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패배자 - 한 권으로 읽는 인간 패배의 역사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 을유문화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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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제목처럼 승리자,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패배한 사람,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실패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담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 저자는 그 중에서도 안타깝게 패배했거나,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가 몰락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중심으로 뽑아 책을 엮었다.

 

 

2. 감상평 。。。。。。。      

 

     역사에 기록된 수많은 승리자들의 뒤에는 그보다 몇 배는 많은 패배자들, 혹은 실패자들이 있었다. 당연히 그들 대부분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당연히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만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고, 꿈을 꾸고, 종종 영웅시하기도 한다. 성공이 옳은 것이 되어버린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우선 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별로 남아 있지도 않고, 당연히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도 어려우니까. 이런 차원에서 패배자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성공을 숭배하는 분별없는 가치판단을 한 번쯤은 재고해 볼 수 있게 해 주니까.

 

     다만 책이 그런 의도를 충분히 살려내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약간 회의적이다. 앞서 요약부분에서도 언급했듯이 어차피 모든 패배자들의 이야기를 담기에는 불가능한 이상 필연적으로 선별이 개입되었는데, 그 기준이라는 것도 얼마만큼 성공에 가깝게 다가갔었느냐 인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결국 패배자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여전히 성공주의적 가치관이 짙게 남아 있는 모양이다. 굳이 패배자를 들먹였던 이유가 뭔지. 책 속엔 딱히 ‘위대한’ 패배자의 이야기도 보이지 않는다. 아, 우선 ‘위대한 패배자’가 어떤 사람들을 가리키는 지도 불분명하고...

 

     의욕은 좋았지만, 먼저 서술과 선별에 있어서 저자 스스로의 분명한 판단 기준을 세우는 게 먼저였다. 이 부분이 잘 안 되니 갈수록 서술의 방향이 불분명해질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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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유적 답사기 항일유적 답사기 1
박도 지음 / 눈빛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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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지금은 중국 땅이 된 만주 인근 지역은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무장독립투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장소이다. 사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그리 낯설지 않은 땅이기도 하고. 평생을 교직에 몸담았던 저자가 우리 역사의 아픈 기억을 간직한 그 지역들을 돌아보며 항일운동사의 업적을 남겼던 인물들의 활약상을 함께 정리해 낸 기행문이다.

 

 

2. 감상평 。。。。。。。       

 

     일제 강점기 총독부에 협력하여 일신의 안위를 도모하기보다는 빼앗긴 조국의 독립을 위해 백방으로 애썼던 사람들이 있었다. 광복절 즈음이나 돼야 한 번씩 떠올리는 그들의 수고와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조각조각 찢어져 지도에서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 독립을 되찾은 이후에 정작 이익을 본 건 얼마 전까지 일본에 충성하던 사람들이었으니,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그 시작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졌던 건지도 모른다.

 

     아무튼 덕분에 한국 교육에 있어서 역사, 특히 근대 한국사 과목은 지배층들에게는 대놓고 가르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다 가르치면 안 되는 무엇으로 여겨졌던 것이 분명하다. 다 가르치자니 그들 자신, 또는 그들의 아버지의 기회주의적 삶이 다 드러날 테니 그저 적당히 ‘놀라운 경제발전’으로 대충 몇 페이지에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게 지금까지의 공식이 되었고.

 

     이런 상황에선 시간이 지날수록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업적이 잊혀 가는 게 당연하다.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누가 나라를 위해 싸우겠냐는 반문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정도니, 이건 나라의 근간의 문제다. 만주 이곳저곳을 다니며 직접 여행하고 생각했던 것들을 책으로 엮은 저자의 수고는 충분히 의의가 있지만, 집단적 기억삭제를 추구하는 기득권자들이 있는 한, 상황은 쉽사리 변하진 않을 것 같다.

