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를 생각한다 - 프레시안 긴급 기획, 안철수 루트 따라가 보기
프레시안 기획, 전홍기혜.강양구 엮음 / 알렙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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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인터넷 신문인 프레시안에서 유력한 대선후보인 안철수 교수(이 책이 나올 때까지는 아직 출마선언이 안 됐으니 이렇게 부르는 게 맞을 듯)와 안철수 현상에 관해 다양한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안철수 현상이 함의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안철수 교수의 책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그의 정책 비전에 대한 평가, 약점, 그리고 향후 대선 과정에 대한 예측 등이 여러 전문가들과 일반인들의 입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2. 감상평 。。。。。。。   

 

     안철수 (이제는) 후보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담아낸 책이다. 당연히 좋은 소리만 잔뜩 늘어놓은 찬양 일색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덮어놓고 매도하고 비난하는 해로운 선동꾼들의 생각이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어느 정도 중립적인 평가, 혹은 기대 등을 모아보자고 했던 의도인 것 같은데, 절반쯤 성공을 하지 않았나 싶다. 각각의 장을 읽어 나가면서 약간은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고, 자칭 진보주의자들이 가끔 보여주는 밑도 끝도 없는 지적질도 언뜻 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전문가들은 어떻게든 안철수, 혹은 안철수 현상을 앞서 일어났던 정치적 사건이나 현상들과 (일부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무엇으로 항목화 하고 그 기준에서 비판과 평가를 하려 하지만, 좀 덜 전문적인 사람들의 경우 그 반대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업계’에 종사하는 기자나 평론가들은 안철수가 이전의 전형적인 공식을 따르지 않는 점이 보이면 비판을 가하지만, 일반인들은 바로 그 때문에 그를 지지하고 그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바닥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안철수가 진보와 보수 같은 이념성향에 따른 구분과 대립을 강하게 비판하면 정치를 모른다느니 하며 비판을 하기 시작한다. 왜? 그러면 자기들이 펜대를 휘두를 여지가 사라져버리니까. 비판을 하던 뭘 하던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자신들이 가진 기준을 웃기는 것이라고 치부해버리니, 마치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처럼 이 부분에서 화를 내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안철수 ‘이념 무용론’의 함정”) 정말로 안철수가 이념의 존재나 역할, 기능에 대해 이해가 부족해서 그렇게 말한 걸까? 끽해야 책 몇 권과 몇 마디 말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드러난 것들을 보고 그렇게 하는 것 같은데(물론 이 부분은 안 교수가 대선 후보로 나오면서 너무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는 비판의 요소가 될 수도 있겠으나, 잘 생각해 보면 박근혜나 문재인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건 또 뭐 얼마나 많은가), 그냥 끼워 맞추기, 침소봉대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다양한 글들을 모아 한데 엮은 책이니 만큼 책 속에서도 약간은 다른 온도와 입장을 가지고 있는 글들이 충돌하기도 한다. 앞서 인용한 챕터에서 김제완은 진보와 보수 같은 불명확한 이념성향을 가지고 싸우는 게 적절치 않다는 안 교수의 말을 ‘정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공격하지만, 또 다른 곳(“안철수 현상은 한국 정치 양날의 칼이다”)에서 김윤태는 ‘파벌, 진영, 정당의 경계를 뛰어넘어 국민을 통합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뭐 어쩌라는 건지.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정치평론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누가 되더라도 이 나라에 혁명적인 발전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혁명적인 퇴보만큼은 일어나선 안 될 테니까. 대통령의 권한이 크기도 하고, 제한도 많긴 하지만, 어쨌든 확실한 건 대통령 한 명이 국가 발전을 상당하게 지체시킬 수 있다는 것만큼은 지난 5년여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으니,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투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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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은 응답하라 - 정치에 속고 자본에 털린 당신
톰 하트만 지음, 한상연 옮김 / 부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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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저자는 건국 당시부터 모든 시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규정해 온 미국이라는 나라가 보수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기업귀족들의 사기로 인해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나 레이건 정부 이후의 공화당 정책의 초점은 한결같이 안정된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정치적인 의사집단으로 대두되어 온 중산층의 삶을 파괴하는 방향에 맞춰져 있으며, 그 이유는 소수의 거대재벌들이 정부의 의사결정에 좀 더 지배적인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라는 것. 책은 민주주의란 안정적인 중산층이 존재할 때만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경제와 정치의 상관관계를 강조한다.

 

 

 

2. 감상평 。。。。。。。   

 

     자주 가는 도서관 신착도서 코너에 있기에 눈에 띄어 집어 온 책.

