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전설 키케로 - 서해컬처북스 9
안토니 에버릿 지음, 김복미 옮김 / 서해문집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키케로에게는 사람을 존경하는 성향이 있었다.

그는 무턱대고 빈정대는 사람이 아니었으며,

자신의 ‘영광’에 관심을 두었고 증오와 혐오의 감정을 갖고 있었지만,

다른 이들의 업적을 인정하고 할 수 있다면 칭찬하는 것을 좋아했다.

 

 

         고대 로마의 잘 알려진 정치가 중 하나인 키케로에 관한 이야기이다. 고대 로마의 위대한 군사 전략가이자, 로마의 국제를 바꾼 주인공인 카이사르와 정치적인 입장이 달랐기 때문에 때로는 적대적으로, 그러면서도 완전한 적으로는 돌아서지 않았던 인물. 그 동안은 당시의 로마사를 다룬 책이나, 카이사르를 다룬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밖에 접해보지 못했었지만, 이번에는 키케로 본인을 다룬 책을 직접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그리 얇은 책은 아니었지만, 읽는데 그다지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책이다. 

 

 

        키케로만큼 복잡하게 평가받는 정치 지도자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역사서술이라는 것이 역사가의 주관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니 말이다. 카이사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책에서 키케로는 기회주의자로, 우유부단한 인물로, 또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기득권자로 평가절하 된다. 반면 고대 로마 공화정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일부 사가들에게 키케로는 공화정의 수호자로 묘사되는 경우도 있다. 학자들도 결국 인간인지라, 자신의 호불호(好不好)에 따라 인물의 평가도 이렇게 극단적으로 갈릴수 있는가 하는 생각에 씁쓸한 미소를 짓게 된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떤 쪽에 서 있을까? 굳이 평가를 하자면 대체적으로 중립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때로는 키케로의 우유부단함과 무모함을 약간은 거리를 두고 서술하기도 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키케로가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변호하기도 한다. 책을 통해 키케로에 관한 악의적인 소문들의 진상을 몇 가지 알게 되었다. 

 

 

        어떤 인물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워낙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떤 인간을 지나치게 높이거나 하는 책이란 대부분 그 인물 자신이나 그 인물과 관련된 사람의 주도로 쓰이는 경우가 많으며, 그런 책들은 대개 읽어도 별 감흥을 얻지 못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찬양논조의 책이 아니라 나름대로 균형 있게 쓰려고 노력한 책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든다.

 

        긴박했던 기원전 1세기 로마의 정치상황과 함께 키케로라는 인물에 관해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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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중 2016-11-13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마인 이야기 율리우스 카이사르 (하)를 보면 제가 보기에는 키케로가 너무 우유부단하고 떄론 너무 찌질한가 싶네요. 그리고 율리우스 카이사르(상)을 보면 때론 자신을 높게 평가하고 사치를 즐길려고하는것같고 아직이책을 구입하지않았지만 이책이 과연 키케로에대한 제 평가를 바꿀수있을지 고민이네요.

노란가방 2016-11-13 20:15   좋아요 0 | URL
목적을 위해선 어떤 수단이라도 상관 없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카이사르에게(그리고 아마도 시오노 나나미에게도), 원칙을 고수하는 키케로는 이해가 안 되는 인물이었을 거예요.
사치 건은.. 카이사르도 만만치 않았죠. 로마인 이야기에도 그가 젊은 시절 크라수스에게 빚진 금액이 얼마나 컸는지(그리고 그 돈의 대부분은 비싼 천으로 옷 사입고, 여러 여자들에게 환심사려고 값비싼 선물 하느라 다 탕진했죠) 나와 있지 않던가요? ㅎㅎ