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한 스푼 - 그리고 질문 하나
우석훈 지음 / 레디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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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FTA는 무조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정확히 뭐가 도움이 되는 건지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통상교섭본부를 비롯한 외교부 관리들과 정치인들을 향한 우석훈의 통렬한 반박. FTA만 체결하면 금방이라도 수출이 늘어 좋고, 수입품들의 가격은 내려가서 이익이 된다며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도 되는 양 설레발을 치던 그게, 실은 수 십 조의 무역적자를 일으키고, 사실상 이익은 양국의 국민들이 아닌 대부분 다국적 기업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대단한 사기극임을 저자는 지적한다. 여기에 FTA란 게 정부가 광고해대는 것만큼 일반적이거나 널리 퍼진 국제조약의 형태도 아니라는 게 저자의 설명.

 

     모든 FTA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도움이 되지 않는 FTA에 반대한다는 저자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FTA 광신의 근원지를 한건주의에 매몰돼 국회나 청와대의 통제로부터도 벗어나 있는 통상교섭본부의 전횡과,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면서, 도대체 뭐가 이익이 되는지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데도 무조건 많은 FTA가 나라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교리만 반복하는 무책임한(그리고 무능한) 정치인들(여기에는 노무현,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공히 양당의 정치인들이 모두 포함된다)로 꼽는다.

 

 

2. 감상평 。。。。。。。        

 

     왜 찬성을 하고 반대를 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일반 국민들이야 정치인들이 형성해 놓은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 데 익숙하니까.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일을 왜 정권이 바뀌니 반대를 하는지도 잘은 몰랐고, 또 시종일관 덮어놓고 찬성을 하는 쪽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도움이 되는 건지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고 있었다. 체결된 FTA를 폐기까지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던데 그건 좀 과한 주장은 아닌가 하는 염려도 내심 좀 있었고.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책을 다 읽었을 때쯤 들었던 느낌. 아, 난 그동안 속았구나.

 

     책을 읽으면서 우선 국가의 운명이나 걸린 것처럼 난리를 쳤던 이 조약이 사실은 빈 깡통 같은, 결과적으로 이익을 보는 국민(한국은 물론 미국 역시)은 별로 없고 다국적기업들만 대단한 미래 소득을 보장받는 대단히 치졸한 조약이라는 데 놀랐다. 국가에서 실시한(그래서 대단히 정부 측 의도에 맞춘) 연구에서조차 미국과의 FTA로 인해 수 십 조의 무역적자가 예상된다는 결과를 내놨는데, 도대체 누가 이득을 본다는 것인지. 게다가 폐기하면 당장에라도 무슨 큰일이나 일어날 것처럼 위협을 해오고 있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그저 하나의 통상조약일 뿐, 폐기하는 것이 법적으로도, 또 사실상 정치적이나 경제적으로도 큰 피해가 예상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권한도 없는 일개 ‘본부’가 국익을 희생시키면서까지 한 건을 올리는 데 집중했고, 그 결과로 한 명은 삼성으로, 또 다른 한 명은 국회로 들어가게 되었다는 대목에서는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고.

 

 

     유물론적 환원주의가 진리로 받아들여지면서 처음부터 이런 일들은 예상되는 일이었다. 모든 걸 물질로 바꾸어 계산하는 것이 정설로 인정받는 이상, 한쪽의 손해를 다른 쪽의 이익으로 메울 수 있다는 주장도 정당성을 얻게 되는 거니까. 물론, 그나마 전체적인 합 또한 마이너스라는 게 이번 FTA의 어이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을 숫자로 환원시키는 것이 경제학의 특성이라고는 하지만, 바로 그 특성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종종 대단히 잔인해지면서도 아무런 느낌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되기도 한다.

 

     우석훈이 마음에 드는 건 그런 숫자 놀음 가운데서도 ‘사람’에 대해 고민하려는 노력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FTA로 인해 가장 피해를 입을 사람들을 열거하면서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전작인 『촌놈들의 제국주의』에서도 ‘국익’과 같은 도움 안 되는 말보단 사랑이나 평화와 같은 좀 더 유익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심지어 『디버블링』에선 ‘사랑한다, 그 말을 잃어버린 경제, 그건 경제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선언하고 있으니 확실히 좀 다른 경제학자가 아닌가.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내용 좀 알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심지어 대통령이나 유력 대선주자들도) 거의 없다는 사실은 어이가 없다. 다가올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들을 향해 ‘당신의 통상정책은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져보라는 저자의 제안은 곱씹어 볼만하다. 최근 FTA를 체결했으니 폐기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밝혔던 안철수 교수에게도 한 번 권해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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