 

 

     책 속에 등장하는 미국 공화당과 이를 뒤쫓는 일부 민주당 인사들의 행태는 한국의 그것과 딱히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소수의 재벌기업 오너(사실 이 말도 웃기는 게 정작 이런 이름으로 불리는 인사들의 주식 소유 지분은 한 줌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에게 편중된 온갖 특권과 변칙적 법 제정과 집행은 대놓고 부정하기 어려운 지경이니까.(대기업 회장들은 아무리 죄를 지어도 휠체어 타고 검찰 몇 번 다녀오고 교도소 특실에서 조금 쉬다보면 금방 나올뿐더러, 심지어 얼마 후에는 사면까지 받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되어 버린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이런 행태들이 결국 민주주의의 실제적인 부정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자칭 보수주의자들(이게 모든 정치적 보수주의자들을 비난하는 표현은 아니다)은 국민들의 눈을 속이며 차근차근 정부의 부와 권력(모두 국민들로부터 나온)을 민간 기업들에게 넘겨주고 있다는 것.

 

     책 속에 등장하는 한 연구 결과가 흥미롭다.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1972~2001년 사이 30년 동안 미국의 소득 수준 상위 10%의 실질소득은 34% 증가했다. 그런데 이 구간을 좀 더 세분화 해보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같은 기간 상위 1%의 소득은 87%가 증가했고, 0.1%는 181% 증가했으며, 0.01%의 소득은 497%가 증가했다. 전체적인 부의 양이 증가했을지는 모르지만, 그 대부분은 아주 소수의 손에 들어가고 있다는 지적. 매년 경제지표를 발표하면서 대한민국이 발전하고 부유해져왔다고 홍보하는 정부 당국자들의 발표와는 달리 갈수록 먹고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대다수의 중산층들의 하소연이 이해가 되는 부분.

 

 

     책은 이런 상황들을 열거하면서 좀 더 옳은 방향으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왜’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답이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아마도 이 상황이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가장 저자의 의도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명분으로 싸우기로 일어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진 않다. 좀 더 와 닿는 이야기로는 이대로는 점점 가난해져갈 뿐이니 일어나서 너희 것을 찾으라고 말하거나, 헌법에 어긋나는 일이니 바꿔야 한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도 역시 임의성이 강하니 모든 것을 걸고 일어나 나서야 할 충분한 명분이 될지, 그리고 기층까지 미치는 실제적인 반향을 일으킬 수 있지는 모르겠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이 어떤 비전을 그려낼 수 있을까.

 

     아, 그리고 저자가 미국인이라는 걸 감안해도 미국 건국 ‘신화’를 너무 낭만적으로 (그것도 꽤나 많은 지면을 사용해서) 그리는 건 아닌지 싶은 생각도 들고.(이건 뭐 괜한 트집일 수도 있고)

 

 

     언제나 진실을 알아내는 것보다 감추는 게 더 쉬운 게 안타깝다. 뭐, 감추려는 사람은 분명한 이익이 눈에 보이니까 돈도 들이고 시간도 들이면서 즐겁게 해내겠지만, 이미 감춰진 걸 드러내기 위해선 당장 이익이 보이지 않아도 찾아서 읽고, 듣고, 배워야 하는 거니까. 얼마 안 남은 대선만이 아니라 몇 년마다 반복되는 각종 선거는 진실을 감추려는 사람들을 제지하고 심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좀처럼 세상이 변하지 않는 건 누군가의 부지런함 때문일까,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의 게으름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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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
클레이 셔키 지음, 송연석 옮김 / 갤리온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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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 이전에는 대기업이나 국가 권력을 상대로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려웠던 ‘평범한 개인들’이 모이고 조직되더니 힘을 행사하기도 한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는 시민들이 잇따라 독재권력들을 무너뜨렸고, 종종 개별 국가보다 더 넓은 범위에 퍼져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거대 기업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여 요구조건을 얻어내기도 한다. 위키피디아라(사용자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온라인 백과사전)이나 리눅스라는 컴퓨터 운영체계는 일부러 조직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힘이 어떤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저자는 바로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러한 현상들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되는 사회로 접어들게 되었으며, 기업이나 조직을 운영하는 기존의 방식은 자체유지비용의 증가로 인해 이런 새로운 물결을 궁극적으로 당해낼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저자는 이 새로운 방식이 어떤 모양으로 나타나고 있는지를 실제 예들을 동원해 길게 설명하고, 그것이 움직이는 메커니즘(약속-도구-합의)을 분석한 후, 이 새로운 변화에 저항하기보다는(어차피 불가능하니까)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적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2. 감상평 。。。。。。。        

 

