌이다. 게다가 주인공 크리쉬나의 부자연스러운 연기는 보는 내내 거슬린다. 여기에 사건의 중요한 축이었던 법정공방은 전혀 의외의 곳에서 싱겁게 끝나버렸다. 영화 마지막의 반전마저 빠졌더라면 정말 그저 그런 영화가 돼버릴 뻔 했다.

 

 

 

     법정 후면에, 보통 우리나라 교실로 치면 시계가 붙어 있을만한 곳에, 간디의 초상이 걸려 있는 게 인상적이다. 물론 최근에는 그의 삶의 개인적인 부분에서의 결함들이 밝혀지기도 하지만, 인도의 독립 과정에서 그리고 그 이후의 혼란한 정국에서 간디가 보여주었던 훌륭한 리더십과 식견은 좌우를 떠나서 그를 존경할만한 인물로 여기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법원에서 재판을 하는 내내 판사가 바로 쳐다볼 수 있는 위치에 그의 얼굴이 걸려 있었던 것이고. 이 나라엔 바로 그런 분이 없다는 것이, 아니 그런 분마저도 구닥다리의 이념 잣대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한심한 인간들이 주류라는 사실이 절망적인 거고.

 

     딸을 위해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크리쉬나의 모습이 멋지다. 부모란, 그런 거지. 간만에 본 따뜻해지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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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한 인생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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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자기 잘난 맛에 살며, 말할 때마다 다른 작가들을 인용하는 중견 작가 요셉. 그 자신은 온갖 쾌락을 탐닉하려 애쓰지만 정작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스스로를 고상한 척 예술가로 비춰지기 원하며 은유니 비유니 하는 것들을 입에 달고 사는 시니컬한 인물이다. 부인과는 별거상태로 신도시의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아가며, 부유한 유부녀인 도경을 비롯한 여러 여자들과 관계를 맺으며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그의 머릿속은 세상에 대한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하다.

 

     그런 요셉이 오랫동안 잊지 못하는 여인이 류였다. 외국에서 태어나 부모의 나라로 돌아온 그녀는 한때 요셉과 격정적인 사랑을 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던 터. 작가는 이 두 사람을 축으로 해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엮어낸다.

 

 

 

2. 감상평 。。。。。。。       

 

     소설은 사랑의 이야기다. 그것도 깨져버린 사랑의 이야기. 시종일관 냉소적인 요셉의 모습은 결국 류와의 관계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고(물론 요셉의 작가병에 필요한 비극적 사랑 이야기일지도 모르고), 류의 돌발적인 잠적과 붕 떠 있는 몽환적인 행동패턴은 그녀의 부모들의 깨진 사랑의 깊은 영향권 안에 있는 느낌이다. 요셉의 주변을 맴도는 도경과 이채는 그런 사랑의 파편만을 붙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허영심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인물들이고, 소설 속에서 유일하게 사랑에 대한 좀 다른 관점을 지니고 있는 듯 보이는 이안이라는 인물도, 잘 따져보면 철저하게 그 원칙에 충실한 것도 아니다.

 

     깨어진 사랑은 소설 속의 인물들은 그것을 극복해내기보다는 극복에 대한 교훈을 비웃고 포기해버린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요셉의 개똥철학이 어느 순간부터 지겨워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자신도 무슨 충실한 인생의 철학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그저 자신을 태우는 일밖에 하지 못하면서 자신이 인용하는 어구들이 마치 자기 자신의 수준을 높여주는 양 거드름만 피우고 있으니 말이다. 소설의 결말이 매우 궁금해졌었는데, 막상 마지막 장에 이르렀을 때에도 역시나 뭔가 맺어진 듯한 느낌이 없었다.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 인물 중 누구도 그러고 싶어 하지 않았으니까. 소설 속 요셉과 류는 전혀 다른 사고와 행동을 하는 것 같지만, 이런 면에서 보면 쌍둥이처럼 똑같다.

 

 

     내 경우엔 소설을 보는 이유가 다양한 인간들의 다양한 마음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 가장 크다. 그런데 이번 책은 그냥 작가 자신의 마음만을 읽어볼 수 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한 명의 작가가 쓰는 소설이니 그게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사랑과 고독에 관한 많은 통찰들이 난무하지만, 홍수 속의 기갈처럼 와 닿는 부분은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같이 촌스러운 독자가 보기엔 너무 고상한 교훈이 있었던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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