 

 

     기행문이라는 게 저자 자신의 주관이 깊게 배어들어갈 수밖에 없는 글형식이라, 가끔 잘 공감되지 않는 옛 표현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무난하다. 학생들에게 권해줬으면 하는 책. 시험 공부 하느라 이런 책 볼 생각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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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김태완 엮음 / 소나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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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조선 시대 과거시험의 문제로 출제되었던 ‘책문’과 그에 대한 선비들의 답안지인 ‘대책’을 실어놓은 책. 총 열세 장에 걸쳐서 열세 가지의 책문과 그에 대한 열다섯 개의 대책(마지막 책문은 세 명의 답이 실려 있다)들이 실려 있고, 각각의 대책 뒤에는 저자가 간략히 달아 놓은 해설이 따라온다.

 

 

2. 감상평 。。。。。。。        

 

     서문과 소개가 흥미로워서 손에 들게 된 책이다. 조선 시대 선비들이 관리가 되기 위해 치렀던 과거시험에서 쓴 답안지를 읽어볼 수 있는 기회. 대부분은 잘 모르는 분들이긴 했지만, 조광조나 성삼문, 신숙주 같은 이름 높은 선비들은 과연 어떤 답을 썼는지 엿보는 것도 꽤나 흥미로울 것 같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봐서는 딱히 매력을 느낄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옛 성현들의 글과 행동들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펴는 방식 자체야 그 시대의 전형적인 기법이니까 뭐라 할 수 없겠지만, 정작 물음에 자신만의 대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부분에서도 그저 이상적이고 표준화된 답변만을 내어놓을 뿐이었으니까. 실무를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시험이란 걸 감안하고 읽어야겠지만, 워낙에 고전 인용에 치중하다보니 질문들이 달라도 대답은 거의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게 주입식 교육의 폐해인건가 싶기도 하고. 물론, 국가에서 주최하는 시험에서 왕의 실정을 지적하는 대책을 써 올리는 몇몇 선비들의 꼿꼿함에는 박수가 나오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대책보다 책문이 더 인상적이었다. 국정을 운영하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구하는 왕들의 대책은 그 자체로 멋있었다. 세종이나 광해군 같은 왕들이 낸 책문들이 특히나 여기에 가까웠고.

 

     여기에 저자의 해설은 B 정도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문과 대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해설들이 좀 더 필요했는데, 기본적인 정보의 양 자체가 부족했던지 별 상관없는 이야기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기대만큼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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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판 스캔들 - 저작권과 해적판의 문화사
야마다 쇼지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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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18세기 영국 런던에서 일어난 한 재판에 관한 이야기다. 당시 런던의 서점운영자(당시 서점은 출판 및 유통과 마케팅 모두를 수행하고 있었다) 조합은 특정한 작품에 관한 저작권이 영구적으로 (그 권한을 저자로부터 구입한) 자신들의 소유라고 주장하면서 스코틀랜드 출신의 도널드슨이라는 업자가 싼 값에 책을 인쇄해 판매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 몇 개의 재판을 거친 후 마침내 사안은 최고재판소인 상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게 되었다. 과연 어떤 저작물에 관한 독점적 권한은 영구적인 것인가, 아니면 일정한 단서를 두고 제한될 수 있는가. 

 

 

 

2. 감상평 。。。。。。。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공작시간에 한 어린 아이가 도무지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 멍하니 앉아 있자, 선생님이 와서는 다른 친구들이 하는 걸 보고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그 아이는 이내 잘 만드는 친구 곁으로 가서 그가 만들고 있는 걸 보고 있는데, 그 친구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만드는 걸 흉내 내면 저작권을 침해하는 거야.’