     대중에 관한 고전적인 설명 중 하나는 딱히 고상한 취미 없이 일이 끝나면 그저 텔레비전 앞에 앉아 시간이나 때우는, 복잡한 문제에 관해 스스로 생각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해 주는 말을 그냥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있다.(지금도 이 나라의 어떤 집단은 좀비 운운하며 이런 케케묵은 낡은 관점을 떠벌리고 다니고 있고) 이 책은 그런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분석하고, 그들에 대한 오해를 지적하고 설명한다.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도구들은 이제 널리 퍼져서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가 되었는데, 바로 그렇게 새로운 기술이 더 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시점에서 진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변화는 이제 추진력을 얻었고, 맹렬하게 그것이 가지고 있는 연료를 태우며 날아가기 시작해버렸다. 일종의 전환기가 전 세계적으로는 최근 20여년 내에 (아마 우리나라의 경우는 10여년 내에) 시작된 것인데, 앨빈 토플러가 ‘부의 미래’에서 예상했던 내용들과도 일맥상통해 보인다.

 

     유력 정당에서 각종 선거의 후보를 뽑는 데 모바일 투표를 이용하게 된 것도 그런 예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정당이나 기업과 같은 고전적인 조직들은 여전히 조직의 유지 자체에 많은 힘을 기울이느라 새로운 기술들이 가지고 있는 기능 자체에만 주목할 뿐, 그것이 가지고 있는 확장적 의미와 힘까지는 생각하지 못하는 걸로 보이지만. 앞으로 바로 이 부분을 제대로 잡아 이용하는 쪽이 확실히 성공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물론 이 새로운 변화가 어느 방향으로 날아가게 될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책에서 언급된 위키피디아나 리눅스 같이 자체정화 능력을 보여주는 집단 창작물이 될 수도 있지만, 여전히 각종 범죄를 공모하거나 다른 이들을 괴롭히는 데 사용될 수도 있는 가능성은 남아 있는 거니까. 인류가 가지고 있는 악의(惡意)의 깊음과 넓음은 늘 예측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곤 했다.

 

     흥미로운 책이다. 조직을 운영하거나 이끌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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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한 스푼 - 그리고 질문 하나
우석훈 지음 / 레디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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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FTA는 무조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정확히 뭐가 도움이 되는 건지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통상교섭본부를 비롯한 외교부 관리들과 정치인들을 향한 우석훈의 통렬한 반박. FTA만 체결하면 금방이라도 수출이 늘어 좋고, 수입품들의 가격은 내려가서 이익이 된다며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도 되는 양 설레발을 치던 그게, 실은 수 십 조의 무역적자를 일으키고, 사실상 이익은 양국의 국민들이 아닌 대부분 다국적 기업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대단한 사기극임을 저자는 지적한다. 여기에 FTA란 게 정부가 광고해대는 것만큼 일반적이거나 널리 퍼진 국제조약의 형태도 아니라는 게 저자의 설명.

 

     모든 FTA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도움이 되지 않는 FTA에 반대한다는 저자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FTA 광신의 근원지를 한건주의에 매몰돼 국회나 청와대의 통제로부터도 벗어나 있는 통상교섭본부의 전횡과,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면서, 도대체 뭐가 이익이 되는지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데도 무조건 많은 FTA가 나라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교리만 반복하는 무책임한(그리고 무능한) 정치인들(여기에는 노무현,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공히 양당의 정치인들이 모두 포함된다)로 꼽는다.

 

 

2. 감상평 。。。。。。。        

 

     왜 찬성을 하고 반대를 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일반 국민들이야 정치인들이 형성해 놓은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 데 익숙하니까.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일을 왜 정권이 바뀌니 반대를 하는지도 잘은 몰랐고, 또 시종일관 덮어놓고 찬성을 하는 쪽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도움이 되는 건지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고 있었다. 체결된 FTA를 폐기까지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던데 그건 좀 과한 주장은 아닌가 하는 염려도 내심 좀 있었고.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책을 다 읽었을 때쯤 들었던 느낌. 아, 난 그동안 속았구나.

 

     책을 읽으면서 우선 국가의 운명이나 걸린 것처럼 난리를 쳤던 이 조약이 사실은 빈 깡통 같은, 결과적으로 이익을 보는 국민(한국은 물론 미국 역시)은 별로 없고 다국적기업들만 대단한 미래 소득을 보장받는 대단히 치졸한 조약이라는 데 놀랐다. 국가에서 실시한(그래서 대단히 정부 측 의도에 맞춘) 연구에서조차 미국과의 FTA로 인해 수 십 조의 무역적자가 예상된다는 결과를 내놨는데, 도대체 누가 이득을 본다는 것인지. 게다가 폐기하면 당장에라도 무슨 큰일이나 일어날 것처럼 위협을 해오고 있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그저 하나의 통상조약일 뿐, 폐기하는 것이 법적으로도, 또 사실상 정치적이나 경제적으로도 큰 피해가 예상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권한도 없는 일개 ‘본부’가 국익을 희생시키면서까지 한 건을 올리는 데 집중했고, 그 결과로 한 명은 삼성으로, 또 다른 한 명은 국회로 들어가게 되었다는 대목에서는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고.

