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통신회사 직원, 자동차 회사 정비사, 시립병원에서 파견 나온 의사, 연구소 소속의 대기학자와 빙하학자, 기상청 소속의 기상학자, 그리고 해양경찰 소속의 요리사. 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여덟 명의 남자가 남극 한 가운데 있는 기지에서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생활을 하게 되었다. 저마다 다른 사정과 일들로, 또 오랫동안 보지 못한 가족과 연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힘들어질 때도 있지만 서로를 격려하며 버텨나가는 대원들. 그들의 이야기가 니시무라의 시각으로 요리와 함께 풀려나온다.

2. 감상평 。。。。。。。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 이야기는 말 그대로 ‘일상적인’ 이야기들이다. 평균 기온 영하 45도라는 극한의 조건에서, 각각의 사정도, 취향도 다른 그들을 한 자리로 자연스럽게 불러 모을 수 있는 것은 매일 아침 비디오를 보며 다같이 하는 체조시간과 식사시간마다 모이는 식탁뿐이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먹었고, 축하하고 격려하기 위해서도 먹었으며, 잊어버리고 또 기억하기 위해서 먹었다. 이 모든 것이 식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밥의 힘’이라고 할까.
요리사인 니시무라는, 그 자신도 뭔가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런 그들을 위해 정성껏 매 식사 때마다 8인분의 음식을 준비한다. 마치 음식으로 그 모든 것을 치료하고, 안고 가겠다는 마음을 품은 것처럼 그는 정성껏 음식을 만들고 먹이고, 그렇게 먹고 있는 대원들을 보며 기뻐한다. 요리를 만드는 그의 손끝은 거룩함 마저 느껴진다.
먹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누군가를 먹인다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도덕적/윤리적 행위이고, 누군가를 초대해 함께 무엇인가를 먹는다는 건 매우 깊은 사교적인 의도를 보여주는 일이다. 기독교에서는 먹는 행위를 하나님과 인간의 합일과 영원한 생명을 얻는 상징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감독이 이 모든 것을 알고 연출을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는 ‘먹음’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의 주인공은 여덟 명의 대원이나 쉐프인 니시무라만이 아니다. 영화 내내 쏟아져 나오는 찬란한 빛깔의 음식들도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 할만하다. 일급 레스토랑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요리들부터 명란젓을 넣은 주먹밥까지, 쉴 새 없이 등장하는 갖가지 음식은 눈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그런데 원래 저런 데 있는 대원들은 이렇게 잘 먹고 사는 건가?)
다만 주연을 맡은 사카이 마사토는 시종일관 눈웃음만 지을 뿐, 나름 복잡한 주인공의 심리를 딱히 잘 표현하지는 못하고 있다. 꽤나 오랫동안 연기를 한 것 같은데 최근에 봤던 ‘골든 슬럼버’에서도 이런 ‘어색함’은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게 한계인 것인가.
충격적인 사건이나 급박한 전개는 없다. 대신 천천히 요리하고,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느끼기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