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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이야기 2 - 민주주의의 빛과 그림자 ㅣ 그리스인 이야기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 / 살림 / 2017년 10월
평점 :
1. 요약 。。。。。。。
페르시아의 위협을 물리치고 에게 해를 장악하게 된 아테네는 인근의 폴리스들과 함께 일종의 방위동맹(델로스 동맹)을 맺었고, 이는 곧 경제동맹을 넘어 운명공동체로 발전한다. 한편 자국 고립주의를 천명했던 스파르타는 아테네의 약진에 위협을 느끼며 펠로폰네소스 반도 인근의 폴리스들과 나름의 군사동맹(펠로폰네소스 동맹)을 맺는다.
페리클레스가 지배하던 시기 아테네는 최전성기를 달리지만 결국 스파르타와의 대결을 마주하게 된다(펠로폰네소스 전쟁). 전쟁 중 페리클레스가 사망하고, 아테네는 갑작스럽게 인재난을 겪기 시작한다. 소위 ‘중우정치(이 책에선 ’우중정치‘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가 시작된 것. 분명한 비전도, 확고한 의지도 없이, 그저 누군가를 비난하고 끌어내릴 줄만 알았던 데마고그들만 날뛰던 아테네는 결국 자멸하고, 스파르타가 새로운 맹주고 발돋움 한다. 그러나 그 역시 오래 가지는 못했으니...
2. 감상평 。。。。。。。
아테네의 황금기는 예상보다 짧았다. 한 나라의 역사라는 것을 감안하고 보면 더더욱 그랬다. 마치 제대로 차비를 하고 오랫동안 산에 올라 경치를 감상하다가, 갑자기 미끄러져 떨어진 듯한 느낌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솔론부터 시작해 여러 지도자들이 나타나 완성해 나간 아테네의 민주정체는 꽤나 복잡하다. 그냥 혈통이나 실력으로 최고 지도자의 자리를 얻어서 자기 마음대로 다스리는 나라에 비하면, 시민들의 뜻을 모아 지도자를 추대하는 체제는 확실히 힘이 더 든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도를 만든 것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소위 ‘아테네 제국’ 시기가 도래했던 것도 이 제도의 장점을 잘 보여준다) 물론 여기에 단서가 붙는데, 그 제도가 잘 작동할 경우에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민주정체라는 제도를 최고의 수준으로 운용할 수 있었던 페리클레스가 사라진 아테네는, 너무나 어이 없이 무너지고 만다. 마치 운전면허도 없는 고딩이 운전하는 고급 차량처럼, 그건 이제 위험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법과 제도는 바뀌지 않았지만,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이 바뀌자 번영에서 쇠락으로 돌아서는 일도 한 순간이었다. 결국 지도자의 자질이 얼마나 중요한가의 문제.(결국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게 이것이었을 지도)
물론 이 부분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삶으로 경험해 알고 있으리라. 사기꾼과 무능력자가 통치권을 갖는 동안 나라가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또 데마고그들처럼 그저 남을 물어뜯기 바쁜 무능한 정치인들이 얼마나 국민들의 삶을 피곤하게 만드는지. (물론 여전히 어떤 사람들은 그 꼴을 다 겪고도 사리분별을 못하고도 있지만)
사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 시절부터 대중들의 정치참여를 썩 탐탁지 않게 봤던 인물이라, 민주정의 아테네를 다루면서도 이야기는 대개 영웅적인 리더들에 집중된다. 책의 띠지에 붙어 있는 ‘포퓰리즘이 아테네를 붕괴시켰다’는 문구는 출판사에서 만들어 낸 걸지도 모르지만, 대중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을 잘 보여주긴 한다.
민주정체를 선택한 이상, 무능한 지도자들이 권력을 잡게 놔둔 것 또한 핑계 댈 수 없는 시민들의 책임이다. 민주정은 그냥 놔둬도 알아서 잘 굴러가는 무한동력장치가 아니라 세심한 관리와 운영이 필요한 정교한 장치와 비슷한 듯하다. 민주주의는 그만큼 운영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체계이고, 그것을 잘 운영할 수 있는 사람도 결국 공동체가 길러내야 한다.
사람에 투자하지 않는 사회는 결국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고대에도 그랬지만, 오늘날처럼 거대한 규모를 가진 국가 단위에서는 더더욱 한두 사람의 힘으로 운영될 수 없으니까. 그런 차원에서 10~3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은, 당장 앞만 보고 달려가는 황소처럼 우려스럽다. 우리의 가장 큰 적은 우리 자신일지도...
많은 이념과 개념을 창조한 그리스인이지만 ‘평화’라는 이념만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리스인에게 전쟁이 없는 상태는 잠깐 동안의 휴전을 의미했다. - P36
스스로 위험 부담을 떠안지 않는 존재(에포로스)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기는 스파르타만의 이 제도는 조금씩 결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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