 

 

     유물론적 환원주의가 진리로 받아들여지면서 처음부터 이런 일들은 예상되는 일이었다. 모든 걸 물질로 바꾸어 계산하는 것이 정설로 인정받는 이상, 한쪽의 손해를 다른 쪽의 이익으로 메울 수 있다는 주장도 정당성을 얻게 되는 거니까. 물론, 그나마 전체적인 합 또한 마이너스라는 게 이번 FTA의 어이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을 숫자로 환원시키는 것이 경제학의 특성이라고는 하지만, 바로 그 특성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종종 대단히 잔인해지면서도 아무런 느낌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되기도 한다.

 

     우석훈이 마음에 드는 건 그런 숫자 놀음 가운데서도 ‘사람’에 대해 고민하려는 노력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FTA로 인해 가장 피해를 입을 사람들을 열거하면서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전작인 『촌놈들의 제국주의』에서도 ‘국익’과 같은 도움 안 되는 말보단 사랑이나 평화와 같은 좀 더 유익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심지어 『디버블링』에선 ‘사랑한다, 그 말을 잃어버린 경제, 그건 경제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선언하고 있으니 확실히 좀 다른 경제학자가 아닌가.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내용 좀 알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심지어 대통령이나 유력 대선주자들도) 거의 없다는 사실은 어이가 없다. 다가올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들을 향해 ‘당신의 통상정책은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져보라는 저자의 제안은 곱씹어 볼만하다. 최근 FTA를 체결했으니 폐기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밝혔던 안철수 교수에게도 한 번 권해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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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쇼크 - 고령화, 쇼크인가 축복인가
테드 피시먼 지음, 안세민 옮김 / 반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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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고령화 문제. 이 책은 전 지구 차원에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라는 주제에 대해 다양한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다. 흔히 노인연금이나 복지예산에만 국한되는 제한적인 문제 정도로 여기던 이 주제가 실은 국가의 잠재적인 성장여력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고, 산업구조를 변경시키기도 하고, 국가 내 - 국가 간의 거대한 인구이동을 초래하기도 하는 큰 여파를 일으키는가 하면, 당장의 부동산 가격을 높이는 일 같은 미시적인 일들의 먼 원인이기도 한 핵심적 키워드라는 것이 이 책의 중심 내용.

 

 

2. 감상평 。。。。。。。       

 

     책 제목대로 고령화 문제는 일종의 ‘쇼크’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특히나 세계화가 어느 정도 완성되어버린 지금의 상황에서 일본, 중국, 미국과 스페인 같은 나라들에서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고령화는 더 이상 개개 국가 차원의 문제라고만 할 수 없게 되었다. 경제적인 차원은 물론 사회 구조차원의 문제이기도 하고, 이미 사람들의 인식 차원에서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강하게 들었던 느낌은, 이 충격은 사람들이 쉽게 제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문제가 시작된 것은 꽤 되었는데, 그리고 이미 그 충격을 정면에서 맞고 있는 이들도 있는데, 문제에 진지하게 대처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어차피 개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거고, 남은 건 정부 차원과 국제 사회의 협력인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돈이 드니 애써 그냥 무시하며 버틸 때까지 늦추고 있는 형국이다. 수십 년 내로 아주 엄청난 일들이 예상되는데, 뭐 그 때까지 최대한 땡겨 놓으면 그만이라는 걸까.

 

     물론 책은 고령화를 단순히 모든 문제의 피할 수 없는 원인으로 결정하지는 않는다.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노후를 보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플로리다 주의 풍경들은 나이를 먹어도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나아가 저자는 반복적으로 시간은 소중하며 하루하루를 좀 더 보람있게 보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제껏 사람들은 오래 사는 것에만 관심을 두어왔다. 그동안 발전한 의료기술과 많은 약들은 사람들의 생명을 좀 더 늘리는 데 집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그렇게 복으로만 여겨졌던 ‘장수’가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쇼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이 책이 결론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점이다. 물론 미리미리 주의를 기울여 준비함으로써 어느 정도 그 충격을 완화시킬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이 소비지향주의적 문화를 바꾸지 않는다면 결국엔 모두가 이 해일 앞에 서게 될 것 같다. 이거 뭐 기대해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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