 

 

     어떤 작품(책, 영화, 혹은 어떤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킨 무엇이든)을 만들어낸 저작자가 그 저작물에 관한 독점적 권한을 갖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공정한 일이고, 그런 금전적인 이익을 줌으로써 더 많은 작품들을 생산할 수 있도록 유인할 수 있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좀 다르게 생각하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오늘날처럼 각종 분야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는, 이전에 만들어진 어떤 저작물로부터 나온 아이디어가 새로운 저작물을 만드는 일도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초의 저작자의 권한을 영구적으로 보장한다면 오히려 후속적인 창작을 방해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저작권을 보장함으로써 더 많은 좋은 작품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책에 실린 재판은 주로 법리적인 논쟁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천천히 읽다보면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저작권과 관련된 여러 논거들이 이미 이 시대에 다 등장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은 후 ‘해적판’, 혹은 ‘불법복제물’을 만든 사람들을 뭉뚱그려서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면 나름 유익한 독서를 한 게 아닐까. 요점은 정의와 불의가 아니라, 저작자와 독자 모두의 이익을 위한 적절한 선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정할 수 있는가로 보아야 한다.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매도나 범죄좌 취급은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이런 주제에 관해 이런 연구서를 출판할 수 있는 일본의 출판계의 저력이 부럽다. 확실히 미시사는 일본 특유의 작음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참, 저작권 보호에 관해 좀 더 전향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이 책에도 ‘독점계약’, ‘저작권법’, ‘보호’, ‘금지’와 같은 위협문구가 적혀있는 걸 보고 좀 씁쓸한 웃음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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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자멸
리처드 코치, 크리스 스미스 지음, 채은진 옮김 / 말글빛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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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저자들은 서구문화를 구성하는 여섯 가지 요소들 - 크리스트교, 낙관주의, 과학, 성장, 자유주의, 개인주의 -이 어떻게 서구문명을 발전시켰는지를 살펴보고, 동시에 그것들이 오늘날 어떤 식으로 약화되었는지를 살펴본다. 당연히 이러한 중심 요소들의 약화는 서구 문명 전체의 약화 내지는 자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저자들의 생각. 결론부에서는 서구문명이 나아갈 수 있는 몇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제시하면서, 서구인들은 물론 전 인류를 풍요롭게 만드는 문명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그들을 발전으로 이끌어온 좋은 가치들을 다시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말한다. 

 

 

 

2. 감상평 。。。。。。。                 

 

     기대감을 갖게 하는 제목이었지만, 내용은 생각만큼 선명하지도, 그렇다고 눈이 확 열리는 것 같은 통찰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서구문명을 떠받치는 여섯 가지 기둥과 각각의 기둥이 해 낸 기능에 관한 서술은 보통의 인문서적이 담고 있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결론은 추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책 전체에 걸쳐서 물질적 풍요와 행복과 번영을 동일시하는 시각과 동양에 대한 서양의 우위를 당연한 것처럼 전제하는 (그리고 동양을 구제해주어야 하는 것처럼 여기는) 태도는 영 떨떠름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영 허무맹랑하다거나, 학술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어느 한 지역의 문명과 문화를 분석하는 것도 쉽지 않을진대, 서구라는 대단히 크고 다양한 단위들을 가진 대상을 관통하는 주요 주제를 뽑아낸다는 게 어디 간단한 일이겠는가. 저자들은 이 어려운 작업을 수행하면서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형식에 치우쳐 여섯 개의 ‘기둥’을 따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입체적으로 분석해보려고 했던 면은 분명 의의가 있는 부분이다.

 

 

     서구의 자멸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어느 새 서양인들이 자신들의 문명이 스스로 붕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책은 위협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동양보다 앞서 발전을 거듭했다고 하는 그들이 이제 먼저 노화로 인한 죽음의 공포를 맞닥뜨리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저자들은 서구인들이 자신들의 문명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상실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엔 역으로 그들의 능력에 대한 과도한 확신이 그들을 무너지게 만드는 건 아닐까도 싶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그들이 선진금융기법이라고 불리는 빚 돌려막기로 인해 발생한 것이고, 사실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분쟁들의 뒤편에는 소위 선진국들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되어 있다.(중국과 영국은 카다피에게 무기를 팔았고, 그 외 많은 서구국가들은 아프리카나 중동, 아시아의 독재정권을 지원했다.)

 

     이를 교만은 패망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해석한다면 지나치게 도덕주의적 역사관이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길게 보면 다 그렇게 순리대로 가는 게 아닌가. 어쩌면 그들에게 필요한 건 자신감의 회복이 아니라 겸손함의 회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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