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고 - 잊혀진 제국 발해를 찾아서, 오래된 책방 11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11
유득공 지음, 정진헌 옮김 / 서해문집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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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조선 후기 실학자인 유득공이 그 때까지 남아 있단 발해에 관한 단편적인 기록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얇은 책으로, 발해의 역대 왕들의 행적을 기록한 부분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어서 다양한 기록에 소개되고 있는(주로 중국과 일본측 사서에 기록되어 있는) 발해출신 관리들에 관한 단편적인 기록이 이어진다. , 발해의 지리와 관직, 의복, 특산물, 언어 등이 간략하게 실려 있다.

 

 

2. 감상평 。。。。。。。

 

     한 나라의 역사에 관한 논픽션 저술이지만 사()가 아니라 고()라는 글자를 붙인 이유는, 저자의 판단으로 이 책이 일반적인 사서라고 불리기에 부족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요인은 역시 발해에 관한 기록 자체가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 발해 후 그 지역을 이어받은 거란에서 제대로 된 기록을 남기지 않았고, 발해 유민들을 대거 받아들였던 고려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고작해야 수십 년, 혹은 백년에서 이백년 안팎을 존재하다 사라졌던 중국의 왕조들과는 달리 고려는 오백 년 가까이 유지되었으니 그 다음 왕조에서 그 오래전 역사를 재구성한다는 건 사실상 무리였다.

 

     때문에 유득공은 부득이하게 다른 나라의 역사에 부분적으로 남아 있는 발해에 관한 기록들을 그러모아 엮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참고한 문헌은 상당히 여러 권이었지만, 후기의 여러 왕들은 시호조차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고, 그들의 행적 또한 빈약하기 그지없다. 유득공이 서문에 밝힌 것처럼 애석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래도 이 정도로나마 발해에 관한 기록들을 정리해서 우리 것으로 갖고 있을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감사한 일이다.

 

 

     공교롭게도 바로 어제(126) KBS의 역사저널 그날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발해를 다뤘다. 내용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마지막 부분에 한 패널이 했던 말이 인상적이다. 요지는 남북국 시대 신라는 발해와의 관계보다는 왜나 당과의 관계에 더욱 열을 올렸고, 그 결과 발해의 역사를 제대로 남기려는 의지가 없었다는 것. 그래서 오늘날과 같은 역사공백이 발생해버렸고, 그 결과 중국과 러시아가 서로 발해와 그 강역에 대한 역사와 소유권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제대로 말조차 붙이기 어려워지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그 패널은 오늘날 우리의 북한에 대한 태도를 상기시킨다. 역대 대부분의 정권들이 북한을 무시하기 바빴지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고, 이는 훗날 그 지역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상당히 불안정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탁월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두고 보여주는 이 한심한 정부(와 그 지지 세력인 소위 보수진영)의 안쓰러운 역사인식을 직접 접하고 나니 이 패널의 우려가 기우로 끝날 것 같지만은 않다는 생각까지 든다. 교과서에 김일성 사진은 세 번 나오고 박정희 사진은 한 번 나오니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나라에 과연 무슨 제대로 된 역사가 쓰일 수 있고, 무슨 미래가 있을까.

 

     답은 유득공에게 있는 것 같다. 사실 발해고 역시 국가에서 편찬한 정사(正史), 즉 국정교과서는 아니었다. 정사에서 삭제되고 축소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다시 살려 내 조금 더 진실하고 바른 역사책을 쓰면 될 일이다. 비록 발해사는 이렇게 사라져버렸지만, 오늘 우리의 역사마저 사라지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비록 자랑할 것이 많지 않더라도, 적어도 후대가 반면교사로는 삼을 수 있도록 말이다.

 

 

     원 저자인 유득공 못지않게, 유득공 연구자로서의 역자의 노력 또한 기억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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